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호 한도 상향 논의 '급물살'…은행권 일부 우려 목소리도
SVB 사태 계기로 예금자보호법 개정 급물살
우리나라 예금보호 한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
은행권 일각 "저축은행으로 돈 몰릴 것… 건전성 문제 살펴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여파로 미국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예금자보호액을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예금보호액 상향을 당론으로 정하는 등 구체적인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은행권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예금자보호법은 2001년 시행령을 통해 보험금 한도를 5천만원으로 정해진 이후 22년째 동결돼 있다. 실리콘밸리은행처럼 은행이 파산하거나 영업이 정지돼 예금자에게 예금을 돌려줄 수 없는 상태가 되더라도 최대 5천만원까지는 보호해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예금보호한도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미국은 25만달러(약 3억 2700만원), 영국 8만 5천파운드(약 1억 3500만원), 일본 1천만엔(약 1억원) 등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01년 1만 5736달러에서 지난해 3만5003달러로 두 배 정도 증가했음에도 불구, 예금보호한도는 그대로였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예금보호한도인 5천만원을 넘어서는 예금 비율은 늘어나는 추세다. 예금보험공사가 국회 정무위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예금보호한도 5천만 원을 넘어서는 예금의 비율은 지난해 6월 기준 65.7%, 1152조 7천억 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7년 724조3천억원에서 크게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은 10.7%(5조 4천억 원)에서 16.4%(16조 5천억 원)으로 높아졌다.
여기에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처럼 금융리스크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예금보호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여야 모두 예금보호 한도 상향에 찬성하고 있어 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를 언급하며 "우리나라의 예금자보호 한도를 재검토할 시점이 됐음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 10명은 지난 20일 예금자 보호를 위한 보험금 지급 한도를 1억원 이상으로 하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예금 보험금 한도를 1억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한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예금자 보호도 현행 5천만원인데 1억원으로 늘리고, 여러가지 필요에 따라서 미국처럼 전체 예금자를 보호할 수 있는 예금자 보호 정책을 곧 입법 발의해서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경제위기대응센터 역시 예금 보호 한도를 1억원 이상의 범위에서 예금보험위원회 의결을 거쳐 정하도록 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5천만원이 넘는 예금을 보유한 예금주가 일부에 지나지 않아 한도를 상향해도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예금보험공사에 납부하는 예보료가 늘어나 일반 고객의 예금금리 인하 등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지적이다.
예금보호한도가 1억원으로 상향되면 예금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으로 예금이 쏠릴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현재 금리가 상대적으로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5천만원 이하로 예금을 하는데, 만약 보호 한도가 1억원으로 늘어나면 시중은행의 예금이 저축은행으로 쏠릴 수도 있어 시중은행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변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이후 제2금융권 건전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 만약 아무런 조치없이 예금자보호 한도만 늘리면 또다른 예금금리 경쟁이 과열되며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 이뤄지는 논의는 예금보호 한도가 상대적으로 너무 낮은데서 출발한 것"이라며 "과도하게 저축은행에 대한 규제만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경계했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예금보호 한도 상향과 관련한 개정법안 검토보고서에서 언급한 금융연구원의 '예금보험제도 보호한도 및 보호대상 범위의 적정성 연구'는, 금융위기가 현재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금보호 한도 확대가 예금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해 금융기관의 위험선호 행동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또 예금보험료 부담이 확대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예금보호 한도 확대는 은행 등 금융회사로부터 뱅크런이 발생하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현재화될 경우 금융시장 안정화차원에서 시행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금보호한도 상향으로 시중 자금이 고금리를 좇아 움직이면 또 다른 형태의 '뱅크런'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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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초롱 기자 pc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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