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CDFG 짐 싼 인천공항면세점 혈투…진짜 승자는?

한전진 2023. 3. 23.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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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신라·현대백화점 입성 전망
안방 노렸던 CDFG 인천상륙 실패
롯데 시내·온라인 면세점 주력 계획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자의 윤곽이 서서히 나오고 있다. 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면세점이 현재 1차 심사를 통과해 3파전으로 압축됐다. 관심을 모았던 업계 1위 롯데면세점과 중국 국영 면세업체 CDFG는 탈락하며 이변을 연출했다. 팬데믹 이후 '업' 자체의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이번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 선정이 업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신라·신세계 '싹쓸이'

23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롯데·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면세점·CDFG 등 5개사가 제출한 사업제안서·입찰가격 등을 검토해 복수의 사업자를 선정했다. 향수·화장품·주류·담배 판매 구역(DF1·2)과 패션·부티크 판매 구역(DF3·4)은 신세계디에프와 호텔신라가 복수 사업자로 선정됐고, 부티크 판매 구역(DF5)은 신세계디에프, 현대백화점면세점, 호텔신라가 낙점됐다.

인천공항 면세점 신규 입찰 사업권 / 그래픽=비즈워치

호텔신라와 신세계디에프는 큰 이변이 없는 한 DF1·2 사업권과 DF3·4 사업권에서 각 1곳씩 2곳을 나눠 가지게 된다. 호텔신라와 신세계디에프가 2개 사업권을 따내게 되면, 중복 낙찰 금지 규정에 따라 DF5 사업권은 현대백화점면세점으로 사실상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 품목을 취급할 수 있는 중소중견 사업 구역(DF8·9)에선 경복궁면세점과 시티플러스가 이름을 올렸다. 

관세청은 해당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특허 심사를 시행해 최종 사업자를 인천공항공사에 통보할 예정이다.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전은 업계의 ‘빅 이벤트’다. 이곳에 누가 깃발을 꽂냐에 따라 향후 사업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이번 입찰은 팬데믹 기간 계속 유찰되다가 3년 만에 재개됐다. 임대료 산정 방식도 '고정 최소보장액'(고정 임대료)에서 여객당 임대료로 완화됐다.

이변의 이변

이번 입찰전은 이변의 연속이었다.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은 롯데면세점의 탈락이다.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 심사는 1차에서 인천공항공사가 사업계획점수 60% 가격제안점수(임대료) 40%를 반영해 복수 업체를 정한다. 사업계획점수의 비중이 가장 높지만 사실상 가격이 당락을 좌우한다. 롯데는 일반사업권 기업 가운데 가장 낮은 입찰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로써 롯데면세점은 22년 만에 인천공항에서 철수하게 됐다. 일각에선 이런 롯데면세점을 두고 전략적 패배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높은 임대료를 지불해야 하는 인천공항 면세점 대신 앞으로 해외면세점과 시내면세점에 집중하겠다는 복안이다. 실리를 우선했던 셈이다. 롯데면세점은 오는 6월 인천공항 면세점을 철수하면서 임대보증금 2400억원을 환급받게 된다. 

중국 국영면세그룹 CDFG의 탈락도 또 하나의 이변이었다. CDFG는 글로벌 1위 면세 기업이다. 막강한 자금력과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당초 가장 높은 입찰가를 써낼 것으로 예상됐다. 관세청 출신 인사를 영입하는 등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하지만 실제 CDFG가 제시한 임대료는 롯데보다 높았지만, 신라와 신세계가 제시한 금액엔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업계의 안방을 중국 업체에 내줘선 안 된다는 위기감이 있었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국내 업체들이 높은 금액을 써 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CDFG가 인천공항 진출에 성공하면 앞으로 시내면세점도 위험해질 것이라는 인식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결국 누가 웃었나

업계 판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 2021년 기준 롯데면세점 매출은 3조7200억원, 신라면세점 3조3400억원, 신세계면세점 2조7000억원, 현대백화점 1조6000억원 수준이다. 롯데와 신라는 지난해 4조원대 매출을 회복한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가 인천공항에서 빠진 만큼 신라가 1위로 올라서는 것도 가능하다. 롯데는 대신 시내·인터넷면세점의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인천공항 국제선 출발 여객수 / 그래픽=비즈워치

물론 '승자의 저주' 우려도 제기된다. 통상 인천공항 면세점은 높은 임대료로 인해 매년 적자를 기록해왔던 점포로 꼽힌다. 매출이 늘어날 순 있어도 수익을 내기는 힘들다. 업계가 기대하는 부분은 중국의 리오프닝이다. 실현된다면 중국 관광객의 폭발적 증가로 공항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 예상에 그칠 뿐이다. 경직된 한중관계 등 리스크도 많다. 

이 때문에 이번 입찰전의 진정한 승자는 인천공항공사라는 말이 나온다. 지난 3년간 유찰됐던 입찰이 모처럼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CDFG의 참가도 인천공항공사 입장에선 호재였다. 인천공항공사는 코로나19가 국내 첫 발생했던 2020년부터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수익성 강화가 시급하다. 이런 상황에서 면세점 임대료 문제라는 큰 산을 넘었다는 평가다. 

또 다른 면세 업계 관계자는 "엔데믹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공항면세점이 예전처럼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결과적으로 누구의 전략이 맞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수년 뒤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결국 웃은 것은 입찰전을 흥행시킨 인천공항공사"라고 했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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