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기업 봐주기’ 비판에도 공정위가 당당한 이유

강신우 2023. 3. 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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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심이 직접 사실상 무혐의 심결의 배경을 설명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조사 사건을 무조건 조금이라도 제재해야 한다는 강박감에서도 벗어난 분위기다."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의 한 관계자는 지난 21일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효성그룹의 부당지원 사건을 심의한 주심 A씨의 브리핑을 듣고는 이렇게 말했다.

주심이 "재벌 봐주기는 오해"라고 언급한 것은 심사관(검찰격)이 조사한 사건에 대해 전원회의가 사법부의 1심 기능을 맡는 만큼 법리 해석을 엄격히 적용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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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주심이 직접 사실상 무혐의 심결의 배경을 설명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조사 사건을 무조건 조금이라도 제재해야 한다는 강박감에서도 벗어난 분위기다.”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의 한 관계자는 지난 21일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효성그룹의 부당지원 사건을 심의한 주심 A씨의 브리핑을 듣고는 이렇게 말했다. A씨는 전원회의가 효성 건에 대해 사실상 무혐의 판결인 ‘심의절차종료’ 결정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자발적으로 주심이 나와 처분 결과를 설명한 것은 보기 드문케이스다.

A씨는 재벌 봐주기가 아니냐는 지적에는 “오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심의 과정에서 법원 판결 동향도 다 짚고 이에 따른 일관된 법 집행을 하고 있다. 케이스마다 판결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주심이 “재벌 봐주기는 오해”라고 언급한 것은 심사관(검찰격)이 조사한 사건에 대해 전원회의가 사법부의 1심 기능을 맡는 만큼 법리 해석을 엄격히 적용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사무처와 위원회로 나뉜다. 사무처가 사건을 조사하는 검찰 역할을 한다면 위원회는 사건을 심판하는 법원이다. 다만 검찰과 법원이 독립된 기관이라면 공정위는 하나의 몸통에서 역할만 나뉘어 있다. 이 때문에 심결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늘 따라붙었다. 이를테면 위원장이 지시한 직권조사 사건에 대해선 전원회의 결과도 유죄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합리적(?) 의심이다.

검사가 기소한 사건이 법원에서 모두 유죄가 나오지 않듯이 전원회의의 유무죄 결정은 고유 권한이며 자연스러운 것이다. 주심이 “재벌 봐주기는 오해”라고 언급한 것도 심사관이 조사한 사건에 대해 전원회의가 사법부의 1심 기능을 맡은 만큼 법리 해석을 엄격히 적용한 결과라는 걸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히려 문제가 된다면 심의절차 종료나 무혐의 결과를 숨긴 경우다. 물론 의도적으로 감출 순 없지만 보도자료, 기자 브리핑, 의결서 등을 통해 발표하지 않으면 해당 사건은 자연스레 묻힌다. 국민의 알권리가 박탈되는 셈이다. 8년 전만 해도 심의절차 종료나 무혐의 결정이 났을 땐 의결서도 쓰지 않았다. 결과 자체가 비공개였다. 이후 판결을 납득할 수 있도록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2016년7월 의결서 공개를 의무화했다.

이 같은 과거 사례에 비춰 최근 주심이 직접 판결에 대한 배경을 설명하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은 것은 박수받을 만하다. 기자들이 먼저 브리핑을 요청한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이번처럼 자발적으로 주심이 나서 설명한 케이스는 손에 꼽는다.

윤석열 정부 들어 조직개편과 피심인 방어권 강화 등 준사법기관의 역할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이날 주심의 자발적 브리핑은 심결에 대한 투명성과 독립성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1심 기능을 하는 경제사법기관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앞으로도 당당한 공정위를 기대해 본다.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심판정.(사진=연합뉴스)

강신우 (yeswh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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