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된 이재명 “법정에서 진실 가릴 것”···민주당, 이재명 당헌 80조 예외 적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검찰이 대장동 개발 특혜·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자신을 기소하자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번 기소를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질 때마다 반복되는 국면전환 쇼”로 규정하고 반발했다. 당 지도부는 이날 긴급 당무위원회를 열고 이 대표에게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는 당헌 80조를 적용하지 않기로 정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저에 대한 기소는 이미 전에도 수 차례 말씀드렸던 것처럼 ‘답정 기소’(답이 정해진 기소)이기에 전혀 놀랄 일도 아니다”며 “검찰의 이번 기소로 검찰의 시간이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대장동 사건은 이미 8년 전에 불거졌던 검찰 게이트”라며 “검찰이 온갖 압수수색 쇼, 체포영장 쇼를 벌이면서 시간을 끌고 정치적으로 활용하다가 이제 정해진 답대로 기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장동에서 이익을 본 것은 다 전직 검사들”이라며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고 결국 명명백백하게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검찰의 부당하고 무도한 야당 대표 죽이기 기소를 규탄한다”며 “민주당은 검사독재정권에 맞서 반드시 정의를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에서 “대일굴종외교와 주 69시간 노동개악으로 윤석열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이 심각해지자 검찰이 앞장서 ‘국면전환 정치 쇼’를 벌였다”며 “이러니 정치검찰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날 긴급 당무위원회를 열어 이 대표에게 당헌 80조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당헌 80조는 사무총장이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다만 정치탄압으로 인정되면 당무위 의결을 거쳐 예외를 둘 수 있다. 이날 당무위 회의는 의장인 이 대표 대신 박홍근 원내대표가 주재했다. 이 대표는 이해관계자라 제척됐다.
당무위는 이 대표와 함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된 기동민·이수진(비례) 의원에 대한 당헌 80조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두 사람은 라임펀드 사태의 주범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각각 1억원, 5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의겸 대변인은 당무위 브리핑에서 “기동민, 이수진 의원은 검찰이 공소시효를 하루 남겨놓고 전격적으로 기소한 정황만으로도 정치탄압의 징후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가 이 대표가 기소된 날 곧바로 당무위를 연 것은 당내 당헌 80조 논란 확산을 빠르게 잠재우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비이재명계 의원들은 국민에게 한 약속인 당헌 80조를 이 대표에게도 예외 없이 일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는 이 대표와 함께 기동민, 이수진 의원에게도 당헌 80조 적용을 제외하면서 당 통합을 도모했다. 뇌물 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노웅래 의원도 기소되면 당헌 80조 적용 예외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당내에선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정치인들에게 당헌 80조 예외를 지나치게 많이 적용한다면 당 혁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당이 자꾸 방패 정당의 길로 빠져들고 있다”며 “국민적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 체제에서 문제 있는 정치인들도 다 문제 없다고 해주면 나중에 공천할 때 혁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자신이 연루된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사건도 “검찰의 사건 조작”으로 규정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쌍방울그룹이 북한에 건넨 500만달러는 경기도가 추진했던 북한 스마트팜 사업 비용 대납 성격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 대표는 “(쌍방울그룹이) 대북경제협력사업의 계약금으로 500만달러를 1월, 2월 중에 지급한다는 문서도 있다”며 “객관적인 물증인 문서와 오염될 가능성이 높은 범죄자들의 진술 중 어떤 게 맞겠나”라고 말했다. 검찰이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지자 방어전에 나선 것이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역사저널 이어…KBS, 이번엔 라디오 진행에 ‘보수 유튜버’ 발탁
- 민주당 당선인들 ‘명심’ 독주에 견제구...추미애 탈락·우원식 선출 배경
- [종합]“팬들에 돈달라 하겠냐” 길건·홍진경도 분노···끊이질 않는 사칭범죄
- 김호중 공연 어쩌나... KBS “김호중 대체자 못찾으면 KBS 이름 사용 금지”
- “소주 한 병” 尹 발언 풍자한 ‘돌발영상’ 삭제···“권력 눈치 정도껏”
- 사측이 “조수빈 앉혀라”…제작진 거부하자 KBS ‘역사저널 그날’도 폐지 위기
- 이원석 검찰총장 “인사는 인사, 수사는 수사”…사전 조율 여부엔 “말 않겠다”
- [우리는 서로의 증언자②] 이남순 “여자로서 끝났다” 몸도 마음도 깊숙히 꿰뚫은 그날의 상처
- 늙으면 왜, 다들 손만 잡고 잔다고 생각할까
- “태국 파타야 한인 살인사건 용의자, 캄보디아 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