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韓기업, 中시장서 부활하려면

김형욱 2023. 3. 23.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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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한국 기업은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중국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며 단기간에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서구 선진국이나 일본 기업을 압도하기도 했다. 베이징현대차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2~3위권에 오르고 삼성전자는 중국 스마트 폰 시장에서 애플을 제치고 20% 이상의 시장점유율로 1위에 올랐었다. 가격에 비해 품질이 우수하다는 소위 ‘가성비 전략’이 주효했다.

그러나 지난해 베이징현대차와 기아 점유율을 모두 합쳐도 1%대에 불과하다. 삼성 스마트 폰은 1% 미만으로 추락한 지 오래다. 한국 기업의 제품이 가성비에서 중국 로컬 기업 제품에 크게 밀렸기 때문이다. 중국 제품은 국내산에 비해 품질은 약간 떨어지지만 가격은 파격적으로 저렴하다. 가성비 전략이 중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을 웃고 울게 한 것이다.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을 우선 지원하거나 사드 배치를 빌미로 한류 콘텐츠에 대한 제한을 가한 것도 한국 기업의 경쟁력 약화에 일조했다.

중국 시장 입지가 크게 약화한 일부 한국 기업들은 탈중국을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기도 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중국 시장을 제외한 서구 선진국 시장과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의 격차를 좁히면서 큰 성과를 거뒀다. 연예기획사 등 한류 콘텐츠 관련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성공하면서 대중국 의존도를 줄이며 동시에 매출 증가를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여타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에서의 실패를 만회한 것은 아니다. 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 기업은 중국 내 한류가 약화되면서 매출이 크게 감소하고 대체시장도 확보하지 못했다.

한국 기업은 탈중국 후에도 중국 기업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일부 중국 로컬 기업들이 자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후 포화상태에 이른 자국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경영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도 스마트 폰 시장에서 중국 샤오미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오포, 비보 등 다른 중국 회사에도 시장을 내주었다. 지난해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판매한 BYD는 유럽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현대차·기아의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은 포드와 협력해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한국 기업의 중국 시장 내 경쟁력 약화는 중국에만 머물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의미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분야가 전통 제조업을 넘어 이차전지, 전기차, 스마트 폰 등 첨단 제조업 분야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의 차별적 조치를 피해 제3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도피성 탈중국으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결국 중국 시장에서 중국 기업과 정면 승부해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글로벌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을 따돌릴 수 있다.

한국 기업은 이제 프리미엄 전략 내지 차별화 전략으로 중국 기업을 넘어서야 한다. 농심이나 오리온과 같은 기업들은 프리미엄 전략으로 한중 관계 악화에도 중국 시장에서 여전히 건재하다. 중국이 외국산 스마트 폰의 무덤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애플 아이폰은 오히려 승승장구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아이폰을 넘어선 프리미엄 스마트 폰을 출시한다면 예전의 명성을 다시 회복할 수 있다. 폴더블 폰은 중국 기업이 단기간에 따라잡으면서 삼성 폴더블 폰이 프리미엄 제품으로 자리 잡지 못했지만 한시적으로나마 중국 시장에서 부활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했다. 중국 기업이 막대한 자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에만 경쟁력을 높이라고 요구하는 것도 무책임한 일이다. 한국 정부는 기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김형욱 (n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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