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층시사국] 한일관계, 다시 갈림길 앞에 서다

정연우 2023. 3. 22.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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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층시사국 8회Ⅰ ] 한일관계, 다시 갈림길 앞에 서다.
유튜브 링크 : https://youtu.be/EzOtjO2yhfg

2023년 3월 16일 한일 정상회담

한일 정상은 미래로 나아가자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윤석열 / 대통령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 간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한일 간 협력의 새 시대를 여는 첫 걸음이 되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 일본 녹취
“(윤 대통령의) 이번 일본 방문을 계기로 신뢰와 우정이 돈독해지고, 한일 관계가 크게 비약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발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과거에 대해 서로 다른 기억을 가진 채로 한국과 일본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 한일관계, 다시 갈림길 앞에 서다

김명수 / 대법원장 (2018년)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 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2018년 대법원은 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일본은 반도체 수출규제 카드를 꺼냈습니다.

세코 / 일본 경제산업상 (2019년)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화이트리스트에 올랐던 한국은 명단에서 제외될 것입니다.”

한국의 맞대응 카드는 지소미아 종료, 군사정보 협력 중단선언이었습니다.

김현종 /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2019년)
“신뢰 결여와 안보 상의 문제를 제기하는 나라와 과연 민감한 군사정보 공유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한일관계는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이 무렵 미국의 안보 전문가들은 위기라는 용어까지 사용하며 심각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빅터 차 /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 (2019년)
“한일관계에서 우리가 목격한 최악의 시기가 지금입니다.”

제프 홀 박사 / 일본 칸다대학교
“워싱턴 싱크탱크나 미국 국무부에 있는 사람들이 한일관계를 위기라고 봤던 이유는 아시아에 두 동맹국이 있는데 미국과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거죠. 아시아에서 동맹이 잘 돌아가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안보 전문가들에게는 위기인 거죠.

한일 간의 역사문제가 중국 견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인식입니다.

빅터 차 /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
"중국의 관점에서 보면 중국은 역사문제를 가지고 아시아의 두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을 분열시키려 합니다. 중국도, 북한도, 러시아도 역사문제로 한일관계가 계속 나쁜 상태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제프 홀 박사 / 일본 칸다대학교
"안보전문가들은 어떻게 힘의 균형을 맞출 것인가, 어떻게 동맹을 통해 안보가 확보될 건가 라는 렌즈를 통해 이 문제를 바라봅니다. 순전히 힘의 대결이라고 보는 워싱턴 안보전문가들에게는 한일 간에 어떤 문제라도 중국에 유리하다고 보는 거죠."

동맹강화를 기치로 내건 바이든 행정부.
한일관계를 개선하라는 요구가 거세졌습니다.

문재인 / 전 대통령 (2021년 1월)
"솔직히 조금 곤혹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가 강조해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과거사는 과거사이고, 한일 간에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해나가야 되는 것은 그것대로 해나가야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 대통령 (2023년 3월 7일)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한 한일관계 개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정부가 피해자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한일 양국의 공동 이익과 미래 발전에 부합하는 방안을 모색해 온 결과입니다."

남현종 / 9층시사국 MC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말을 들어봤는데 내용만 봤을 때는 '미래지향적인 관계가 중요하다', '경색된 한일 관계를 풀어야 된다 개선해야 된다' 이 목표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데요.

정연우 / 9층시사국 취재기자
"네 맞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정부가 한일 관계 풀자면서 내놓은 해법의 핵심이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금을 우리 정부가 대신해서 내주겠다' 이런 건데요. 일본 측의 참여 여부, 이 부분은 이번 정부가 다르지만 문재인 정부 때도 사실 비슷한 방안들이 제시가 됐었습니다. 일단 2019년에 한일 기업이 함께 자발적으로 출연금을 내서 피해자들에 배상하는 방안을 일본 측에 제안을 했는데 호응을 얻지 못했고요. 같은 해에 민주당 출신 문희상 국회의장도 '양국 정부, 기업, 국민 이렇게 참여하는 재단을 설립해서 위자료를 지급하자' 이렇게 제안했는데 이 부분 역시 성사되지는 못했습니다."

남현종 / 9층시사국 MC
"그러니까 양국 관계를 좀 풀어나가기 위한 노력들, 특히나 강제 징용의 해법을 찾으려는 전체적인 흐름은 이전 정부부터 지금까지 쭉 이어져왔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지금 이번 해법은 두고는 상당히 많은 잡음이 들리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겁니까?"

