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올해 금리인하 생각 안해... SVB는 예외적 사례, 리스크 아냐”

회견서 “은행권 위기에 금리 동결도 고려”
“SVB는 예외적 사례, 시스템 리스크 아냐”
“여전히 인플레로 국민 고통”
실망한 뉴욕증시 일제히 급락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이 22일(현지시각) 워싱턴 DC의 연준 청사에서, 이달 FOMC의 금리 인상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2일(현지시각)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결정을 발표한 뒤 “(은행권 위기 때문에)이번에 금리 인상 중단을 고려했었다”면서도 “여전히 고공행진 중인 인플레이션 때문에 올해 금리 인하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연준은 21~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준금리 결정 회의) 정례회의를 통해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지난해 3월 이후 제로금리를 1년만에 연 4.75~5%까지 끌어올렸다. 이어 파월 의장은 워싱턴 DC의 연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리 인상 중단을 고려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며칠 전부터 고려하긴 했다”면서 “그러나 금리를 동결하기엔 물가 압력이 너무 높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1년간 인플레이션 억제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온 연준 앞에 이번 실리콘밸리은행(SVB) 뱅크런·파산과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파산 위기가 큰 변수로 떠오르면서 금융 불안 대응이라는 또다른 과제를 연준이 무시하기 어렵게 된 상황이라는 뜻이다.

파월 의장은 실제 이날 회견을 시작하자마자 최근 미 중소형 은행의 연쇄 파산 위기와 관련, 제2의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을 불식시키는 발언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미국의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고 회복력이 있으며, 우리는 풍부한 유동성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SVB 붕괴는 예외적 사례일 뿐, 미 은행 시스템 전반에 있는 위험이 아니다”라면서 “향후 은행 위험을 줄이기 위해 더 엄격한 신용 조건을 적용하는 등 추가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파월 의장은 그러나 “여전히 물가상승률이 높고 노동시장은 극단적으로 타이트(일자리 대비 구인자 부족)하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미 국민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다”고 했다. 금융 불안보다는 인플레이션 대응에 일단은 더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22일(현지시각) 미 연준이 0.25%p의 금리인상을 단행한 직후 뉴욕증권거래소의 모습. 예상에 부합하는 소폭 금리인상에 뉴욕증시는 상승했다가, '올해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란 파월 연준의장의 기자회견 직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로이터 연합뉴스

한편 이날 연준은 금리 인상 결정과 함께 발표한 향후 금리 전망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치를 점으로 찍은 것)에서 올 최종금리로 5.10%(5~5.25%의 중간치)를 제시했다. 베이비스텝 정도의 금리 인상을 한 번만 더 하고 끝낸다는 뜻이다. 이에 취재진이 “긴축 강도가 약해진다면, 올해 중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느냐”고 묻자 파월은 “올해 금리 인하는 예상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미 기준금리가 5%대로 한동안은 지속될 전망이라는 뜻이다.

파월 의장은 특히 앞서 발표된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6.0%로 다소 둔화된 데 대해, “지난달보다 근원물가가 더 낮아지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섣불리 통화 정책을 바꿀 때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이어 “연준이 물가를 2%로 낮출 것이라고 대중이 확신하고 있는데 우리는 행동으로 그 자신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뉴욕 증시는 이날 연준이 예상대로 베이비스텝으로 긴축 속도를 지난달에서 더 높이지 않자 다소 상승했었다. 그러나 오후에 “올해 중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란 파월 의장의 발언이 나오자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다우평균이 1.63%, S&P500과 나스닥 지수가 각각 1.65%, 1.60% 하락해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