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금리 0.25%p 인상…추가 인상 1회 그칠듯
파월 “금리동결 고려했지만 물가 아직 높아”
최종금리 전망 5.1% 유지
‘은행 위기’에 금리 한 차례만 더 올릴 듯
한·미 금리차 1.5%p…22년來 최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했다.
여전히 높은 수준의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렸지만, 최근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로 금융시장 불안이 커진 점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밟지 않고 0.25%p 인상하는 절충안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이 5%대로 올라서면서 한·미 금리 격차는 최대 1.5%p로 벌어졌다.
연준은 올해 말 미국 최종금리 수준을 기존의 5.1%로 유지했다. 앞으로 금리 인상이 한 차례 더 남았다는 의미로, 연준의 긴축 사이클(기조)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 美 기준금리 5% 시대…파월 “금리 동결도 고려”
연준은 지난 21~22일(현지시각) 열린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 올린다고 밝혔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기존 4.50~4.75%에서 4.75~5.0%로 높아졌다. 연준은 지난해 3월 이후 9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했다. 새 기준금리는 2007년 9월 이후 약 16년 만에 최고치다.
앞서 연준은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치솟은 물가를 억제하기 지난해 3월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6월, 7월, 9월, 11월에는 4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씩 끌어올리는 고강도 긴축을 단행했다.
이후 물가상승률이 조금씩 완화되는 조짐이 나타나자 지난해 12월에는 금리를 0.5%p 인상하면서 속도 조절에 나섰고, 지난 2월에는 금리 인상폭을 일반적인 수준인 0.25%p로 낮췄다.
올해 들어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둔화 속도가 느려지고 고용지표가 호조를 보이자, 시장에서는 연준이 금리 인상폭을 0.5%p로 높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파월 의장도 이달 초 “최근 물가와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어 최종금리 수준이 이전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이번 SVB 뱅크런(bank run·대량 예금인출) 사태로 은행 줄도산 위기가 변수로 떠오르자, 연준도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만 주력하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났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SVB 파산의 주된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되면서 시장에서는 금리 동결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에 연준도 인플레이션 압력과 은행발(發) 불안 심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 금리 인상폭을 0.25%p로 조율한 것으로 해석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SVB 사태로 금리 인상 중단을 고려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고려는 했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우리는 물가 안정에 전념하고 있고, 말뿐이 아니라 실행으로 옮겨 그 신뢰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면서 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로 전월 대비 소폭 둔화된 데 대해서는 “지난달보다 근원물가가 더 낮아지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높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며 “목표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 기대하고 있는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올해 금리 인하는 예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 최종금리 이전과 같은 5.1%…추가 인상 1차례 그칠 듯
다만 이날 공개된 점도표(dot plot·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나타낸 도표)는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이 한 차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했다. 점도표를 보면 올해 말 최종금리 중간값(median) 전망치는 5.1%였다. 지난해 12월 예상치와 동일했다. 연준 위원 18명 중 10명은 최종금리를 5.0~5.25%로 예측했다. SVB 사태가 촉발한 금융불안 상황이 연준의 금리 전망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파월 의장은 “미국의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고 회복력이 있다”면서도 “지난 2주간 은행 시스템에서 일어난 일들이 가계와 기업의 신용 여건 경색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SVB 사태로 인한 신용 경색이 연준의 금리 인상과 비슷한 효과를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연준이 낸 성명서에서 단골 문구인 ‘지속적인 금리 인상’(ongoing increases)이 빠지고 ‘추가적인 정책 강화’(additional policy firming)가 들어간 점도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달했다는 해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월가 투자은행들도 연준의 긴축 기조가 올해 상반기중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연준은 최근 일부 지역은행 스트레스로 인한 신용여건의 긴축을 인정하고, 몇주 전 예상했던 것보다 최종금리 수준을 낮추는 게 적절하다고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연준이 금리를 5월에 한 차례 더 인상해 최종금리를 연 5.0~5.25%로 전망한다”고 했다.
연준이 이날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면서 한국과의 금리 격차는 기존 1.25%p에서 1.5%p로 확대됐다. 지난 2000년 5~10월 이후 22년 만에 최대 역전폭이다. 한국은행은 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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