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판매한 돈 수조원 ‘증발’…베네수엘라, 최악 부패 스캔들
관련 고위직 등 20명 체포
마두로 최측근 장관 물러나
석유 매장량 세계 1위인 베네수엘라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석유 판매금을 둘러싼 초대형 부패 스캔들이 터졌다. 고위공직자들은 의혹이 불거져 줄줄이 체포됐고, 대통령 최측근인 석유부 장관은 사임했다.
21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현지 매체 엘나시오날 등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반부패 범죄수사대는 국영석유회사(PDVSA)와 사법부를 비롯해 일부 공무원들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벌여 최소 20명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PDVSA는 베네수엘라 최대 기업으로, 정부 재정의 75%가량을 이 기업의 매출로 충당할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가진 공기업이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사진)의 최측근인 타레크 엘 아이사미 석유장관은 이번 사건으로 지난 20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PDVSA를 감독하는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의 총책임자이자 여권 핵심 인물로 알려졌다. 아이사미 전 장관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PDVSA의 심각한 부패 사건으로 시작된 수사에서 나는 이 과정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동행하고, 지원하기 위해 장관직 사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은 자신의 최측근인 아이사미 전 장관의 사임을 수락한 후 “부패의 뿌리까지 파헤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PDVSA를 개혁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PDVSA 부패 혐의에 대한 단속을 약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에는 PDVSA의 임원과 두 명의 전직 사장이 체포됐고, 2018년에도 여러 임원이 행정 비리 혐의로 구금됐다. 의회는 이번 부패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는 국회의원에 대해서도 만장일치로 체포동의안을 가결시켰다. 군 당국도 이날 PDVSA 부패에 연루된 혐의로 일부 고위급 군 관계자에 대한 수사 개시를 발표하는 등 사태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이 문제를 오랫동안 추적해온 엘리히오 로하스 기자는 우니온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30억달러(약 4조원) 규모 석유가 미국 제재 탓에 가상통화로 거래됐는데, 이 금액이 사라졌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경제 제재를 우회하기 위한 방법으로 베네수엘라 정부가 가상통화로 징수한 석유 판매 대금이 돈세탁 과정을 거쳐 증발했다는 뜻이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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