정연우 / 9층시사국 취재기자
"사실 문재인 대통령 당시 우리 정부가 내놓은 해법들은 '강제 징용 피해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해법이어야 한다' 이 점을 크게 강조했습니다. 이른바 피해자 중심주의입니다. 그런데 일본이 이걸 거부하니까 그 당시에는 진척이 안 됐던 거겠죠. 그래서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 부분을 완화한 접근 방식을 택한 것으로 풀이가 됩니다. '우리 정부가 먼저 대승적 결단을 했으니 일본도 호응을 해 달라' 이렇게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 정부의 입장 보시겠습니다.

박 진 / 외교부 장관
"물컵에 비유하면 (우리나라의 노력으로) 물컵에 물이 절반 이상은 찼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서 그 물컵은 더 채워질 것으로 기대를 합니다."

정연우 / 9층시사국 취재기자
"그런데 이번 정상회담, 국민 여러분이 보셨듯이 우리 국민들이 기대한 것에 비해서는 일본은 별다른 움직임, 호응 조치 없었다 이렇게 평가 받고 있습니다."

광장에서 들리는 말들은 반대 일색이었습니다.

윤일로 / 인천 간석동
"반드시 국회에서 폐기를 시켜야 하고요. 사실 이거는 없던 것으로 해야 되고 그래야만 전 국민의 자부심이랄까요? 국격이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집회참여 시민
"일본의 사죄가 없는 상황에서 뭐를 얻으려고 이런 외교를 했는지 이해가 안 가고 두 번째는 이런 외교를 통해서 미래의 우리 자녀들 세대에 어떤 대한민국을 또 주게 될지..."

특히, 생존한 강제징용 피해자 3명은 정부 해법을 두고 강한 거부 의사를 드러냈습니다.

양금덕 할머니 /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사람이요? 일본 사람이요? 일본을 위해서 살아요? 우리 한국 사람을 위해서 살아요? 나는 그런 돈은 곧 죽어도 굶어 죽어도 안 받겠습니다."

일본의 사과가 필요하다 그러나 배상금 자체는 받겠다는 유족도 있습니다.

박재훈 /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내가 처음부터 이 재판을 하면서 원고로 쫓아다니다 보니까 20년 가까이 된 거 아니에요. 나도 병이 들어서 마음대로 활동도 못 하고 돈이 필요한 거죠."

외교 전문가들의 평가는 첨예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최종건 /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일본의 입장이 100% 반영된 결과였다. 일본 정부는 빠지고 우리끼리 싸워야 하는 모양새가 되었다는 것이고요. 그리고 결국은 피해는 원고이신 피해자분들과 유족분들인데 그분들을 사실상 2차 가해한 것이 아닌가 싶어요."

이원덕 /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
"선택 가능한 대안이 있었느냐. 이런 방식 이외의 어떤 해결책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불가능한 최선을 가지고 마냥 기다릴 것이냐. 가능한 차선을 택해야 되느냐. 이런 말씀을 드리는데 최선은 아니지만 나름 정부로서 할 수 있는 선택지였다"

서울과 달리 도쿄의 거리는 조용합니다.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를 몰랐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아라야 / 일본 시민
"(지금 한국에서는 일본과의 징용제 문제에 대해 합의를 해서 큰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그걸 알고 계신가요? 징용제라고 식민지 시대에 일본에서 강제 노동을 당한 사람들이 있어요.)어렵네요. 죄송해요. 자세하게 몰라서요."

몇 시간째 거리 인터뷰를 해도 알고 있다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타무라 고지 / 일본 시민
"일본기업이 배상해야 할 돈을 대신 배상하겠다고 했는데 (한국이) 일본 체면을 세워준 것 같아요."

남현종 / 9층시사국 MC
"한국과 일본의 거리 풍경을 보니까 분위기가 상당히 다른 게 느껴졌습니다. 일본 국민들은 사실 이 강제 징용 문제에 대해서 별다른 관심이 없어 보였어요. 그렇다면 중요한 건 일본 정부의 입장일 텐데 문제는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의 움직임이 안 나왔다는 거잖아요."

정연우 / 9층시사국 취재기자
"맞습니다. 우리 정부가 강제 징용 해법을 발표했을 때 일본 외무상이 입장을 밝혔지만 이게 정식 기자회견조차 아니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일본의 반성과 사죄의 문구가 포함된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계승한다' 이 정도 표현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니까 이번에 새로운 직접적인 사과나 입장 표명은 없었던 겁니다. 보시겠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 일본 총리
"1998년 10월에 발표한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정연우 / 9층시사국 취재기자
"물론 일본의 반도체 관련 수출 규제 조치 해제가 됐고요. 우리나라도 상응해서 WTO 제소를 철회를 했습니다. 또 한일 정상 셔틀 외교가 재개될 것으로 보이고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 창설 등도 있지만 이건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상호 조치, 그러니까 양국이 모두 수혜를 입는 합의들이거든요? 이렇게 봐야 되겠고. 그러다 보니까 우리 정부의 결단과 양보에 비교해서는 일본 정부의 호응 조치가 훨씬 기대에 못 미친다 이런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남현종 / 9층시사국 MC
"우리 한국 정부는 지금 대승적인 차원에서 한 발 물러서는 양보를 했는데 일본 정부는 그렇지가 않다는 거잖아요. 일본은 어떻게 이렇게 당당하고 또 어떻게 보면 뻔뻔하게 버틸 수가 있는 건지 그게 궁금합니다."

