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독립 요구 급진 시크교도들, "칼리스탄 건설하자"

박영서 2023. 3. 2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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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교도들이 지난 20일 뉴델리 소재 영국 고등법무관 사무소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AP 연합뉴스

한동안 잠잠했던 인도 시크교도들의 독립운동이 다시 펼쳐지고 있습니다. 시크교도만의 독립 국가인 칼리스탄(Khalistan)을 만들자는 급진주의자들이 영국 런던의 인도대사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인도영사관에 난입해 소요를 일으킨 것이죠.

더힌두 등 인도 매체에 따르면 시크교도 수백명은 지난 19일 오후 인도로부터의 독립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다 샌프란시스코 인도영사관으로 난입했습니다. 보안 장애물을 부수고 영사관 경내로 들어선 이들은 '칼리스탄' 깃발도 설치했습니다. 칼리스탄은 펀자브어로 '순수의 땅'을 의미합니다. 시크교도 급진주의자들은 인도 북서부 펀자브 지역을 중심으로 인도와 분리된 독립국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요.

영사관 직원이 이 깃발을 제거하자 시크교도들은 쇠막대기 등을 휘두르며 건물 출입문과 유리를 파손했고 벽에 스프레이로 슬로건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영사관 직원 몇 명이 다쳤습니다. 시크교도들은 20일에도 영사관 앞에 다시 모여 시위를 벌였습니다.

발끈한 인도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인도 주재 미국 대사대리와 면담을 갖고 인도 영사관 건물 파손 등 미국 당국의 치안 관리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외교부는 이런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적절한 조처를 해달라고 미국측에게 요청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같은 공공기물 파손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며 이번 소요를 비난했습니다. 그는 국무부의 외교 보안팀이 적절한 조사와 피해 복구 등을 위해 지역 당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시크교도 분리주의자들은 지난 19일 오전에도 런던 인도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다가 대사관 발코니로 진입, 인도 국기를 끌어내리기도 했습니다. 이에 인도 정부는 인도 주재 영국 부대사를 초치해 항의했습니다.

시크교는 15세기 힌두교의 신애(信愛)사상과 이슬람교의 신비사상이 융합돼 탄생한 종교입니다. 창시자는 구루 나나크(1469~1539)입니다. 개인적 수양을 통한 해탈을 추구합니다. 계급을 나누는 카스트 제도를 싫어해 모든 성인 남성들은 수사자를 뜻하는 '싱'(Singh), 여성들은 공주를 의미하는 '카우르'(Kaur)라는 성씨를 가집니다.

펀자브주(州)는 시크교도들의 본향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약 3000만명의 교도가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시크교도 하면 장대한 체구에 긴 수염, 흰옷에 터번을 두른 모습이 떠오릅니다. 체격이 워낙 좋아 군인이나 경찰인 경우가 많습니다. 19세기 중반 인도의 독립 운동 '세포이 항쟁' 당시 영국 측 용병으로 참전해 상당한 활약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시크교도들은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경우 종교적 탄압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영국 측에 섰었지요.

상업을 중시해 중요한 기업이나 공장을 운영하는 교도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인도 경제·국방 등의 분야에서 상당한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1947년 인도 독립 시기부터 별도 국가 건설을 염원했지요. 하지만 번번이 좌절됐습니다.

그러다 1984년 6월 '황금사원' 사태가 터졌습니다. 펀자브 독립을 추구하는 시크교 분리주의자들이 시크교 성지인 황금사원을 점거했고, 인디라 간디 당시 정부는 무력진압을 했습니다. 그 결과 3000명 이상이 사망했습니다.

시크교와 힌두교 사이의 갈등은 깊어졌고, 인디라 간디 총리가 시크교도 경호원에 의해 암살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지요. 이후 분리주의 무장운동이 일어났지만 1990년대 중반 들어 대중의 지지를 잃으며 사그라들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일부 극단주의자를 중심으로 다시 독립운동이 고개를 드는 분위기입니다. 오랫동안 인도를 괴롭힌 분리주의라는 먹구름이 또다시 몰려오지 않을까 우려감이 높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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