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당장 여론보다 국가 미래가 중요"

박민기 기자(mkp@mk.co.kr), 한재범 기자(jbhan@mk.co.kr) 2023. 3. 22.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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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대통령, 연금개혁안 국민설득 위해 TV연설
"아무리 인기없는 개혁도
필요하면 반드시 추진해야"
연금수령 62세서 64세로
대학생들도 규탄시위 합류
불타는 파리…화재 240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현지 언론과 방송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정년 2년 연장'을 골자로 하는 연금개혁을 강행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아무리 인기 없는 개혁안이라도 필요하다면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프랑스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라고 이번 개혁안을 강행하는 것을 즐겼겠느냐, 절대 아니다"며 "그러나 연금 등 정책 분야에 만연한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수백 가지가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이번 개혁안 추진은 필요했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이 강행한 이번 개혁안에는 프랑스 국민의 연금 수령 나이를 기존 62세에서 64세로 점진적으로 늘리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프랑스 내 주요 노동조합들은 정부의 이 같은 발표 이후 즉각 반발하며 대규모 거리 시위에 나섰다. 마크롱 대통령이 헌법 특별 조항을 발동해 하원 표결을 건너뛰고 연금개혁 강행을 추진한 상황에서 엘리자베트 보른 프랑스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도 부결되면서 이번 개혁안은 사실상 통과됐다.

보른 총리 불신임안 부결이 발표된 20일에도 프랑스 전역 거리에서는 동시다발적 시위가 벌어졌다. 노조 관계자들은 이날 마크롱 대통령의 연설에 앞서 "대통령의 연설에서 기대하는 점이 없다"며 "우리는 이 개혁안을 원하지 않고, 법안 강행이 멈출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그 어떤 시위라도 과도한 폭력성을 띨 경우 결코 허용될 수 없다"며 "우리는 개혁안 추진을 방해하는 소수로부터 최대한 빨리 정상적인 삶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대다수 국민들이 이번 개혁안에 반대한다는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서 마크롱 대통령은 "단기 여론조사 결과와 국가의 장기적 이익 사이에서 나는 국가를 위한 선택을 하겠다"며 "개혁안을 굳건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주요 노조들은 23일에도 대규모 파업과 시위에 나설 계획인 가운데, 프랑스 연금개혁안이 최종 통과되면서 이에 격분한 시위는 점점 과열되는 양상이다. 노동자들에 이어 대학생까지 거리로 나서 연금개혁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1일 프랑스앵포 방송은 연금개혁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고 나서 밤새 파리에서 발생한 화재는 240건이 넘고, 경찰은 시위를 벌인 시민 234명을 체포했다고 경찰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파리를 포함해 프랑스 전역에서 경찰이 체포한 사람은 287명이었다. 로랑 누녜즈 파리 경찰청장은 프랑스BFM 방송과 인터뷰하면서 "시위가 과열되자 시민과 경찰 간의 충돌이 빚어졌다"며 "정당하지 않은 체포는 없었다"고 밝혔다.

시위는 야권이 제출한 내각불신임안이 부결된 지난 20일부터 서서히 과열 조짐을 보였다. 불신임안이 과반에서 9표가 모자라 하원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퍼지자 파리 보방 광장에 시위대가 집결하기 시작했다. 내각불신임안 부결에 불복하는 일부 야당 의원들도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 시위대는 가르니에 오페라 광장 근처에서는 쓰레기 수거업체 파업으로 길거리에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파리 시청 근처 샤틀레, 시위가 자주 열리는 바스티유 광장 등에서도 시위대가 불을 내거나 바리케이드를 설치했고, 경찰은 최루가스 등을 사용하며 이들을 해산시켰다.

아직 노동시장에 뛰어들지 않은 대학생들도 시위대열에 합류했다. 이날 대학생 노동조합 연합체인 랄테르나티브(l'Alternative)는 하원표결을 건너뛴 마크롱 대통령을 규탄하기 위한 행진을 벌였다. 처음에는 수십 명에 지나지 않던 인파가 파리 13구 내 약 5㎞에 달하는 거리를 2시간 넘게 행진하는 사이 수천 명으로 늘어났다.

엘레노르 슈미트(22) 랄테르나티브 대변인은 "마크롱 대통령이 하원 표결을 생략하기로 한 것은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국민들과 전쟁을 선포한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취업준비생인 위고 씨(23)는 "정년 연장은 부모님, 조부모 그리고 먼 훗날의 나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며 "마크롱 대통령이 헌법 49조3항을 이용한 것은 '두 귀를 완전히 막아버렸다는 증거'"라고 전했다.

[박민기 기자 /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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