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원이던 AI 로봇, 이젠 연구자로 과학 연구 맡는다[이지평의 경제 돋보기]
일본 제약사도 AI 활용해 약품 개발 속도
AI 활용한 연구·개발 체제 혁신으로 과학 기술, 산업 경쟁력 트렌드에 대응해야
[경제 돋보기]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챗GPT가 산업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새로운 부가 가치를 창출할 것인지는 아직 모호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일본 산업 현장에서는 인공지능(AI)의 활용이 일시적인 붐에 그치지 않고 계속되고 있고 AI를 활용한 연구·개발(R&D) 체제도 혁신되고 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이 빠르게 개발될 수 있었던 것도 AI를 활용한 R&D 체제의 혁신 때문이었다.
일본의 제약 회사들은 AI를 활용해 약품 개발 속도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아스텔라스제약은 각종 실험에 1개월이 소요됐던 작업 시간을 AI를 활용해 1시간 30분으로 단축했고 추가이제약은 새로운 연구 거점에서 AI와 연계된 실험 로봇을 활용할 예정이다.
이러한 AI의 활용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유효한 약제나 소재의 후보를 선택하는 데 효과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 보조 단계에서 벗어나 AI가 스스로 가설을 세우는 연구자급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도도 나오고 있다. 소니컴퓨터사이언스연구소의 기타노 히로아키 사장은 노벨상급 혹은 그 이상의 과학적 발견을 할 수 있는 AI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아이작 뉴턴, 알버트 아인슈타인, 찰스 다윈 등과 같이 천재급 AI 연구자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현재의 AI에는 인간이 가진 비연속적인 직관, 발상의 전환 등이 어렵지만 뉴턴이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이라는 가설을 도출한 바와 같은 능력 개발이 모색되고 있는 것이다. 인간 사고에는 데이터에서 연속적으로 결과를 도출하는 귀납법이 있고 이는 현재의 딥러닝과 이를 기초로 한 챗GPT와 같은 AI로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 다만 또 다른 인간 기능인 연역법이나 이들을 종합적으로 구사하는 가설 설정 능력을 AI에 갖게 하면서 귀납법·연역법·가설 설정 등의 사고 과정을 종합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AI 연구자의 개발이 모색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시도들이 본격적인 성과를 거두기까지는 시일이 소요되겠지만 부분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 이화학연구소에서는 AI와 로봇을 활용해 각종 생명공학·의학 분야의 실험을 자동화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러한 데이터에서 보다 효과적인 방법을 AI가 가설로 제안해 실제로 개선 효과를 올리고 있다. 즉 AI가 인간 기술자의 실험을 데이터로 학습해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법을 지속적으로 판단해 개발하는 것이다.
이 실험에서는 실제로 망막 치료를 위해 체세포를 배양할 때의 다양한 조건에 관한 데이터를 자동 실험 로봇을 통해 축적하고 이를 AI가 분석해 보다 좋은 세포 배양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인간이 간여하지 않아도 자율 실험의 성과가 입증된 것이고 AI가 보조원 이상의 역할을 한 셈이다.
각종 과학 실험 과정에서는 약제의 성분 등이 미묘하게 다르기 때문에 과학 논문의 근거가 되는 실험 결과의 재현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도 있지만 실험 과정의 AI 로봇화는 바로 정확하게 실험 조건을 데이터화할 수 있어 과학 연구 결과의 보급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화학연구소의 실험 로봇에 의한 방법이 숙련된 인간 과학자의 방법과 미묘하게 다르고 인간 노하우의 디지털화 방법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공장 자동화 등에서는 숙련된 노동자나 기술자의 노하우를 방대한 데이터로 축적해 이를 AI에 학습시키는 방법으로 이뤄져 왔다. 하지만 인간 노하우에 기반한 최적치와 로봇에 의한 공법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보다 다른 차원에서 AI 로봇에 맞는 최적치를 찾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일본은 원래 연역법 기반의 AI 연구에서 실적을 축적해 왔고 이를 귀납법 기반의 딥러닝과 연계하면서 일본 산업의 강점인 로봇 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이노베이션을 모색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방대한 규모로 추가되고 있는 과학 기술 논문을 추적하는 것도 어려운 가운데 AI의 활용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보조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AI 로봇을 점차 본격적인 연구자로 개발하려는 노력이 과학 기술뿐만 아니라 산업 경쟁력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트렌드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지평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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