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원→1억원 높아지나…뱅크런 막아준다 vs 98% 서민만 손해
미국 SVB(실리콘밸리은행)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이 예금보호한도 확대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불안심리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막아 안정성을 높이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예금을 받는 은행권은 실효성이 없고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예금보험료 증가로 예금금리는 낮아지고 대출금리는 오를 수 있어 대다수 소비자는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금보호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은 여당에서도 나온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전날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2001년 기존 2000만원 한도에서 상향된 이후로 20년 넘게 그대로 묶여있는 것으로 시대에 맞게 예금보호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예금보호한도가 경제 규모 확대 속도를 따라오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2001년 이후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2.7배가 늘었지만 보호한도는 5000만원이 유지되고 있다. 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해외 주요국은 보호한도를 상향 조정했다. 2008년 미국은 예금보호한도를 10만달러에서 25만달러로 높였고, 영국은 3만5000파운드였던 보호 한도를 2008년 5만파운드, 2010년 8만5000파운드(약 1억3600만원)로 높였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예금보호 한도 증액은 국내 경제 발전 정도를 보면 소비자 보호를 위해 당연한 조치"라며 "GDP 수준을 기준으로 예금보호한도는 1억원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우선 법률로 한도를 2억원 정도로 해 두고, 그때그때 경제 상황에 따라 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예금보호한도에 민감한 저축은행으로 '머니무브'가 이뤄질 가능성과 영향도 심도있게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당국에서 진행한 예보료율 등 연구용역 중간 보고에 따르면 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하면 저축은행 예금이 최대 40% 증가할 수 있는 추정 결과가 나왔다. 미국에서도 보호한도를 상향한 이후 저축은행 자산이 은행보다 더 많이 증가한 사례가 있다. 1980년대 보호한도를 4만달러에서 10만달러(약 3억2700만원)로 높인 직후 3년간 저축은행의 자산이 5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은행은 24% 증가에 그쳤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예금보호한도 상향은 예전부터 일부에서 주장됐으나 감안해야 할 부분이 많아 쉽게 진행하기 어려웠다"며 "금융사 입장에서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 이해관계자가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선 5000만원 이상을 예금에 두고 있는 소비자가 별로 없어 한도 상향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부보 예금(예금보험제도 적용을 받는 예금) 중 5000만원 이하 예금자수 비율은 전체의 97.8%에 달했다. 저축은행, 생명보험, 손해보험 등 금융사 전체 평균은 98.1%에 이른다.
소비자 편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예금보호한도가 오르면 예보료가 증가할 수 밖에 없고 일부는 소비자가 부담할 수 밖에 없다. 예금금리가 깎이고 대출금리가 오를 수 있다. 5000만원 이상을 예치한 약 2% 소비자를 위해 98% 소비자가 손해를 보는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과거에도 예금보호 한도 상향 여부는 수 차례 이슈가 됐었는데, 실효성을 이유로 급하지 않다고 결론이 났었다"며 "미국이나 유럽의 은행 상황과 분리해서 국내 은행의 상황을 냉정하게 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김상준 기자 awardkim@mt.co.kr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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