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못 갚으면 대출 알선해 준 기업이 대신?…대법 "불공정 계약"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자본금이 훨씬 많은 캐피털사가 소규모 중소기업과 대출 알선 계약을 맺으면서 '소개해준 기업이 기한 내 상환을 못하면 알선기업이 대출금을 떠안는다'는 조건을 달았다가 계약 무효 판결을 받았다.
A사가 수산물담보대출상품 이용자를 B사에 알선해주면 B사는 대출금의 1%를 이용자로부터 받아 0.5~0.8%를 A사에 수수료로 주는 조건이었다.
대출 이용자들이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경우 상환할 책임도 A사에 부여한다는 점이 특히 문제가 됐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캐피털사, 우월적 지위 활용
연대보증·변제의무 강제는 잘못"
자본금이 훨씬 많은 캐피털사가 소규모 중소기업과 대출 알선 계약을 맺으면서 ‘소개해준 기업이 기한 내 상환을 못하면 알선기업이 대출금을 떠안는다’는 조건을 달았다가 계약 무효 판결을 받았다.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한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법에 위배된다는 판단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수산물업체 A사가 금융업체 B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사와 B사는 2014년 대출업무 위탁 계약을 맺었다. A사가 수산물담보대출상품 이용자를 B사에 알선해주면 B사는 대출금의 1%를 이용자로부터 받아 0.5~0.8%를 A사에 수수료로 주는 조건이었다.
누구에게 대출해줄지 결정할 권한은 B사에 있고, A사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대출 이용자들이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경우 상환할 책임도 A사에 부여한다는 점이 특히 문제가 됐다. A사는 대출 때마다 연대보증을 서야 했고, 상환 기한이 넘어가면 대출금을 대신 갚고 담보를 매입해야 했다.
실제로 A사는 대출금을 갚지 못한 업체들 대신 B사에 원리금 10억7300만원을 대신 갚았고, 1억5800만원의 창고보관료도 지급했다. 결국 A사는 “고의·과실과 상관없이 무조건적인 연대보증과 담보물 인수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등 거래상 지위를 남용했다”며 B사를 상대로 약 6억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A사의 손을 들어줬다. B사가 A사에 비해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대법원은 “A사는 계약 체결 직전 설립된 반면 B사는 이미 17년 정도 존속한 상태였던 점은 물론 자본금도 A사의 약 4500배에 달한다”고 했다.
민법 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은 “원고는 각 대출약정의 체결 여부와 그 내용에 관여할 아무런 권한이 없지만, 이용자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연대보증채무·대위변제의무·담보매입의무까지 사실상 강제되는 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원고는 부당하게 과도한 부담을 지게 된 반면 피고는 부당하게 과도한 이득을 얻게 됐으므로, 민법 103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해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 해외투자 '한경 글로벌마켓'과 함께하세요
▶ 한국경제신문과 WSJ, 모바일한경으로 보세요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25년께 다음 팬데믹 온다…오랜 방역경험 기록, 대비 도울 것"
- 유재석·전현무 따라 나도…여대생들 사이 '필수코스'라는 이것
- '삼성이 300조 쏜다'…다시 들썩거리는 동네 어디?
- '자녀 셋' 20대 아빠는 병역 면제?…논란 일자 "추진계획 없다"
- 올해 주가 300% 급등한 '이 회사'…이번엔 깜짝 계획 공개
- '승리 열애설' 유혜원, 버닝썬 파트너 아내 박한별 카페 홍보까지
- [종합] 'G컵' BJ 바비앙 "가슴으로 돈 버는 게 죄냐, 모델로 직업 속여" ('진격의 언니들')
- "이근, 한판 붙자" 유튜버 구제역 격투기 대결 제안
- '서정희 딸' 서동주, 반할 수 밖에 없는 아름다움...쇄골미인
- "女탈의실에 여장 남자 있다"…서울 대형 헬스장 '발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