정연우 / 9층시사국 취재기자
"이해가 잘 안 가죠. 그래서 저희가 일본에 있는 미국 전문가들 인터뷰를 해봤는데 '기시다 내각은 사실 양보할 이유가 없다' 이렇게 설명해왔습니다. 보시겠습니다.

제프 홀 박사 / 일본 칸다대학교
"일본의 국내 정치측면에서 보면, 기시다 총리가 한국에 무언가를 양보해야 한다는 압력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압력이 있죠. 한국에 양보해선 안 된다는 압박이 있습니다. 다른 측면은 국제적 압박입니다. 바로 미국의 압박입니다. 기시다 총리가 자민당 내에서 압박을 받고 있지만 미국은 일본이 협상안에 호응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일본이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는 사이에 한일 협상이 실패하기를 바라지 않는 거죠."

남현종 / 9층시사국 MC
"들어보니까 갈등의 주체는 한국과 일본인데 결국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를 지금 미국이 쥐고 있다는 거잖아요. 미국은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까?

정연우 / 9층시사국 취재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그래서 다음 달에 미국을 국빈 방문을 합니다. 모양새로 보자면 미국이 한국을 달래는 그런 그림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어떤 카드를 내밀지 일단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고요. 미국의 기본적인 입장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면 일본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것으로 보입니다."

안보문제에서 일본은 미국과 한배를 탔습니다. 지난 연말에는 방위비를 두 배로 늘리고 중국과 북한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 일본 총리 (2022년 12월)
“상대의 공격을 단념시키는 억지력이 되는 반격능력은 앞으로 불가결한 능력입니다.”

일본의 군사재무장 선언이었습니다.

크리스토퍼 존스톤 /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일본석좌
"몇 년 전만 해도 이 정도 군비증강이면 워싱턴에서 불만이 제기됐을 겁니다. 그런 시대는 끝났습니다. 여기에는 동맹국으로서 일본에 대한 신뢰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인도-태평양 동맹 강화로 인해 미국이 이익을 얻고 있다는 인식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존스톤, 불과 1년 전만 해도 바이든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동아시아 담당 국장이었습니다. 그의 말을 들어보면 미국에게 일본이 얼마나 중요한 동맹국으로 떠올랐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존스톤 /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일본석좌
“기시다 총리의 일본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아주 긴밀한 동맹입니다. 북한과 중국의 군사현대화와 그로 인한 도전에 미국과 매우 긴밀히 협력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대한 일본의 발언권이 커졌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제프 홀 박사 / 일본 칸다대학교
“일본이 미국이 원하는 걸 줄 수 있다면 일본이 분쟁에 휘말렸을 때 미국은 일본 편에 서게 되겠죠. 바이든 대통령 같은 자유주의자들은 식민 지배를 당한 사람들에게 공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패권경쟁, 중국의 부상, 안보 이슈 이런 문제들 앞에서는 역사문제가 묻혀버리는 거죠.”

잘못될 경우 한일관계는 물론 한미관계에까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최희식 /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
"이 방안이 만약에 실패하게 된다면 한일관계에 엄청난 저는 궤멸적이란 단어까지도 썼었는데
이 강제동원 해법이 만약에 실패하게 된다면 한일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충격을 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한미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거 같고요."

일본이 한일협상에서 미국을 지렛대로 쓴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5년 위안부 합의가 대표적이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 시절인 2016년, 아베 전 총리의 부탁을 받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결말은 그렇게 좋지 못했습니다. 한국내 상당한 반발 여론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기미야 / 동경대 국제정치학 교수
"이것이 출발점이기 때문에 한국의 타협안 제시에 대해서 일본도 한국 내에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 방향으로 어떠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은미 /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냐고 하면 저는 정말 일본하기 나름이라고 보거든요. 한국에서 이 정도까지 반발을 무릅쓰고 정치적인 리스크를 안고 했는데 일본에서 지금 보여준 거는 계승한다 정도만 얘기가 나왔어요. 이거는 저는 너무 성의가 없다고 보여지고요. 우리도 국내적인 리스크를 안고 있기 때문에 똑같이 용기를 내는 게 맞는다."

한일 관계 또다시 갈림길 앞에 섰습니다.

취재기자: 정연우
외부촬영: 조선기 설태훈
영상편집: 한효정
자료조사: 송지환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정연우 기자 (nforyo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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