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강국, G5 도약의 길] 정부역할 호소한 CEO들 …"제조업 국가대항전 맞설 원팀 절실"

김대영 기자(kdy@mk.co.kr), 오수현 기자(so2218@mk.co.kr), 진영태 기자(zin@mk.co.kr) 2023. 3. 2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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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33차 비전코리아 국민보고대회에서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인공지능(AI) 공장으로의 생산시설 전환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에서도 이뤄져야 한다."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스마트공장 도입을 통해 원가를 30% 절감할 수 있다는 대목이 특히 와 닿았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

22일 제33차 비전코리아 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한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재계 관계자들이 제조업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데 깊이 공감했다. 그러면서 AI·로봇 기술 도입을 가속함으로써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디지털화에 더욱 속도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AI 공장을 계속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림은 올해 국내 스타트업이 개발한 지능형 물류로봇 시스템 도입을 위해 전라북도 익산시 공장에 테스트베드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는 식품 창고에서 AI 로봇을 활용한 물류 자동화를 꾀하는 첫 사례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김 회장은 "제조·유통 기업 생산시설이 AI·디지털화하는 건 당연한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물류 기업인 쿠팡도 AI를 비롯한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한 혁신을 지속적으로 꾀할 것임을 밝혔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강한승 쿠팡 대표는 "전통적 개념의 유통·물류산업에 AI·로봇 등 최신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국제 경쟁력을 키우자는 건 쿠팡의 성장 스토리와도 맥을 같이한다"며 "첨단 물류 인프라스트럭처 혁신을 통해 고객가치를 지속해서 높여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조업 현장에 효율성을 높이는 협동로봇을 더 많이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문홍성 (주)두산 사업부문 총괄사장은 "AI와 로봇이 스마트공장 구축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도 협동로봇에 AI를 적용해 제조 외에도 물류·서비스 등 여러 분야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두산은 협동로봇을 만드는 두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최근 의료용 협동로봇 솔루션 개발에도 나섰으며, 미생물 검사가 필요한 식음료· 화장품 업종에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수천 개에 달하는 전통적 제조 현장을 미래형 AI 공장으로 바꾼다는 건 기업 혼자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특히 자금과 기술이 부족한 중견·중소기업은 정부 지원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실제 이날 국민보고대회 현장에 모인 상당수 기업인이 정부 역할을 강조했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은 "제조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많은 시장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정부가 분야별로 세분화된 AI·디지털 전환 청사진을 그린 뒤, 민·관 역량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조업 혁신 경쟁은 국가대항전이기 때문에 정부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민·관이 힘을 합쳐 지금보다 더 열심히 디지털 전환 작업을 해야만 한다"고 역설했다.

주현 산업연구원장은 "탈글로벌화·디지털화·탈탄소화 모두 우리 제조 기업이 체감하고 있는 문제"라며 "디지털화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의 강점을 살려나가고, 탈탄소화 역시 국제적인 맥락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인 만큼 지속해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처럼 생존에 대한 절실함이 담긴 산업계 요구에 정치권도 적극적인 입법·정책적 지원을 약속했다.

당대표에 선출된 후 첫 외부 행사로 국민보고대회를 택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한강의 기적'은 다른 나라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자랑스러운 우리의 제조업 역사"라고 운을 뗐다. 김 대표는 "우리 정부도 미래 산업 선점을 위해 AI, 모빌리티, 우주항공, 원자력, 바이오헬스 등 분야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조업 부흥을 위해 국회에서, 또 우리 당에서 도울 수 있는 입법·정책적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겠다"고 약속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국도 세계적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다시금 '제조강국 코리아'로 우뚝 설 수 있는 새로운 정책 역량과 기반을 갖춰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도 'K칩스법'(국내 반도체 시설 투자에 추가 세제 지원을 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에 흔쾌히 동의했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맞춰 '한국판 IRA 법안'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 진출 기업이 국내로 복귀하는 리쇼어링과 관련해서도 과감한 세제 지원과 행정 절차 간소화를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 참석한 기업인 대다수가 우리나라 제조업을 미래형으로, 그것도 매우 빠른 속도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매일경제 제언과 의견을 같이했다.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직무대행은 "조금만 혁신을 게을리해도 제조업 경쟁에서 경쟁국들과 큰 차이로 뒤처질 수 있다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은 "올해 국민보고대회가 매우 시의적절한 화두를 제시했다고 생각한다"며 "제시된 해법에 대해 동의하고 앞으로 많은 논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대표도 "경제인·기업인이 정부에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잘 담긴 국민보고대회였다"며 "특히 높은 수준의 산업 트렌드가 잘 조명됐다"고 평가했다.

[특별취재팀=김대영 산업부장 겸 지식부장(부국장) / 오수현 기자 / 진영태 기자 / 문재용 기자 / 김금이 기자 / 이유섭 기자 / 우제윤 기자 / 나현준 기자 /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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