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의 대회’로 막 내린 WBC, 치열했던 6년만의 야구 축제[슬로우볼]

안형준 2023. 3.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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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6년만에 돌아온 야구 축제가 '오타니의 대회'로 마무리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연기돼 2017년 이후 6년만에 개최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3월 22일(한국시간) 일본이 결승전에서 '홈 팀' 미국을 꺾으며 마무리됐다. 대회 최고의 스타로 개막 전부터 떠들썩하게 주목을 받은 일본의 오타니 쇼헤이는 명성을 그대로 증명하며 MVP를 수상했다.

대회 최고의 스타는 오타니였다. 2021시즌 투타겸업을 완벽히 성공시키며 아메리칸리그 MVP를 차지했던 오타니는 이번 대회에서도 투타겸업을 완벽하게 성공시켰다. 일본의 개막전 선발투수로 등판한 오타니는 일본의 우승을 결정짓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도 잡아냈다. 일본이 치른 대회 7경기 중 3경기에 등판해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1.86, 11탈삼진을 기록했고 타석에서는 3번 지명타자로 대회 전 경기에 출전해 .435/.606/.739 1홈런 8타점 1도루 10볼넷을 기록했다.

오타니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은 안타를 기록한 타자였고(10안타, 공동 1위) 가장 많은 이닝을 투구한 투수였으며(9.2이닝) 가장 많은 승리(공동 1위)를 거뒀고 가장 많은 볼넷을 골라냈으며 3번째로 많은 탈삼진을 기록했다(공동 3위). 오타니는 '이름값'이 아닌 성적으로 당당하게 MVP를 거머쥐었고 일본을 2009년 이후 14년만이자 대회 3번째 정상에 올려놓았다. 특히 결승전 9회초 2아웃 상황에서 소속팀 동료이자 세계 최고의 선수인 마이크 트라웃을 풀카운트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장면은 왜 오타니가 가장 가치있는 선수인지를 전 세계에 다시 한 번 알렸다.

이번 대회는 가장 강력한 전력을 가진 일본 대표팀 선수들의 '쇼케이스' 무대기도 했다. 어린 선수들이 대거 출전한 일본은 야마모토 요시노부(2G 1승, ERA 2.45, 12K), 사사키 로키(2G 1승, ERA 3.52, 11K)는 미래의 메이저리거로 큰 관심을 받았고 대회 중반까지 부진했던 무라카미 무네타카(7G .231/.364/.462 1HR 6RBI)도 준결승과 결승에서 인상깊은 활약을 펼쳐 눈도장을 찍었다.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한 요시다 마사타카(7G .409/.531/.727 2HR 13RBI)는 첫 빅리그 스프링캠프 대신 선택한 WBC에서 확실하게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자신을 각인시켰다. 요시다는 단일 대회 최다 타점 신기록도 작성했다.

역대 가장 화려한 선수들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는 여러 선수들이 빛났다. 명성을 다시 한 번 증명한 선수들도 있었고 예상을 뛰어넘는 활약으로 놀라게 한 선수들도 있었다.

미국 타선을 이끈 놀란 아레나도(.385/.448/.577 5RBI), 트레이 터너(.391/.440/1.043 5HR 11RBI), 트라웃(.296/.406/.556 1HR 7RBI) 등은 빅리그 최고의 스타 명성에 걸맞는 맹활약을 펼쳤다. 비록 결승까지 오르지는 못했지만 푸에르토리코의 프란시스코 린도어(.450/.500/.550 5RBI), 베네수엘라의 살바도르 페레즈(.429/.467/.929 1HR 6RBI), 멕시코의 랜디 아로자레나(.450/.607/.900 1HR 9RBI) 등은 여전히 빛나는 선수들이었다. 마운드에서는 마지막 대회에 나선 애덤 웨인라이트(미국, 2G 2승 ERA 2.25)를 비롯해 마커스 스트로먼(푸에르토리코, 2G ERA 3.00) 등이 활약했다.

