‘3%룰’이 뭐길래...표대결 앞둔 남양유업·BYC·광주신세계 “나 떨고 있니?”
“홍원식 회장 일가 방만 경영 막아야”
광주신세계 소액주주들, 주주가치 제고 요구
남양유업, BYC, 태광산업 등 행동주의 펀드들이 감사 선임을 제안한 회사들의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이 ‘캐스팅 보트’가 될 전망이다.
감사 선임 안건에 적용되는 이른바 ‘3%룰’ 탓에 대주주의 보유 지분이 무력화되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주총의 결과를 결정짓게 될 것으로 예상되서다.
전문가들은 3%룰이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장하고, 독립적인 감사 선임으로 기업 경영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반면 3%룰이 기업의 유연한 지배 구조 구성에 걸림돌이 되고, 해외 투기 세력들이 경영권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사 선임에 집중된 행동주의펀드·소액주주 제안
남양유업은 오는 31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운용이 제안한 심혜섭 심혜섭법률사무소 대표의 감사 선임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오는 24일 열리는 BYC 주총엔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를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올라있다. 이는 행동주의 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제안한 것이다.
23일 주총이 열리는 광주신세계는 행동주의 펀드의 개입은 없지만, 일부 소액 주주들과 사측의 표 대결이 예상된다.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건에 일부 소액주주가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며 배일성 회계법인 이사를 추천했다. 반면 광주신세계는 한동연 사외이사의 재선임을 주장하고 있다.
통상 주총에서 표 대결이 발생할 경우,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대주주가 이길 확률이 높다. 하지만 감사 선임에 있어서는 행동주의 펀드나 소액 주주가 대주주에게 승산이 있다. 감사위원 선임에 적용되는 이른바 ‘3%룰’ 때문이다.
자산이 2조원 이상인 회사는 이사회 내에 감사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상법은 주주총회에서 감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대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3%까지만 인정하는데, 통상 이를 3%로 부른다.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해 소액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장치다.
2020년 12월 상법이 개정돼 감사위원은 선임 초기부터 3%룰을 적용해 꼭 외부 인사로 선임해야 한다는 ‘감사위원 분리선임제’가 도입되면서 3%룰은 본격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행동주의 펀드 입장에서는 소액 주주들을 설득시킬 수만 있다면 감사위원 선임 안건은 다른 주주 제안보다 관철하기가가 쉬운 것이다. 3%룰로 대주주의 지분을 어느 정도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광주신세계의 경우 3%룰에 따라 소액 주주의 표심이 감사위원인 사외이사를 결정지을 확률이 높다. 작년 말 기준 광주 신세계의 지분은 신세계가 62.5%, 피델리티가 9.99%를 가지고 있고 나머지를 기관과 소액주주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진 견제해야” vs. “기업 경영에 큰 부담”
3%룰에 힘입은 차파트너스는 홍원식 회장 일가의 방만한 경영에 제동을 걸겠다는 목표로 심 대표를 감사위원으로 추천했다. 남양유업은 대주주의 사조직이나 다름없는 이사회가 추천한 인물이 9년 동안 감사를 맡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홍 회장 일가의 행보를 견제할 수 있는 인물이 없었다는 것이다.
감사 선임은 대법원판결에에 따라 남양유업을 가져갈 주인에게도 영향 미칠 수 있다. 현재 홍 회장은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하면서 한앤컴퍼니와 주식매매계약 이행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판결에 따라 누가 승리하더라도, 차파트너스가 선임한 감사에게 경영 주요 사항을 결제 받아야 한다.
홍 회장뿐 아니라 만약 한앤컴퍼니가 새로운 남양유업의 주인이 되더라도 행동주의 펀드가 선임한 감사는 불편한 존재다. 새로 주인이 된 사모펀드가 경영 효율화, 수익성 강화 등의 전략을 추진할 때 유연하게,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BYC에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를 추천한 트러스톤도 대주주에 대한 견제를 목적으로 한다. 트러스톤은 한석범 BYC 회장의 장남과 장녀가 각각 최대 주주인 계열사 신한에디피스와 제원기업에 BYC의 부당 내부 거래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사회 결의 없이 권리금 등도 받지 않은 채 일부 점포의 사업권을 제원기업에 넘기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행동주의 펀드가 3%룰을 적극 활용해 감사위원을 추천하면서, 상장회사협의회 등을 중심으로 일각에서는 이 규정이 기업의 경영에 큰 부담을 준다는 호소도 나온다. 감사위원 분리선임제로 인해 외부에 있는 투기자본이나 기업의 경쟁사 등에서 감사위원으로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민감한 내부 정보가 샐 우려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 방만한 경영, 대주주의 이익을 우선하는 관행을 적극적인 주주제안을 통해 개선하는 효과가 분명한 반면, 행동주의 펀드의 단기적인 수익 추구 경향으로 인해 기업이 장기적인 경영 전략을 추진하는 데에 걸림돌이 된다는 견해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3%룰의 이상적인 활용 모델로는 행동주의 펀드들보다는 기관 투자자들이 기업의 경영 개선,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며 의결권을 행사하고 주주 제안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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