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차 오자 갑자기 비가 후두둑… 연천에 ‘스마트 도로’ 있다는데
지난 20일 경기도 연천에 위치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천 SOC(사회간접자본) 실증연구센터. 이날 자율주행차에 필수적인 차선 인식 시스템이 적용된 차량이 악천후에서 어떻게 운행하는지 알아보는 시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차량 뒷좌석에 설치된 화면에는 차량이 도로에 그려진 실선(차선)을 얼마나 정확히 인식하는지 퍼센트(%)로 표시됐다. 날씨가 맑은 도로에서 차선 인식률은 80~90%를 기록했다. 건설연 이석기 박사 연구진이 안개를 만들자 200m 길이의 터널 안이 금방 자욱해졌다. 차가 터널 안을 달리자 인식률은 20~30%까지 떨어졌다. 연구진이 비를 뿌렸을 때는 시스템이 차선을 인식하지 못했다. 이 박사는 “자율주행차 기업들도 악천후 상황을 대비하지 못하고 개발한 경우가 많다”며 “건설연은 눈, 비 등 여러 기상 상황을 구현해 안전한 자율주행차 개발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연 연천 SOC실증연구센터는 미래 도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같은 새로운 교통수단을 검증하고 운전자가 잘 볼 수 있는 도로 표지나 조명 등 스마트 도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전체 면적 69만㎡ 규모의 연천 SOC실증연구센터에는 현재 기상재현 도로실증시설을 운영 중이고 앞으로 더 많은 연구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눈·비·안개 구현해 주행시험
기상 상황에 따른 도로 환경 시험은 센터에서 이뤄지는 주요 연구다. 자동차를 개발하더라도 실제 주행 환경은 항상 맑지 않기 때문에 악천후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미래에는 자율주행차가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기상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카메라 센서로 차선을 인식하는 자율주행차는 눈이나 비가 오면 차선 인식률이 낮아져 사고 위험이 커진다. 센터에서는 시간당 10~50㎜의 강우량을 구현할 수 있고 눈이나 안개도 만들어 다양한 날씨를 재현한다.
차량 후미등 밝기도 자율주행차 개발에 중요한 요소다. 김용석 박사는 “내가 타는 차가 자율주행이더라도 뒤따라오던 일반 차량이 후미등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 사고가 나기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연구진은 안개에 대응해 밝기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후미등을 개발했다. 뒤에 따라오는 차량의 운전자가 안개 속에서 빠르게 앞차를 발견할 수 있는 최적의 후미등 밝기를 찾았다. 그 결과 기존보다 운전자가 볼 수 있는 거리를 44% 향상했다. 또 운전자가 속도를 줄이는 감속도도 낮아져 안전성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안전성 높이는 스마트 도로
운전자의 안전을 높이는 스마트 도로 연구도 수행된다. 연구진은 기존 도로표지보다 렌즈의 표출각도를 줄여서 전광표지의 빛이 안개를 뚫고 멀리까지 보이는 ‘듀얼렌즈’도 개발했다. 운전자가 안개 속에서 속도표지판을 더 잘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날 센터의 터널에서 안개를 재현한 상황에서 기존 표지판보다 훨씬 더 밝게 빛났고 표지판의 속도 제한 숫자가 명확히 보였다.
연구진은 새로운 방식의 ‘라인 조명’도 개발했다. 가로등 같은 기존 조명은 도로 양옆으로 늘어서 있고 높은 곳에 설치돼 넓은 공간을 비췄다면, 라인 조명은 낮은 곳에서 도로 위 필요한 부분을 빛을 비추는 방식이다. 1m 이하의 높이에 설치돼 노면을 밝힌다. 라인 조명은 우수한 시선 유도 기능을 갖추고 복잡한 차선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특히 비가 올 때 위에서 빛을 쏘면 난반사가 일어나 차선 구분이 어렵지만, 비교적 낮은 곳에서 비추는 라인 조명은 차선을 구분하기 용이하다. 안개 상황에서도 노란색의 안개등 색으로 변경도 가능하다. 박원일 전임연구원은 “인공조명으로 인한 빛 공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도로 주변의 경관도 훼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라인 조명은 상용화돼 국내 강원도와 제주도에 도입됐으며, 베트남과 캄보디아 2곳에서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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