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폴] 전문가 10명 중 8명 “하락 멈춘 집값, 일시적 현상일 뿐…상승 전환 멀었다”
10명 중 2명 “올해 안에 상승 전환” 주장
부동산 전문가 10명 중 8명은 전국적으로 집값 하락폭이 줄어드는 현 상황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진단했다. 이들은 지난해 부터 시작된 급락장에서 급매물부터 소진되는 상황으로 봤다. 가격대 가장 아랫단의 물량이 사라지면서 통계적으로 집값의 하락폭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인한 유동성 리스크와 경기침체의 가능성 등을 볼 때 추가 하락을 예상한 전문가도 3명 있었다.
23일 조선비즈가 부동산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8명은 최근의 집값 통계의 하락폭 축소를 반등의 신호로 보기에는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 그 중 5명은 엘(L)자형 횡보를, 3명은 추가적인 하락을 전망했다. 나머지 2명은 집값의 바닥을 확인한 상황으로 보고 올해 중 서울을 중심으로 한 상승 전환을 예상했다.
◇”상승 언급은 시기상조… 거래량 부족해”
전문가의 대다수인 80%는 집값의 하락폭이 줄어드는 것을 반등과는 연관 짓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지난달을 기준으로 1년 전에 비해 집값이 17% 넘게 하락하면서 급매 위주로 거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17.2% 하락했다. 인천의 하락폭이 21.5%로 가장 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낙폭이 컸던 지역에서 하락거래 비율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전국적으로 평년보다 나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낙폭이 축소되는 현상이 지속될 수는 있겠지만 상승 전환이 일어나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정부의 규제완화 영향과 그간 낙폭이 과도하다는 심리도 작용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반등을 언급할 수 없는 이유로 ‘거래량’을 지목했다. 서울아파트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가 이날 기준 2389건으로 2000건을 훌쩍 넘어섰지만 3월은 현재 904건으로 전달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2월에는 학기 시작전 이사수요와 더불어 특례보금자리론 효과도 반영됐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사업부 부동산팀장은 “평년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의 한달 매매 거래량은 5000~6000건에 달했다”면서 “1년 전에 대비해서 늘어나서 많아 보이는 것일 뿐 추세적 반등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아직은 기술적 반등 정도로 보고 있다”면서 “거래가 없는 이른바 ‘거래절벽’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이슈까지 변수로 등장한 상황”이라고 했다.
또 거래가 특정 지역에 집중됐다는 점도 전문가들이 일시적 현상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2월 서울에서 거래량이 많았던 지역은 송파구(244건), 강동구(199건), 노원구(185건) 등으로 지난해 4분기 급매물이 급증했던 지역이다.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가격대가 올라간 것처럼 보이는 현상으로 추격매수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급매물이 소진된 뒤 차상위 매물에 대한 매수세가 이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주력 매수자들은 아직 관망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작년과 같은 급락장도 올 수 있다” 의견도
‘일시적 현상’으로 진단한 8명 중 3명은 추가적인 하락을 예상하기도 했다. SVB사태, 성장률 하락 등의 경제 침체 우려 등을 배경으로 지목했다. 기준금리의 인상기조가 종료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여전히 2~3년 전 초저금리 시기에 비해 높은 금리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매수에 나서는 데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집값 낙폭이 줄어든 것일 뿐 여전히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올해 하반기 부터는 작년과 같은 급락장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했다.
집값이 2014년부터 완만하게 오르기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급등 전의 수준으로 돌아간 것을 두고 하락장이 끝났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급매물 조정가격이 작년 4분기에 상당히 컸는데 이 매물들이 소진된 것”이라며 “2014~2018년 구간이 있었기 때문에 추가 조정여지를 더 열어놔야 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최근에 거래된 건 노원, 송파, 강동 등을 중심으로 이뤄진 것”이라면서 “KB국민은행 표본 통계 기준으로 앞으로 더 약세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10명 중 2명 “하반기 중 서울 집값 상승 전환”
부동산 전문가 10명 중 2명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서 조만간 집값이 상승 전환할 것으로 봤다. 금리인상 기조가 종료시기에 이른 데다가 실수요자보다 빠른 투자자 중심으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조영광 대우건설 빅데이터 연구원은 “대구 수성구에서 4억원 수준의 매물이 계속해서 거래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올 하반기에는 주요단지를 중심으로 집값 흐름이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3월 거래량이 주춤한 건 급매가 거래된 뒤 매수·매도자 간의 힘겨루기 상황으로 봐야 한다”면서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런 과정이 1~2차례 일어난 뒤 반등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둘째주(13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대비 0.16% 내려가면서 5주연속 낙폭이 줄었다. 같은 시기 부동산R114 통계에서의 서울 아파트값은 0.05% 하락해 지난주(-0.07%)보다 낙폭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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