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파월·옐런 '원투 펀치' 투심 뚝…은행주 또 폭락
옐런 "포괄 보험은 고려 안 한다"
은행주 폭락에 장막판 낙폭 커져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정책당국의 ‘원투 펀치’에 급락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이번 은행권 위기에 따른 경기 악영향 가능성을 거론하고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는 선을 그으면서, 투자 심리는 가라앉았다. 이와 함께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모든 예금을 보장하는 ‘포괄 보험’(blanket insurance)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파월 “연착륙 가능성, 너무 성급”
22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63% 하락한 3만2030.11에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65% 떨어진 3936.97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1.60% 내린 1만1669.96을 기록했다. 이외에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2.83% 떨어진 1727.36에 마감했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는 4.12% 오른 22.26을 나타냈다. 장중 22.38까지 올랐다.
3대 지수는 사실상 연준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했다. 연준은 이날까지 이틀간 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4.75~5.00%로 25bp(1bp=0.01%포인트) 인상했다.
3대 지수는 다소 비둘기파적인 성명서가 나온 오후 2시 직후만 해도 일제히 반등했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지속적인 금리 인상’(ongoing increases) 문구를 삭제했다. 성명서는 “들어오는 정보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점도표를 통해 긴축 강도를 줄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FOMC 위원 18명 중 과반 이상인 10명이 올해 최종금리 수준을 5.00~5.25%로 예상한 것이다. 공식 최종금리 전망치는 5.1%다. 직전인 지난해 12월 당시 수치와 같다. 이번달 이후 한 차례만 더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뜻이다. 당초 시장 예상을 하회한 수준이다. 최근 은행권 줄도산에 따른 위기 가능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그 연장선상에서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상승률 예상치를 석 달 전인 지난해 12월 3.1%에서 3.3%로 올렸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 전망치는 3.5%에서 3.6%로 높여 잡았다. 추후 긴축 강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간접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3대 지수는 오후 2시30분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 나선 이후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는 특히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를 두고 “예외적인 사례”라며 “경영진의 심각한 실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은행 시스템 전반에 있는 리스크가 아니다”고 했다. 파월 의장은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가 최근 위기에 빠진 크레디트스위스(CS)를 인수한데 대해서는 “긍정적인 결과”라며 “시장은 이번 인수를 잘 받아들였고 상황은 잘 통제됐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일부에서 나오는 연내 금리 인하설에 대해서는 “시장이 그렇게 예상한다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자회견 초반에 “이번에 인상 중단을 고려하기는 했다”며 다소 비둘기파적인 언급을 했지만, 연내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기자회견 내내 인플레이션 통제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또 주목할 것은 파월 의장이 은행권 위기로 인한 거시경제 둔화 가능성을 언급한 대목이다. 파월 의장은 “대출 요건이 더 엄격해진다면 거시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월가 일부에서는 이번 위기가 대출 요건 강화와 대출 감소로 이어져 경제 활동을 제약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그는 경기 연착륙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 말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고 했다. 지난 FOMC 때만 해도 연착륙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날 발언 톤은 다소 조심스러워졌다.
옐런 “포괄 보험은 고려 안한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로웬가르트 포트폴리오 구축 책임자는 “연준이 피봇을 시사하기는 했지만 투자자들이 금리 인상의 궁지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며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임을 시사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옐런 장관이 상원 세출위원회 금융소위 청문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포괄 보험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면서, 3대 지수는 장 막판 낙폭을 더 키웠다. 이는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기존 예금 보호 한도인 25만달러에서 변화를 주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전날 사실상 전액 예금 보장을 넌지시 시사했지만, 이를 공식화하는 것은 부담을 느낀 것으로 읽힌다.
옐런 장관은 “은행 부실이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처럼 시스템 리스크로 간주되면 FDIC가 모든 예금을 보호할 수 있도록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포괄 보험과 관련해서는 어떤 것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은행주 전반이 약세를 보였다. 유동성 위기설이 돌고 있는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는 15.47% 폭락했다. JP모건체이스(-2.58%), 뱅크오브아메리카(BoA·-3.32%), 씨티그룹(-3.02%), 웰스파고(-3.33%) 등 미국 4대 은행 주가도 2~3%대 급락했다. S&P 지역은행 상장지수펀드(ETF)는 5.69% 내렸다. 뉴욕 증시에서 UBS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가격은 3.09% 떨어졌다.
뉴욕채권시장은 연준이 성명서를 발표한 오후 2시 이후 강세를 보였다(채권금리 하락).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3.916%까지 내렸다.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3.430%까지 하락했다.
미국장보다 일찍 마감한 유럽 증시는 소폭 뛰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14% 상승했고,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0.26% 뛰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지수는 0.41% 올랐다.
국제유가는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77% 오른 배럴당 70.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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