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전차용 열화우라늄탄 우크라 지원’에 푸틴 “상응 조치”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자국 주력전차와 함께 인체·환경 유해성 논란이 있는 열화우라늄탄을 보내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러시아는 영국이 핵을 포함한 무기를 지원한다며 “핵 충돌”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맹비난했고, 영국은 이 무기가 핵과는 무관하다며 반박했다.
양측의 공방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영국 국방부가 의회에 보낸 서면 답변서에서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한 챌린저2 전차 14대의 포탄에 열화우라늄탄이 포함돼 있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애나벨 골디 국방차관은 서면 답변에서 “(열화우라늄탄은) 현대식 전차와 장갑차를 격퇴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방이 최후의 우크라이나인이 남을 때까지 러시아와 싸우려는 것 같다”며 “서방 집단이 핵을 포함한 무기를 사용한다면 러시아는 그에 상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줄곧 ‘서방이 러시아를 핵으로 위협하고 있다’며 방어를 위해 핵무기를 쓸 수 있다고 밝혀왔다.
영국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열화우라늄탄은) 러시아를 포함한 여러 나라의 군에서 사용하는 전차의 표준 구성 요소”라며 “핵무기 및 핵 능력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열화우라늄탄이 암 발병과 환경오염을 초래할 것이라는 러시아 측 주장에 대해선 “영국왕립학회 등 과학자 그룹은 열화우라늄탄 사용이 병사들의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낮을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열화우라늄탄은 핵무기나 원자로 연료 등을 제조하기 위해 우라늄을 농축하는 과정에서 남은 우라늄 폐기물(열화우라늄)을 탄두로 해 만든 포탄이다. 철갑탄에 비해 관통력이 2배 이상 강해 대전차용 포탄으로 많이 사용된다. 영국뿐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과 미국, 러시아 등 여러 나라에서 열화우라늄탄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이 1991년 걸프전과 1998년 코소보 전쟁, 1999년 유고슬라비아 전쟁 등에서 사용해 국제적인 논란이 됐다.
열화우라늄탄은 핵무기는 아니지만 핵분열성 물질인 우라늄-235를 소량 포함하고 있어 방사성 피폭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걸프전에 참전한 미군 사이에서 나타나 이른바 ‘걸프전증후군’이라고 불린 각종 건강 이상 증세의 원인이 열화우라늄탄이라는 주장도 환경단체 등에서 제기된 바 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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