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계 삼겹살’ 관련 기준 없다던 당국, 부랴부랴 “기준 마련”

정유미 기자 2023. 3. 22.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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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비계 비중 가이드’ 요구에
농식품부·식약처 등 ‘책임 핑퐁’
비판 커지자 뒤늦게 “관리 강화”
“한우처럼 한돈도 세분화 필요”

한돈 20주년에 불거진 ‘비계 덩어리 삼겹살’과 관련, 정책 당국이 “기준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22일 유명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삼겹살의 고기와 비계 비중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달라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농축산물로 소비자 우롱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쓰레기 비계 덩어리로 국민이 피해를 입고 있는데 정부는 뭐하나” “정부가 소비자 기만하는 상술을 없애달라” “한돈을 팔지 못하도록 법을 만들어라”는 등의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한 주요 부처는 “소관 부처가 아니다”라며 “고기와 비계 비중에 대한 법적 기준이 없고, 비계도 삼겹살인 만큼 과지방 상품을 팔았다는 이유로 처벌할 수는 없다”며 뒷짐 지는 모습이다. 농식품부는 “원래 없는 부위인데 만들어 파는 ‘돈마호크’도 육가공 영업 기술로, 비계 삼겹살과 크게 다를 바 없다”며 “소관 부처가 아니니 축산물 위생관리법이 적용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문의하라”고 밝혔다.

하지만 식약처는 “축산법 35조에 따라 한돈 도축부터 등급 판정 등 모든 임무와 역할은 농식품부에 있다”며 “상품이 변질되거나 먹거리 안전 문제가 아닌 만큼 소관 부처는 농식품부”라고 되받아쳤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비계 덩어리 삼겹살 사태와 관련해 “업무 관련성이 없고, 주무 부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삼겹살을 (목살도 아니고) 삼겹살(비계 포함)이라고 팔았기 때문에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며 “허위표시가 아니어서 처벌할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비계가 삼겹살이 아니라는(고기와 비계 비중이 일정해야 한다는) 법이 없지 않냐”면서 “소비자의 선택인 만큼 해법이라면 (불매운동으로) 자연스럽게 퇴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농식품부가 한돈 도축을 비롯해 등급 판정 등 축산물 품질 평가와 관련한 업무를 담당하는 주무 부처인 만큼 비계 덩어리 삼겹살과 가격담합 의혹 등 관리·감독 및 책임소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특히 농식품부는 2003년 구제역 파동으로 돼지사육 농가가 어려움을 겪자 ‘도드람’ ‘선진포크’ ‘포크밸리’ 등 브랜드 한돈 육성을 위해 20년째 막대한 정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한돈 자조금’에 53억5000만원, 시민단체 ‘소비자 시민모임’의 우수 브랜드 인증 사업 등에 2억5000만원 등을 책정한 상태다.

식품학회 관계자는 “브랜드 한돈이라지만 프리미엄 상품도 아니고, 등급 표시기준도 없는 데다 부위별 지방분포율도 한우처럼 세분화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부처 간 ‘핑퐁’ 논란이 일자 농식품부는 이날 저녁 보도자료를 내고 “과지방 삼겹살 판매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돼지고기 가공·유통 업체, 브랜드 업체 등과 함께 품질 관리를 강화하겠다”면서 “식약처, 소비자단체, 축산물품질평가원 등과 협의해 삼겹살 지방 함량 표시 권고기준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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