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억 호박' 순식간에 팔려…亞 미술허브 홍콩의 부활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3. 3. 2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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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바젤 홍콩' 4년만에 대규모 개최
32개국서 177개 갤러리 집결
세계미술 20% 차지 거대시장
아시아 슈퍼 컬렉터 몰려들어
유명작가 희귀한 신작 쏟아져
수십억원 작품들 줄줄이 팔려
이우환·박서보 등 K아트 인기
21일 아트바젤 홍콩의 국제갤러리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홍콩 김슬기 기자>

코로나19로 고립됐던 홍콩이 미술시장의 호조에 힘입어 부활을 꿈꾼다. 문호를 열자마자 본토 컬렉터들이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 아트바젤 홍콩이 21일 낮 12시(현지시간)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해 25일까지 축제를 이어간다. 정치적 소요와 코로나19로 축소됐던 행사가 지난 1월 23일 방역 규제가 완전히 풀리면서 2019년 이후 4년 만에 대규모로 열린다.

방역 해제에도 지난 1월 홍콩을 찾은 관광객 규모는 2019년의 약 10%로 쪼그라들었다. 홍콩 정부는 3월에 무료 항공권 50만장을 뿌리는 파격적인 관광 진흥책 '헬로 홍콩'의 닻을 올리며 관광허브로서 부활을 꾀하고 있다. 고대관 산업은행 홍콩지점 부부장은 "현지에선 거리에 사람이 늘어난 게 눈에 띄지만 옛날처럼 중국 관광객이 많은 수준은 아닌 것 같다. 홍콩이 금융중심지 위상을 잃어버릴 것이란 예측이 많지만, 금융산업에서 중국을 배후로 삼은 홍콩의 위상이 흔들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타파인아츠에서 45억원에 팔린 구사마 야요이 작품 '호박'. <홍콩 김슬기 기자>

초고액 자산가들이 홍콩을 떠나는 '홍콩 엑소더스' 현상으로 이주가 대거 이뤄진 싱가포르를 비롯해 서울, 일본이 일제히 국제 아트페어를 신설하며 맹주를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아트바젤 홍콩의 위용은 '왕의 귀환'이라 할 만했다. 32개국 177개 갤러리가 부스를 열어 137개가 참여한 작년보다 크게 늘었다. 국제갤러리, 조현화랑, 학고재 등 한국 화랑은 역대 최대인 12개가 참여한다.

21일 개막 행사에서 노아 호로위츠 아트바젤 대표는 "글로벌 3대 경매사의 홍콩 투자가 늘고 팬데믹 기간에도 세계적 화랑이 대규모로 진출했다"며 "중국은 여전히 세계 미술시장의 20%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이고 홍콩은 의심할 여지 없는 아시아 미술 중심지"라고 말했다.

VIP가 초대된 첫날 풍경은 하루 7만명이 찾으며 '인산인해'를 이뤘던 작년 9월 프리즈 서울과는 대조적이었다. 큰손들이 집결했지만 관람객 수는 4년 전에 비해 크게 줄어들어 차분한 분위기였다. 박경미 PKM갤러리 대표는 "중국 본토 손님이 40%, 한국과 아시아 손님이 절반을 채운 것 같고 서구 손님은 많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했다.

1조원 예술장터의 부활을 노리는 첫날 판매는 호조를 보였다. 4년 만에 열린 중국 시장을 겨냥해 메가 화랑들이 막대한 진용을 갖췄기 때문이다. 프리즈 서울에서 보기 힘들었던 슈퍼스타들의 희귀한 신작이 즐비했다. 인기 화랑에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조지 콘도, 에이버리 싱어, 니컬러스 파티 등의 대작을 가지고 온 세계 톱 화랑 하우저앤드워스는 45억원에 마크 브래드퍼드 작품을 판 데 이어 수억 원에 폴 매카시, 팻 스타이어, 에드 클라크 등의 주요작을 모두 아시아 고객에게 팔았다.

LA의 데이비드 코단스키는 애덤 펜들턴의 솔로쇼를 선보여 10점 모두 각각 약 1억2500만원에 첫날 완판시켰다. 페이스갤러리도 앨릭스 캐츠 대작을 11억원에 팔고 나라 요시토모, 로이 홀러웰 등 거의 모든 작품을 완판했다.

시장에서 인기가 뜨거운 '여성 작가 강세'도 두드러졌다. 빅토리아 미로의 간판 플로라 유크노비치의 초대형 신작은 250만달러(약 33억원)에 나와 개막 전 예약 판매됐다. 리만머핀은 첫날 류웨이, 이불(약 2억5000만원) 등 거의 모든 작품을 팔았다. 도쿄의 오타파인아츠는 구사마 야요이의 대형 호박 조각을 45억원에 팔았다. 한 갤러리 대표는 "한국 관람객이 정말 많이 왔지만 지갑은 대부분 중국 본토에서 열었다"고 했다.

이번 행사의 '관문'이자 대규모 설치를 선보이는 '엔카운터스' 섹션 참가 작가 13인 중 유일한 한국인인 김홍석의 작업이 돋보였다. 그가 동물인형탈을 쓴 사람 조형물들을 전시한 '침묵의 고독'이 큰 인기를 얻었다.

전 세계 화랑 부스에서도 한국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슈퍼스타가 즐비한 가고시안의 입구를 장식한 '얼굴'은 백남준의 '스탠딩 붓다'였다. 페이스갤러리는 첫날 이우환의 '대화'를 13억원에 팔았고, 화이트큐브와 페로탕, 도쿄갤러리(동경화랑)는 박서보를 돋보이게 걸었다. 페이스는 전속 화랑인 PKM과 협업으로 '한국 추상 미술의 대부' 유영국을 간판 작가로 걸었다. 리만머핀도 1세대 행위예술가 성능경과 전속 계약을 한 후 첫 전시로 부스를 꾸렸다.

국제갤러리는 2억원대 박서보의 '묘법'과 하종현의 '접합', 1억원대 양혜규, 문성식 작품 등을 첫날 팔았다. 조현화랑도 이배를 중심으로 부스를 꾸려 7점을 개막 전에 모두 팔았다. 학고재는 아시아권 인기가 뜨거운 정영주의 회화 4점을 개막 전 완판시켰다. 우찬규 학고재 회장은 "정영주는 미국 중국 홍콩에서 구매를 했다"고 말했다. 신진 작가를 소개하는 '디스커버리스' 섹션에도 휘슬은 람한, 제이슨함은 모카리, 갤러리2는 전현선의 개인전을 꾸려 개성 있는 전시를 선보였다.

[홍콩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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