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 근무, 10분 휴식”... 고령 근로시대, BMW 공장에 답 있다
국내 취업자 5명 중 1명은 60세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취업자 중 60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20%를 넘어섰다. 정년(60세)을 넘은 고령자들이 계속 일터에 남거나 다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초고령사회로 다가가면서 고령 근로는 대세가 됐다.
◇고령 근로의 건강과 생산성
나이 들어서도 안전하게 건강을 지키면서 일을 한다면, 고령 근로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일본 나가노현은 장수 국가 일본 내에서도 최고 장수 지역이다. 평균 수명이 여자 88세, 남자는 82세다. 산간 지역이 많아 산길을 잘 걸어 하체가 단련돼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고령자의 높은 취업률이 결정적인 이유라는 분석이다. 65세 이상 남성 취업률은 42%, 여성은 22%로 전국 1위다. 일을 하면 자연스레 체력을 유지할 수 있고, 사회적으로 사람들과 어울려 천천히 늙는다는 평가다.
다만 작업 환경이 안전하고 생산성도 유지되어야 한다. 독일 자동차 제조회사 BMW는 나이 든 근로자들의 작업 환경을 고령 친화적으로 바꿔서 건강과 생산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BMW는 고령 근로자의 노동과 휴식 간격을 줄였다. 1시간마다 15분을 쉬었다면, 20분마다 10분 쉬는 식으로 바꾼 것이다. 무릎 통증을 줄이기 위해 바닥을 나무로 깔았다. 가능한 한 앉아서 작업할 수 있게 의자를 높이 조절이 가능하고 등을 푹신히 기댈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 가능한 한 앉아서 일하게 하고, 잠시 휴식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작업 테이블도 당직 근로자 키에 맞게 조절할 수 있도록 하여, 허리 부담을 줄였다. 눈의 피로와 실수를 줄이기 위해 작업장 돋보기를 비치했다. 작업장 옆에 미니 체력장을 설치하여 틈틈이 근력을 키우고 스트레칭을 할 수 있게 했다.
그랬더니 1년 만에 생산성이 7% 증가했다. 이는 젊은 근로자가 일하는 공정 라인의 생산성과 같은 수준이다. 고령 근로자들의 건강도 좋아져 결근율이 평균보다 낮은 2%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고령 근로자 체력 기준 관리
고령사회에 진입한 선진국들은 고령 근로 안전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일정 체력 기준을 넘어서야 근로가 가능토록 하고 있다. 작업 강도에 따라 안전성 기준이 달라지겠지만, 이는 낙상이나, 작업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제시하는 고령 근로자 체력 기준에 따르면, 낙상 방지를 위해 근로자는 가벼운 나무 판을 손에 들고 상체를 똑바로 세운 상태로 앉아 있다가 한 발로 일어설 수 있어야 한다. 최대한의 보폭으로 두 스텝을 걸어간 거리가 자기 키의 1.26배는 넘어야 한다. 5m를 한 줄로 걷는 보행 테스트에서는 줄 따라 걸어서 6초 이내로 걸을 수 있어야 한다.
손동작 테스트에서는 팔의 가동 범위가 팔을 밖으로 돌렸을 때 180도 넘어야 한다. 악력계를 쥔 악력은 31.2㎏을 넘어야 한다. 요통 위험 테스트에서는 요추와 고관절의 유연성을 보는데, 두 발 뻗고 앉은 자세에서 발바닥에 닿아 있는 상자 위에 있는 물건을 손으로 밀어서 7.8㎝ 이상 이동시키면 합격이다. 윗몸일으키기는 30초에 4회 이상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기준에 부합한 고령 근로자들의 작업 환경은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기를 권장한다. 다양한 인체공학을 동원하여 작업 자체가 관절 부담이 적도록 하여 근골격계 부상을 방지해야 한다. 사업장은 아울러 만성질환 예방과 관리 교육을 하고, 건강증진 프로그램과 건강검진을 제공한다.
박종태 고려대의대 산업의학과 교수는 “고령 근로자의 작업장 환경을 바꾸고 거기에 적응시키는 것이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 생산성을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며 “그들의 기술과 경험이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게 된다면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장수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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