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과 성희롱 값은 최저임금뿐…병들어가는 콜센터 상담사

오민주 기자 2023. 3. 2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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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40건 콜, 과도한 감정노동 시달려... 근무 환경 개선·법적 보호 장치 등 시급
전문가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해야”... 고용부 “1천여곳 대상 점검, 대책 마련”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이미지투데이 제공

 

#1. 유통업체 콜센터 상담사로 근무했던 A씨는 반복된 악성 민원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XX년’, ‘말귀를 못 알아 X 먹는다’ 등의 비하 발언이 일상이었지만 통화를 바로 종료할 수는 없었다. 위탁 업체에 소속된 비정규직 신분이었던 A씨는 실적압박을 계속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병원으로부터 불안 수치가 너무 높다며 일을 그만둘 것을 권고받았다. 

#2. 하루 140건. 콜센터 근무 시간 동안 채운 콜 수다. 전자제품 콜센터 상담사로 일하는 B씨는 밀려오는 전화에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 자리에 없을 때는 전산에 ‘휴식 중’이라고 표시돼 눈치가 보여 갈 수도 없다. 휴식 시간 없이 일해도 손에 남는 건 최저임금 200만원 남짓. 같이 들어온 13명의 신입 중 남은 사람은 B씨 혼자다.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시행된 지 5년 차에 들어섰지만, 감정노동자의 대표 직종인 콜센터 상담사가 여전히 폭언과 성희롱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민주노총 경기본부 등에 따르면 전국 콜센터 상담사는 약 50만명으로 이 중 77%가 비정규직인 것으로 추산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콜센터 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2021)’에는 상담사들이 매달 평균 12회의 폭언과 1회 이상의 성희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시행되기 전인 2008년보다 폭언은 약 62%, 성희롱은 약 14% 증가한 수치다.

더욱이 강도 높은 감정노동에도 콜센터 상담사들의 평균 월급은 217만원(2020년 기준)으로 최저임금 수준이다. 이러한 현실 탓에 콜센터 상담사들의 평균 근속기간은 6개월로, 1년 미만 근무한 상담사는 전체의 89%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현행법의 취지대로 감정노동자를 보호하려면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사업장 내 보호 조치에 대해 실효성 있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인임 감정노동 전국네트워크 정책팀장은 “현행법상 사업주의 벌칙 사항이 약하다 보니 악성 민원에 대해 상담사들은 아무런 대응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반복적인 욕설과 성희롱을 하는 고객의 전화는 바로 끊을 수 있도록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감정노동에 취약한 업종 1천여 곳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매뉴얼 배포나 컨설팅뿐만 아니라 감정노동자와 면담을 통해 심리상담 기관 연계를 해주는 등 적극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오민주 기자 democracy55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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