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학길 칼럼] 하반기 경제전망이 유독 잔인한 까닭

2023. 3. 2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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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7일(현지시간) 발표한 '중간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6%로 전망하였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성장률 전망치(1.8%)에서 0.2%포인트 하향조정한 것이다. OECD는 일본의 전망치도 지난해 11월 전망치(1.8%)보다 0.4%포인트 하향조정한 1.4%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가 한국과 일본 양국 경제가 모두 침체국면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에 징용문제 해결을 통한 양국 경제의 교류 활성화에 맞춰지고 있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OECD의 한국 GDP 성장률의 중간 전망치(1.6%)는 정부와 한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같은 수준이다.

그러나 돌이켜보건대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에 미치지 못했던 과거의 사례를 찾아보면, 외환위기를 맞은 1998년(-5.1%), 2차 오일쇼크가 터진 1980년(-1.6%),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0.8%), 그리고 코로나19가 확산했던 2020년(-0.7%)을 상기해 볼 수 있다.

OECD는 올해 한국경제가 중국의 성장 반등에 따른 수혜를 볼 것이지만 금융긴축 여건이 중국발 수혜 가능성을 상쇄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OECD는 한국 경제가 1.6%의 저성장 구조로 빠지게 되는 이유로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기업과 가계의 부담 가중, 미 SVB 파산 및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등의 주가 급락에 따른 금융기관 불안과 금융경색, 그리고 가파른 주택가격 하락 등을 꼽고 있다. 기획재정부도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3월호'에서 "내수 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부진 및 제조업·기업 심리위축 등 경기둔화 흐름이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지난해 급상승한 물가나 금리 등이 시차를 두고 나타나지만, 하반기에는 중국경기 활성화와 반도체 업황 개선을 기대하며 올해의 경기를 '상저하고'(上低下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조심스러운 낙관론도 지난 10일 SVB 파산 등에 따른 금융경색 가능성이 대두됨에 따라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에는 스위스의 세계적인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의 주가가 폭락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CS는 이날 스위스 중앙은행으로부터 최대 500억 스위스프랑(약 70조3000억원)을 대출받아 유동성을 강화하였다고 한다.

17일에는 SVB의 지주회사인 SVB 파이낸셜그룹이 파산보호를 신청함으로써 미국 금융시장이 당분간 불안한 금융경색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20일에는 스위스 제1의 은행인 UBS가 2위 은행인 CS를 30억 달러(약 3조9280억원) 이상에 인수한다고 보도되었다.

스위스 정부는 UBS가 CS를 인수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손실보전을 위해 90억 달러(약 11조7855억원) 이상을 제공하기로하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주요은행 가운데 대규모 자금지원을 받게 된 곳은 CS가 처음이 되는 셈이다.

CS 주가 폭락에 유럽 증시는 3~4%대 급락했고, 뉴욕 증시도 5거래일 연속 하락 후 다시 하락으로 전환했다. 금융권 위기가 몰고 올 세계적 수요둔화 가능성 때문에 국제유가도 급락했다.

이와 같은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은 한국 경제의 금년도 하반기 경제운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는 금리를 0.25%포인트 미세 인상(베이비 스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 때문에 금리동결을 단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연방준비제도가 어떠한 결정을 하더라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시 한번 금리 인상의 고민에 빠져들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다.

관세청의 지난 21일 발표에 의하면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역성장한 한국의 수출은 이달 1~20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4% 감소한 309억4500만 달러로 집계되었다.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이미 작년 연간적자의 절반에 도달하고 있다. 하반기 중국 경제가 되살아나고 우리나라의 대(對)중 수출이 크게 살아나지 않는 한 반도체를 비롯한 한국 제품의 수출 전망은 밝지 않은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선진국들이 금융경색으로 경기회복에 차질을 빚게 될 경우, 한국의 수출은 부진을 면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금융불안, 금융경색은 부실 부동산 저당대출에서 비롯되었던 199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보다는 1995~2000년 진행되었던 '닷컴버블'과 유사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사실 최근 들어 미국과 유럽의 주요 ICT 대기업들은 투자 축소, 직원 해고 등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ICT 버블보다도 건설사와 제2금융권 중심의 부실대출이 금융불안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금융위기에 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선진국 금융시장은 복합위기 속에 요동치고 있다. 한국이 택할 수 있는 최선의 거시경제 안정화 정책은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줄여나가면서 기업 부문의 구조조정 및 자영업·중소기업·가계 부문의 부동산대출과 신용대출을 미리 미세조정이 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 이후 이들 부문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도덕적 해이를 제거하지 않는 한 한국 경제도 저성장 속의 금융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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