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현장] 가덕신공항과 수도권 일극 체제

송진영 기자 2023. 3. 2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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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수도권 일극 체제의 기형적 국가다. 자치와 분권이라는 헌법 정신은 온데 간데 없다. 대한민국의 모든 것은 수도권에서, 수도권을 위해, 수도권이 결정한다. 출산율 0점대의 인구절벽 시대, 인구 총량이 절대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있는 사람마저 특정지역, 바로 수도권으로 쏠리니 비수도권 지역은 이중삼중의 고통에 시달린다. 국가 소멸 위기가 도래한 상황에서도 수도권 일극 체제는 여전히 견고하다.

수도권 일극 체제의 상징은 인천국제공항이다. 수도권 일극 체제는 대한민국과 세계를 잇는 하늘길은 인천국제공항 하나로 충분하고, 국가 항공정책의 역량을 집중해 인천국제공항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역균형발전의 관점에서 남부권 신공항 건설의 검토를 지시한 이래 역대 정권에서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 논의가 부침을 겪는 사이 인천국제공항의 위상은 연간 여객 1억 명을 목표로 세계 3위의 관문공항을 꿈꿀 만큼 높아졌다. 인천의 비약적 성장도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형성된 신도시로 사람과 물류가 몰린 데 기인한다. 대한민국 유일의 관문공항이라는 독점적 플랫폼을 토대로 인천은 대한민국 2대 도시가 됐고, 수도권 쏠림 현상은 가속화했다. 국제신문이 2019년 ‘김해신공항 건설사업 백지화와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을 주제로 시리즈를 전개하면서 동남권 관문공항이야말로 수도권 일극 체제를 깨고 국가균형발전과 지역분권을 구현할 최적의 시설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당시 부산시청을 출입하면서 ‘수도권 일극 체제(주의)’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하고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반드시 동남권 관문공항이 필요하다는 기사를 지속적으로 썼다.

이런 점에서 2029년 마침내 동남권 관문공항, 가덕신공항의 문을 열겠다는 정부의 발표에 감회가 남다르다. 갈등과 논란, 도전과 노력 등의 온갖 우여곡절을 겪어야만 했던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의 지난한 역사 였기에 가덕신공항을 짓는 근거를 담은 특별법이 제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신공항의 운명을 노심초사 지켜보던 입장에서 정말 반가운 소식이었다.

하지만 서울에 본사를 둔 일부 언론은 이번에도 변함 없이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추진하는 사업은 경제성이 없는 상황에서 예산을 낭비하는 것으로, 결국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전형적 표풀리즘’이라며 정부의 ‘가덕신공항 2029년 개항’ 계획을 깎아내린다. 이들이 전가의 보도로 내세우는 경제성을 들이대면 균형발전은커녕 인구가 줄어드는 비수도권에는 도로 하나 제대로 확장할 수가 없다. 더 큰 문제는 수도권 일극 체제를 지탱하는 중앙정부와 정치권, 전국 언론에 세뇌된 탓인지 부산시민 중 일부도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큰 공항이 두 개나 필요하냐’는 이야기를 지금도 버젓이 한다는 점이다.

가덕신공항은 부산 울산 경남 시도민의 항공 이용 편의만을 위해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부산에서도 24시간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을 이용하겠다는 이유로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공항을 짓자는 게 결단코 아니다. 가덕신공항은 동남권의, 나아가 비수도권의 관문공항이다. 그렇기에 가덕신공항이 온전하고 안전하게 문을 연다면 부산 울산 경남, 나아가 비수도권에도 사람과 물류가 모이고 수도권에 비견할 만한 경제 규모가 형성될 수 있다. 인천에 사람과 물류가 넘쳐나 한국 제일의, 유일의 관문공항이 생긴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대한민국 유일의 관문공항이 있으니 인천에 사람과 물류가 모이고 지역경제가 호황을 누린다. 사람이 많아서 공항을 만드는 게 아니라 공항이 있어서 사람과 물류가 모인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가덕신공항은 수도권은 미어터지고, 비수도권은 소멸을 걱정하는 수도권 일극주의의 폐단을 극복하고 국가균형발전과 지역분권의 헌법 가치를 구현하는 상징적 시설이다. 남부권이 수도권에 대응하는 경제축을 형성해 비수도권의 중심이 되는 데 있어 관문공항이 될 가덕신공항은 필수 시설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송진영 기획탐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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