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지멘스보다 뛰어나"… 국산 로봇, 막힌 심혈관 넓힌다

최영찬 기자 2023. 3. 23.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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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순 서울아산병원 의공학연구소 교수 겸 엘엔로보틱스 대표 "글로벌 경쟁력 자신"
최재순 서울아산병원 의공학연구소 교수 겸 엘엔로보틱스 대표가 관상동맥 조영술(심혈관 조영술)과 관상동맥 중재술을 보조하는 로봇 에비아의 기술 경쟁력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심혈관 이외 뇌혈관, 마취통증의학과, 재활분야 등에 보조로봇을 활용할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사진=엘엔로보틱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17일 엘엔로보틱스의 관상동맥 조영술(심혈관 조영술)과 관상동맥 중재술을 보조하는 로봇 에비아(AVIAR)를 품목허가했다. 관상동맥 중재술 보조로봇에 대한 첫 승인이다.

관상동맥 조영술이란 협심증·심근경색증 등 허혈성 심장질환 진단을 위한 검사 중 하나로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을 촬영해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힌 부분이 있는지 관찰하는 진단검사다. 관상동맥 중재술은 가늘고 긴 철선(스텐트)을 이용해 심혈관에 접근한 뒤 좁아진 혈관에 풍선(카테터)을 넣어 혈관을 넓히는 시술법이다.

엘엔로보틱스 창업자인 최재순 서울아산병원 의공학연구소 교수는 20여년간 국립암센터, 고대안암병원 등을 거치며 의료로봇을 연구·개발해 왔다. 이번에 식약처의 품목허가를 받은 에비아는 의료진의 심혈관 중재시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의료진이 직접 손으로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하면 환경과 숙련도에 따른 편차가 발생한다. 의료진은 시술 시간(30분~2시간) 동안 진단·치료상태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사용하는 엑스레이 등의 방사선 장비에 노출되는 문제점도 있다. 최 교수는 "의료진이 방사선 피폭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각종 시술을 보조하는 로봇을 개발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Libertas Nova'(새로운 자유)의 앞 글자 L과 N을 따 회사 이름을 엘엔로보틱스로 정했다"고 귀띔했다.



기술 경쟁력 자신… 해외서도 높은 관심


최 교수는 경쟁할 만한 해외기업으로 독일의 지멘스와 프랑스의 로보캐스를 꼽았다.

지멘스는 201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2019년 유럽연합 통합규격(CE) 승인을 받고 심혈관 중재시술 로봇을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2019년 심혈관 수술을 보조하는 미국 로봇 회사인 코린더스 바스큘러 로보틱스를 11억달러에 인수하는 등 기술 경쟁력 제고에 힘쓰고 있다. 로보캐스는 2019년 유럽 CE승인을 받았다. 최 교수는 "지멘스와 로보캐스의 로봇은 출시된 지 오래돼 비교적 최신 기기인 에비아의 기능이 뛰어나다"고 자신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에비아만이 보유한 차별적 기능은 햅틱 인터페이스의 적용과 최대 4개의 카테터를 동시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에비아를 원격 조종하는 손잡이에 햅틱 인터페이스를 적용해 시술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미세한 감각을 손으로 느낄 수 있게 한 것이다.

여기에 기존 해외 심혈관 시술 보조로봇은 스텐트와 카테터를 한 번에 한 개씩만 운용할 수 있다. 에비아는 스텐트 한 개에 카테터를 최대 4개까지 활용할 수 있어 의료진이 복잡한 사례에 대해서도 간편하게 시술할 수 있게 해 준다.

최 교수는 선진 의료기기 시장인 미국과 유럽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진출을 위해 FDA에 임상 시험 진행방식을 놓고 예비 질의서를 보내놓고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유럽에서는 프랑스에서 CE인증 획득을 위한 임상 시험을 진행할 계획을 세웠다.

중국 시장 진출 가능성도 무르익고 있다. 식약처로부터 지난 2월 품목허가를 받았지만 이미 중국에서는 2년 전부터 에비아에 강력한 러브콜을 보이는 기업이 있어서다. 최 교수는 "중국에 있는 한 글로벌 업체는 중국 현지에 혈관 시술 보조로봇 업체가 7~8곳이 있음에도 우리 로봇을 도입하는 데 적극적이다"고 말했다.

관상동맥 조영술(심혈관 조영술)과 관상동맥 중재술 보조로봇 에비아 시연 모습. /사진=엘엔로보스틱스


다음 목표는 뇌혈관·마취통증의학과·재활분야 로봇


최 교수는 의공학연구소에서 연구 중인 로봇을 엘엔로보틱스를 통해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심혈관 이외 로봇을 적용할 분야로 뇌혈관, 마취통증의학과, 재활분야 등을 눈여겨보고 있다. 최 교수는 "심혈관 중재시술 로봇을 개량하면 뇌혈관 중재시술 로봇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 "최근 개원이 많은 마취통증의학과에서도 척추 엑스레이 촬영 등이 많아 의료진의 방사선 피폭 문제가 심각해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는 로봇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신경이상 등으로 인한 상지(팔) 마비 환자를 위한 재활로봇에도 관심이 높다. 그는 "재활로봇이 심혈관 시술로봇 이외 가장 상용화 단계에 가까운 단계에 있다"며 "올해 하반기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에비아의 지속적 개량과 글로벌 임상 추진, 새로운 로봇 개발을 위해 연내 약 200억원을 유치하기 위한 시리즈B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엘엔로보틱스는 2021년 10월 시리즈A 투자를 통해 80억원을 확보했다. 차근차근 성장한다면 10년 뒤인 2033년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 교수는 "식약처의 승인 덕분에 엘엔로보틱스를 둘러싼 투자분위기는 좋다"면서 "이르면 2년 뒤, 늦어도 3년 뒤에는 주식시장에도 상장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최영찬 기자 0chan1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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