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객 늘었다는데… 항공 등 관광株는 오히려 하락
작년 말 국내외 관광객이 늘고 있다는 소식에 관광 관련 주식을 사들인 회사원 김모(34)씨는 3개월째 주가가 마이너스인 화면만 보고 있다. 당시 매수했던 대한항공과 호텔신라 등이 올 들어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주변에는 해외여행을 간다는 사람이 부쩍 늘고 명동에 중국인 관광객들도 돌아왔다는데, ‘관광 대장주’만 고른 내 주식창은 왜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사실상 종료되면서 급등할 것으로 기대됐던 항공, 관광, 호텔 등 관광주가 올해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중이다. 이미 지난해 연말 엔데믹에 따른 주가 상승 기대감이 반영된 데다 방한 관광객 회복도 예상보다 더뎌서다. 하지만 3월 말부터 여행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시작하면서, 전문가들은 1분기 관광 분야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행 풀려 뜬다더니… 관광株 ‘주르륵’
항공, 여행, 호텔, 카지노 등 관광 관련주들은 올해 초 국내 증시가 ‘깜짝 랠리’를 펼칠 때에도 상승률이 높지 않았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호텔신라, 강원랜드, 하나투어 등 국내 여행 관련 19개 기업으로 구성된 미래에셋 ‘타이거 여행 레저 상장지수펀드(ETF)’의 가격은 올해 1월 8% 상승했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가 10%가량 상승한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상승세가 덜했던 것이다.
2월 들어서부터는 대부분의 관광 관련 종목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 2월 1일부터 3월 21일까지 대한항공이 6.5%, 아시아나항공이 13.9% 하락했고 대부분의 저가항공사 주가도 10%대 하락세를 보였다. 하나투어, 롯데관광개발, 호텔신라 등 관광 기업과 카지노 기업들의 주가도 5% 안팎 하락했다.
이처럼 관광 관련주들이 하락세를 보인 것은 연초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세가 예상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달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월 방한 외래 관광객 수는 43만 4429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0% 급증했지만 지난해 10~12월에 비하면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계절적인 특성과 함께 중국과의 코로나 관련 비자 제한 갈등도 영향을 미쳤다.
항공주의 부진에는 다른 요인도 영향을 미쳤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대형 항공사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 급증했던 화물 수요가 오히려 줄어들면서 운임이 하락했다. 여행 수요가 저가항공사 주력 지역인 일본, 동남아 등 근거리에 한정된 것도 악영향을 끼쳤다. 저가 항공사의 경우에는 운행이 확대되면 코로나 팬데믹 중 오른 운임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왔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운임은 지속 가능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점진적으로 재개될 항공기 신규 도입과 운항 확대 영향으로 경쟁 강도가 재차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여행 수요, 올해는 완전히 회복할 듯
관광객이 늘면서 카지노와 여행사들의 실적은 확실히 회복세에 들어선 모습이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내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는 강원랜드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연결 기준 2176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강원랜드는 지난 2019년 영업이익이 5012억원이었으나 코로나 첫해인 2020년에는 4316억원, 2021년에는 527억원의 영업 손실을 내며 2년 연속 적자였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와 호텔·리조트를 운영하는 파라다이스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104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파라다이스는 2020년 862억원, 2021년 552억원의 적자를 낸 바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올해 강원랜드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5.4%, 파라다이스의 영업이익은 지난해의 10배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하나투어가 올해 165억원, 모두투어가 141억원 흑자를 볼 것으로 추정하는 등 여행사 실적이 올해는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3월 말부터 한중 여객 노선 공급이 확대되면서 트래픽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4월 29일부터 5월 3일까지 이어지는 중국의 노동절 연휴 대목을 앞두고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 여행을 허가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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