푸에르토리코의 대회 사상 첫 퍼펙트게임을 이끈 호세 디 레온, 멕시코의 마운드를 이끈 패트릭 산도발(2G 1승, ERA 1.23), 이탈리아의 8강 진출을 견인한 맷 하비(2G 1승, ERA 1.29)와 니키 로페즈(KC, .474/.524/.632 7RBI), 지난시즌 소속팀에서 굉장한 부진에 허덕였던 요안 몬카다(쿠바-CWS, .435/.519/.739 1HR 5RBI), 타일러 오닐(캐나다-STL, .615/.722/.769 4RBI), 하비에르 바에즈(푸에르토리코-DET, .368/.368/.684 1HR 6RBI) 등은 반전의 모습을 선보였다.

새롭게 존재감을 알린 선수들도 있었다. 지난해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늦깎이 빅리거로 데뷔해 활약한 조이 메네시스(멕시코)는 이번 대회에서도 .370/.370/.593 2홈런 6타점 맹타로 올시즌 기대감을 키웠고 데뷔 3년만에 볼티모어 오리올스 로테이션에 안착한 딘 크레머(이스라엘)도 마운드에서 견고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데뷔 7시즌만에 처음으로 반전 성적을 쓴 호르헤 로페즈(푸에르토리코-MIN)는 이번 대회에서도 호투하며 지난해 활약이 우연이 아님을 알렸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의 유망주 도미닉 플레처(이탈리아)는 .368/.478/.632 1홈런 4타점 맹타를 휘둘러 팬들과 빅리그에서 만날 날을 기약했다.

야구의 변방으로 인식된 유럽 팀들의 약진도 인상깊었다. 이탈리아는 8강에 오르며 유럽 팀들 중 가장 뛰어난 성적을 썼고 영국과 체코는 사상 첫 본선에 올라 사상 첫 승리까지 기록했다. 특히 감독을 비롯해 선수단 대부분이 야구선수 외 '본업'을 가진 사실상의 아마추어 팀이었던 체코의 유쾌한 선전은 큰 감동을 줬다. 체코 선수단은 조별리그에서 오타니를 삼진으로 막아내자 어린아이들처럼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대한민국 대표팀은 처참한 성적표와 함께 냉혹하고 뼈아픈 현실을 직시하게 됐다. 4강 진출을 목표로 야심차게 출범한 대표팀은 한 수 아래 전력으로 평가받는 호주에게 조별리그 1차전에서 패하며 대회 시작과 동시에 벼랑 끝에 몰렸고 '최강' 일본에 콜드게임을 겨우 면하는 참패를 당했다. 체코와 중국을 상대로 승리했지만 조별리그 통과에 실패한 대표팀은 3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초라한 성적표와 함께 일찌감치 귀국했다.

KBO리그 선수들의 연봉이 크게 치솟았고 수시로 '100억 FA 계약'이 터지는 등 안방에서 '돈 잔치'를 벌여온 한국 야구는 도쿄 올림픽 노메달 수모를 겪은데 이어 WBC 3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굴욕을 겪으며 '거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KBO는 대표팀의 대회 탈락 후 사과문까지 발표하며 야구팬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고 재도약을 다짐했다.

그래도 빛난 선수들은 있었다. 메이저리그가 주목하는 이정후는 .429/.500/.571 5타점 맹타로 다음 오프시즌 포스팅 신청을 앞두고 무난한 쇼케이스를 치렀고 비록 '태도 논란'이 또 불거졌지만 강백호도 .500/.500/.643 2타점을 기록해 성적만큼은 뛰어났다.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던 양의지는 사실상 마지막 태극마크를 단 이번 대회에서 .400/.455/1.000 2홈런 5타점을 기록해 명예 회복에 성공했고 박세웅은 2경기에서 6이닝을 투구하며 1승, 평균자책점 0.00, 무볼넷 9탈삼진 맹투로 '차세대 에이스'로 기대감을 키웠다.

6년만에 돌아온 야구 축제는 치열했던 경쟁을 마무리했다. 가장 빛난 오타니와 또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한 '무관의 제왕' 트라웃은 이제 같은 유니폼을 입는 동료로 돌아간다. 다른 선수들 역시 메이저리그와 KBO리그, 일본 프로야구 등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 새 시즌을 준비한다. WBC를 경험한 선수들이 올시즌 자신의 자리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WBC를 바탕으로 어떤 성장과 반전을 이뤄낼지 귀추가 주목된다.(자료사진=오타니 쇼헤이)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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