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일 야당은 한국 야당 설득한다는데…낯부끄럽다”
일 야당 지도부 면담 언급
국무회의서 민주당 지적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야당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 야당을 직접 설득하겠다고 한 점을 언급하며 (한국 야당이) 부끄럽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이 한·일관계를 국내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취지의 비판이다.
윤 대통령이 정부의 대일 외교를 반대하는 이들을 ‘반일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으로 몰아 갈라치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무회의 비공개 발언에서 방일 중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지도부를 접견한 일을 언급하며 “낯부끄럽다”고 말했다고 22일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윤 대통령은 방일 둘째날인 17일 입헌민주당 지도부를 만났다. 예정에 없던 행사로 “일본 야당 측에서 윤 대통령이 한·일 미래지향적 관계를 열어가자고 해서 우리도 환영의 뜻을 표시하고 싶으니 면담에 응해달라고 요청해 기꺼이 수락했다”고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가 설명했다.
입헌민주당의 나카가와 마사하루 헌법조사회장은 윤 대통령에게 “내가 일본 야당 내 한일우호의원연맹 회장인데 곧 방한해서 한국 야당 의원들을 만나 미래를 위한 한·일관계를 함께하자고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일본의 여야는 외교·안보 문제에는 협력이 잘되는데 한국 야당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 부끄럽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이례적으로 길었던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한·일관계 정상화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국내 반대 여론을 “반일을 외치면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으로 규정했다.
“국민은 대통령이 부끄러워”
민주당 “참담한 심정” 비판
하지만 윤 대통령은 피해자들의 반대를 외면한 채 제3자 변제 방식 강제동원(징용) 해법을 내놓고, 일방적인 방식으로 한·일관계 개선을 추진했다. 피해자의 양해를 구하고 야당과 소통하는 과정은 생략했다. 또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도 이끌어내지 못한 채 ‘선제적’이란 표현을 동원해 양국 갈등 현안에 전격적으로 양보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에 따라 ‘굴욕외교’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일관계 개선 자체가 아니라 방식과 내용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여전히 일방주의에 대한 반성이나 국민과의 소통은 외면한 채 비판 여론을 ‘정치적’이라고 공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야당과의 협치가 안 되는 이유를 온전히 외부에서만 찾고 있는 것이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국민은 윤 대통령이 부끄러워 고개를 들기 힘들 정도로 참담한 심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은 “일본 야당조차 한국 야당을 설득하겠다고 노력한다는데 어떻게 한국 대통령은 야당과 대화할 생각조차 안 하냐”고 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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