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기업 후원에 크는 K-아티스트

입력 2023. 3. 2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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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희 산업부 재계팀장

한화그룹이 지난 20일 루브르, 오르세와 함께 프랑스를 대표하는 3대 미술관 중 하나인 퐁피두센터를 유치했다고 알렸다. 로랑르봉 퐁피두센터장은 "한국이 최근 아시아에서 가장 뜨거운 미술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고, 젊은 세대의 관심과 참여도가 높아 무한한 성장이 기대되는 문화예술 허브로 주목받고 있다"고 협업 계기를 밝혔다.

LG아트센터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발레단인 파리오페라발레가 30년 만에 내한해 기획공연 무대에 오르도록 공을 들였다. 호세 마르티네즈 예술감독은 박세은, 강호현, 윤서후 등 한국인 단원에 대해 "한국의 발레 교육과 현장이 굉장히 훌륭하기 때문에 이들이 파리오페라발레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라며 "다들 적응도 빠르고 잘해왔다"고 칭찬했다.

세계적 오케스트라인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이달 초 정명훈 지휘자와 함께 한국 공연만을 위한 첫 아시아투어에 나섰다. 정명훈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이 같은 행보는 한국의 음악적 수준이 높아졌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에이드리안 존스 대표는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이 세계무대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로 "한국 고유의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전통"을 꼽았다.

한국에 오자마자 국립중앙박물관을 둘러봤다는 그는 "전시 유물들을 보면서 한국이 굉장히 오랜 역사적 전통을 잇는 민족임을 처음 실감했다"며 "그 문화유산이 한국 음악가들의 성공 이유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케이팝, 영화, 미술, 클래식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한국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국내에서도 해외 유명 작품들을 만나볼 기회가 늘고 있다. 여기엔 사회공헌 활동의 하나로 문화예술 분야의 지원·후원을 지속해온 기업들의 역할도 한몫 했다.

한국메세나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국내 기업들의 문화예술지원 총액은 1790억원으로, 코로나19와 경기 침체에도 전년보다 0.7%(12억원) 늘었다. 'KT&G 상상마당'을 통해 음악·디자인·인문학·사진 등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KT&G가 개별 기업 부문에서 전년에 이어 지원 규모가 가장 컸다. 기업 출연 재단 부문에서는 리움미술관·호암미술관을 운영하는 삼성문화재단이 1위를 유지했다.

지난해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현대차 정몽구 재단 장학생 출신이다. 재단은 2020년부터 임윤찬을 지원해왔다. 현대차는 국립현대미술관과 2014년부터 매년 1인의 국내 중견작가를 선정·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이불, 양혜규, 최우람 등의 작가에게 대규모 신작 구현 기회를 제공했다.

금호문화재단은 음악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임윤찬과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첼리스트 최하영 등 다수의 '금호 영재'를 배출해 이들이 세계 무대에서 실력을 뽐낼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금호미술관 역시 유망한 젊은 작가들을 꾸준히 발굴하고 있다.

CJ문화재단은 인디뮤지션, 단편영화 감독, 뮤지컬 창작자의 성장과 시장 진출을 돕는다. 국내 최초로 세계 유수의 음악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실용음악 전공 유학생을 지원하는 음악장학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수많은 기업들이 메세나 활동을 끊임없이 다양화하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한국의 예술과 문화가 확산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2013년 제정된 '문화예술 후원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여전히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으며 기업들에 아쉬운 부분으로 남아있다.

기업인들은 지난해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기업이 예술단체에 지원하는 금액에 비례해 재원을 추가 지원하는 '예술지원 매칭 펀드' 사업을 늘려달라고 제안했다. 또 전국 단위의 문화예술 후원활동 연계망 구축 지원, 문화예술 후원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강화 등을 요청했다.

박 장관이 "다양한 지원 정책을 발굴해 예술과 기업의 협력을 계속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힌 만큼 기업들의 문화예술 후원 활동을 독려할 법 개정도 이뤄지길 희망한다.

기업과 문화예술인뿐 아니라 한국 역사·문화에 자긍심이 높은 국민 모두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모범이 되길 원한다"며 문화 강국을 꿈꾼 백범 김구 선생의 바람과 같은 마음일 것이다. 무엇보다 그 가능성을 알기에 깊이 응원한다.

박은희 산업부 재계팀장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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