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노벨 평화상 받은 인권단체 압수수색…“나치즘 복권 혐의”
러시아 수사 당국이 지난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인권단체 ‘메모리알’의 인권운동가 9명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혐의는 ‘나치즘 복권’이다.
메모리알은 21일(현지시간) 러시아 경찰이 얀 라친스키 메모리알 이사회 의장을 포함해 활동가들의 자택과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달 초 연방수사위원회가 나치즘 복권, 군에 대한 평판 훼손 등의 혐의로 메모리알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데 따른 것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수사 당국에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자 하는 적들과 그들의 요원들이 우리 영토에서 시도하는 모든 일들을 강경하게 진압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러시아에서 ‘나치즘 복권’은 2014년 제정된 ‘나치즘 부활 금지법’에 따라 최대 5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메모리알은 옛 소련 및 러시아 정부에 의해 정치적 탄압을 받은 피해자 데이터베이스(DB) 작업을 진행해 왔는데, 수사 당국은 이 명단에 포함된 이들 중 3명이 과거 나치 독일에 부역한 혐의가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올레그 오를로프 메모리알 이사는 경찰에 연행되며 취재진에게 “(나치즘 부활 혐의는) 바보 같은 주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에 대한 명예 훼손 혐의 수사도 받고 있다. 러시아는 군에 대한 허위 정보를 유포하면 최고 15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등 내부 비판을 억압하기 위한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해왔다.
메모리알은 1987년 창설된 러시아의 대표적인 인권단체로, 옛 소련과 러시아에서 벌어진 정치적 탄압을 연구·기록하고 러시아와 옛 소련권 이웃 국가들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 활동을 해왔다. 러시아 대법원은 메모리알이 외국 세력과 결탁해 국가 안보를 해친다며 2021년 해산 명령을 내렸다. 러시아에서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후해 정권에 비판적인 야권 인사나 언론인, 인권단체에 대한 체포 및 해산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메모리알에 이어 지난 1월에는 러시아의 최장수 인권단체인 모스크바 헬싱키 그룹이 법원에 의해 해산됐다.
지난해 노벨 평화상 공동 수상자인 벨라루스 인권 운동가 알레스 비알랴스키(투옥 중)는 지난 3일 반정부 시위에 자금을 지원한 혐의로 벨라루스 법원으로부터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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