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CEO "넷제로는 전략적 필수…고객이 원하기 때문"
세계 최대 해운사이자 물류회사인 AP몰러-머스크의 빈센트 클럭 최고경영자(CEO)가 머스크의 넷제로(탄소중립·탄소 순배출량이 '제로'인 상태) 전략을 설명하며 거듭 강조한 건 바로 '고객들의 요구'다. 탄소배출을 덜 하는 운송기술·시스템의 확보가 고객사를 유지하고 확대할 수 있는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
머스크는 전세계 고객사들의 제품을 실어 나른다. 머스크의 넷제로 전략은 이 고객들 중 상당수가 공급망에서의 탄소중립까지 선언한 상황과 직결돼 있다. 앞서 머스크는 "우리의 가장 큰 200개 고객 중 반 이상이 공급망에서의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했다"며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디즈니, H&M, 프록터앤갬블(P&G), 유니레버 등을 언급했다.
머스크가 지난해 1월 공표한 탄소중립 실현 시점은 2040년이다. 기존 계획을 10년 앞당긴 목표다. 2050년 선박의 탄소 배출을 2008년 대비 70% 수준으로 감축한다는 유엔 국제해사기구(IMO)안 보다도 적극적이다. 머니투데이는 클럭 CEO를 만나 머스크의 넷제로 전략과 전세계 공급망 변화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한국에 방문한 목적을 간략히 소개해 달라.
▶지난 3년간 우리는 세계를 오갈 수 없었다. 아시아는 마지막으로 다시 문을 연 지역이다. 아시아 고객들은 머스크의 사업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 중 한국은 각기 다른 이유로 매우 중요하다. 우선 시장 규모가 크다. 자동차 육상 물류를 개발하는 우리의 전략과 더불어 많은 성장 잠재력을 가진 매우 중요한 시장이기도 하다. 또 한국은 머스크가 대부분의 선박을 발주한 나라다. 우리 선박의 대부분은 한국에서 건조됐다.
-머스크는 2040년 넷제로 달성이란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머스크가 이 같은 도전적 목표를 세운 동기는 무엇인가.
▶머스크는 전 영역의 운송 수단에 걸친 엔드 투 엔드(End To End) 물류 서비스*의 전세계적 공급자다. 머스크가 넷제로를 사업의 전체 영역으로 확장하는 건 전략적으로 필수불가결하다. 우리는 204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과학기반감축목표이니셔티브(SBTi)*의 경로에 맞춰 중간 목표도 설정했다. 2030년까지 중요한 진전을 이루기 위해 지금 행동해야 한다.
- 머스크의 많은 주요 고객들이 넷제로 달성을 선언했다. 이 같은 움직임이 머스크의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탈(脫)탄소화는 우리 고객 다수에게 필수적인 것이 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머스크의 'ECO 딜리버리 오션(머스크가 제공하는 해상 물류 탈탄소화 솔루션)'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강력한 탈탄소 솔루션의 지속적 구축은 우리를 (고객사들의) 강력한 파트너가 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 머스크는 최근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등 저탄소 선박을 발주하고 있다. 메탄올 추진선 외에 넷제로 달성을 위해 고려하는 다른 기술적 수단이 있다면?
▶ 현재로서는 그린 메탄올에 집중하고 있다. 동시에 그린 암모니아 연료를 만드는 작업도 하고 있다. 2040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는 모든 신조 선박을 그린 연료로 운행할 것이다. 우리는 또 기존 선박을 그린 메탄올로 운행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게 가능한 지 여부의 실행 가능성을 살펴 보고 있다. 미래에는 이 같은 전환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다.
-넷제로 달성에는 투자가 필요하다. 수익 창출의 측면에서 이런 투자로 어떤 효과를 기대하나.
