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생 못 구해서”… 식당들 눈물의 ‘주5일 영업’
서울 성수동에서 이탈리안 화덕피자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36)씨는 일주일에 5일만 가게 문을 연다. 맛집으로 알려져 대기 줄이 생길 만큼 인기지만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만 영업하고 월·화요일은 쉬는 것이다. 주 6일 오픈은 당연하고 ‘연중무휴’로 운영하기도 하는 다른 맛집들과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김씨의 경우 자발적인 ‘주5일제’는 아니다. 김씨는 “2020년 가게를 열었을 땐 주 6일 일했는데, 2021년 가을부터 아르바이트생 뽑기가 어려워져 어쩔 수 없이 영업일을 하루 줄인 것”이라고 했다. 식당을 일주일에 6일 이상 운영하려면 주6일 근무가 가능한 종업원을 구하든지, 기존 인원 외에 추가로 직원을 써야 하는데 둘 다 여의치 않았다는 것이다.
외식 업계 구인난이 심화하면서 어쩔 수 없이 영업일을 단축해 ‘주5일제’를 하는 식당이 늘고 있다. 이전에도 여의도나 광화문처럼 오피스 상권에 있는 식당은 회사원들 출근 형태에 따라 토·일요일 문을 닫는 경우는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유동 인구가 많은 인기 상권의 식당·카페·주점에서도 주5일제 식당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매출 타격 걱정으로 당장 전면적인 주5일제를 하진 못하지만, 격주 5일제, 특정 주 5일제를 도입한 곳도 적지 않다.
◇거리 두기 풀리자 더 심해진 구인난
주5일제를 하는 외식 업체 업주들은 “코로나 영향이 줄고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서 구인난이 특히 심해졌다”고 말한다. 서울숲 인근에서 예약제로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 A씨도 주 6일 가게 문을 열다가 주5일제로 바꿨다. 직원 1명이 그만둔 뒤 1년 넘도록 비슷한 업무 숙련도·시급 조건에 맞는 직원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작년 초부터 서울 양재동에서 김치찜 식당을 하는 김모(40)씨는 “조건에 맞는 아르바이트생을 못 구해 가족들이 모두 달라붙어 버텨왔는데 계속 운영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이 식당은 주5일제 단축이 아니라 아예 식당을 접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매년 조사하는 ‘외식업체 경영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업체들이 겪는 경영상 애로 사항 중 ‘구인의 어려움을 느낀다’는 비율이 2021년 조리(주방) 인력에 대해선 43.6%, 홀 서빙·카운터는 45.3%였는데 1년 만에 각각 51.9%, 56%로 뛰었다. 외식 업계 인력난은 다른 산업과 비교해도 특히 심한 편이다. 고용노동부 인력 부족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하반기 전체 산업의 인력 부족률은 3.4%(60만4611명)인데, 음식 서비스 분야는 5.3%(6만1881명)였다.
◇알바생도 5일 이하 근무 선호
젊은 세대 아르바이트생들의 ‘워라밸’ 선호 현상도 식당·주점 등의 구인난을 가중시킨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알바몬이 발표한 설문을 보면, 20대 아르바이트생 중 ‘주 2일’만 일한다는 답이 36.1%로 가장 많았고, ‘주 5일’이 21%, ‘주 3일’이 20.5%로 뒤를 이었다. 서울 한 번화가에서 소갈비 집을 하는 최승일(50)씨는 “주말이나 새벽 시간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구하기는 특히 더 어려워서 취준생 아들·딸 도움으로 운영해 나가고 있다”며 “일할 사람이 없어 일요일만 쉬던 걸 한 달에 두 번씩 토·일요일 모두 쉬는 걸로 바꿨고, 문 닫는 시간도 새벽 3시에서 밤 11시로 당겼다”고 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업주들이 먼저 ‘워라밸’을 내세워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기도 한다.
외식 업계에선 앞으로 구인난은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정부가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연차유급 휴가, 초과근무수당 지급 등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이 경우 인건비 부담이 더 늘어 나기 때문이다. 최승훈 외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외식 업계는 최악의 인력난 탓에 지금도 최저시급보다 높은 임금을 주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낮은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 자격을 완화해 외국인 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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