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이상한 유럽 출장’ …‘핫플’ 돌며 개발계획만

김선식 2023. 3. 23.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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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어놓은 문화시설 하나가 도시 브랜드 이미지를 완전히 바꾼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유럽 출장에서도 △한강 곤돌라 설치 △여의도 국제금융시설 조성 △월드컵공원 등 서울 공원 명소화 △성수동 삼표시멘트 부지 미래업무지구 개발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 △한강 부유식 수영장 설치 △마포 소각장 첨단화 등이 오 시장 입을 통해 기사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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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15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하이드 파크(Hyde Park)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서울시 제공

“잘 지어놓은 문화시설 하나가 도시 브랜드 이미지를 완전히 바꾼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18일 독일 함부르크의 엘프필하모니를 둘러본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재진 앞에서 밝혔다는 ‘시찰 소감’이다. 이 자리에서 오 시장은 열흘 전 밝힌 ‘여의도 제2세종문화회관’ 구상을 조금 더 구체화해 내보였다. 서울시청이나 여의도공원에서 발표해도 무방한 내용을 이역만리의 유명 건축물을 찾아가 공개한 셈이다. 오 시장의 이날 행보는 유럽 출장을 수행한 서울시 출입기자들에 의해 함부르크발 기사로 일제히 보도됐다.

‘세계 건강도시 파트너십 시장회의’ 참석차 지난 12일 출국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9박11일의 출장 일정을 마치고 22일 귀국했다. 오 시장의 이번 출장은 영국 런던, 아일랜드 더블린, 독일 함부르크, 덴마크 코펜하겐을 돌아보는 일정으로, 세계적 금융도시들의 투자 유치 전략과 유럽 수변 도시들의 선행 개발 사례를 직접 둘러본 뒤 성공 비결을 꼼꼼히 챙겨 오겠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문제는 오 시장의 출장 일정이 유럽의 ‘핫플레이스’를 찾아가 서울의 유사한 개발계획을 발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이다. 정책적 참조점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 오기 위한 출장이 아니라, 국내에서 이미 틀을 잡아놓은 정책을 공개하려고 비싼 돈 들여 ‘해외 로케’를 다녀온 셈이다.

오 시장은 재선 뒤 싱가포르·베트남(6박7일), 프랑스·스위스·스페인·네덜란드(9박11일, 중도 귀국), 영국·아일랜드·독일·덴마크(9박11일)까지 세번의 외국 출장을 다녀왔다. 앞선 두차례 출장에서도 외국 명소 시찰 뒤 국내 개발계획 발표가 주요 일정에 포함됐다. 싱가포르에서는 고품질 임대주택 시범 조성과 세운 재정비 촉진지구 개발계획을, 프랑스에서는 용산 녹지공원과 국가 상징 가로 조성, 수서 차량기지 복합 개발, 세종문화회관 리모델링 계획을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이번 유럽 출장에서도 △한강 곤돌라 설치 △여의도 국제금융시설 조성 △월드컵공원 등 서울 공원 명소화 △성수동 삼표시멘트 부지 미래업무지구 개발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 △한강 부유식 수영장 설치 △마포 소각장 첨단화 등이 오 시장 입을 통해 기사화됐다. 대부분 이미 결정된 정책에 세부 내용을 일부 더해 발표한 것이다.

이런 오 시장의 출장 스타일은 전임 박원순 시장과 견줘보면 차이가 뚜렷하다. 박 전 시장은 재선 뒤 9개월간 네차례 외국 출장을 다녀왔다. 덴마크·독일(3박5일), 미국(7박10일), 중국(5박6일), 일본(5박6일)이 출장지였는데, 이 기간 발표한 자료 22건 중 국내 개발계획과 관련된 것은 △안데르센 동화공원 조성 △서울역 고가 녹지공원화 2건뿐이었다. 나머지는 패션박람회 서울 유치, 두 도시 간 문화관광시설 이용 할인, 통합재난관리조직 운영 노하우 관련 상호 교류, 국제회의 발표와 강연 등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순방 스타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예전처럼 시민들이 해외 사례를 알기 힘들면 현지에서 직접 설명하는 게 정보로서 의미가 있지만 지금은 그런 방식의 홍보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며 “오 시장의 순방은 신상품 광고를 해외에서 찍는 식의 마케팅 기법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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