▶사실 선박 교체엔 많은 투자가 필요하지 않다. 배는 약 25년 동안 운항하는데, 매년 이 선박들을 점진적으로 교체한다. 약 4%의 선박이 매년 교체된다. 그린 메탄올 추진선의 선가는 (기존 선박과) 비슷하다. 현재 메탄올과 일반 연료 모두로 운항할 수 있는 선박(이중 연료 추진선)을 보유해 약간 더 많은 투자를 하는 정도다. 투자의 관점에서 보면 큰 문제가 아니다. 다만 운영 비용(그린 메탄올의 확보) 측면에서 보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린 메탄올의 가격이 기존 연료 비용과 비교해 상당히 경쟁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발효 후 우리는 지금 연료 제조에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는 걸 보고 있다. 중국도 그린 메탄올이 미래에 가질 중요성에 상당한 베팅을 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유럽, 한국, 일본 등 대규모 산업 국가들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유사한 투자를 단행하는 걸 보게 될 것 같다. 에너지를 자국 안에서 만드는 게 에너지 정책의 중요한 일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25년 이후 스위스 선사 MSC와의 2M 동맹을 해체하기로 최근 공표했다. '각자의 전략을 추구하기 위해'라고 결별의 이유를 밝혔다. 해상뿐 아니라 육상·항공 등 통합 물류 전략을 강화하는 머스크의 전략과 관련된 것인가.
▶ 이 결정은 통합 물류 전략을 추구하기 위한 우리의 자연스러운 다음 행보다. 2M은 2015년에 형성됐고, 머스크의 전략은 변화해 왔다. 우리는 물류의 통합 공급자가 되고, 고객의 공급망을 연결하며, 공급망을 간소화하는 행보를 가속화하고 싶다. 2015년의 핵심 과제는 대형 선박의 활용을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충분한 양의 화물이었다. 2025년의 과제는 해상과 육상 네트워크를 더 잘 연결하는 것이다.
-전세계 화물 운송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만큼, 미국과 중국의 부분적 디커플링(비동조화) 등 최근의 지정학적 변화는 머스크의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이 같은 변화가 머스크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나.
▶ 노동 집약적·저부가가치 재화의 생산이 중국에서 다른 저비용 국가로 이동하는 과정은 수년간 이어졌다. 그러나 중국은 다른 곳이 대체할 수 없는 매우 강력한 공급망과 규모의 이점으로 인해 상당한 경쟁력을 계속해서 보유하고 있다. 지정학적 이슈 역시 상당히 고려되는 사항이다. 특히 규제, 과세, 수출 통제 등을 부과하는 지역에서 그렇다. 게다가 많은 국가들이 전략적 원자재의 의존도와 관련한 취약함을 다루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균형감각을 유지해야 한다. 지난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한 연구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이 전략적 취약성을 갖고 있는 수입품은 전체의 6%고, 이 중 절반이 중국과 관련이 있다. 다시 말해, 단지 이 3%에 대한 노출을 줄이고 대안을 찾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을 뿐이란 말이다.
-미중 관계 변화 등 지정학적 변화는 전반적인 전세계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플레이어로서, 이 영향을 어떻게 예상하는가.
▶시장 기반의 정책들은 지난 60년 중 어느 때보다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앞으로 지정학적 관계는 긴장 상태가 이어질 것이다. 일부 공급망들은 경제 보다는 정치적 선택에 의해, 기후 변화의 점증하는 영향에 의해 형성될 것이다. 지정학적 긴장과 정치적 불확실성의 고조는 공급·수요·물류 인프라의 와해, 궁극적으로 공급망의 파편화를 통해 미래의 공급망에 강력하고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엔드 투 엔드(End To End) 물류 서비스: 머스크가 2018년 수립한 복합물류 전략. 말 그대로 '화주부터 고객의 집 앞까지' 운송을 담당한다는 의미다. 이 전략에 따라 머스크는 사업영역을 해상운송에서 육상운송, 컨테이너 관리, 전자상거래 플랫폼 구축 등 통합 물류사업으로 확대해 왔다.
*과학기반감축목표이니셔티브(SBTi): SBTi는 파리 기후변화 협약 이행을 목적으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을 돕고 이를 검증 및 공식 승인하는 글로벌 이니셔티브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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