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리서치 "K반도체, 삼박자 갖췄다" 전폭 지원···2년새 생산능력 2배로

화성=강해령 기자 2023. 3. 22.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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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發 2차 테크빅뱅]< 3 > 위태로운 칩동맹···램리서치 화성공장 첫 공개
5170㎡ 규모로 2021년부터 가동
첨단 공정용 식각·증착 장비 생산
작년 KTC 열어 국내 R&D도 강화
네덜란드 ASML·도쿄일렉트론 등
글로벌기업 韓 생산거점 확대 주목
램리서치매뉴팩춰링코리아 화성 공장에서 엔지니어가 방진복을 입고 반도체 장비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 제공=램리서치코리아
램리서치 화성 공장 엔지니어들이 화성공장에서 제조한 반도체 장비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제공=램리서치코리아
[서울경제]

20일 램리서치매뉴팩춰링코리아 화성 공장. 언론에 최초로 공개된 이 공장에서 방진복을 입고 에어 샤워를 거친 뒤 진입한 클린룸은 마치 차원이 다른 공간 같았다. 입구를 통과하자마자 보이는 8m 층고와 미세한 입자를 잡아내는 통풍구의 ‘윙’ 하는 소리가 눈과 귀를 압도했다. 이 클린룸의 중간을 가로지르는 통로 양 옆으로는 반도체 장비를 제조하는 개별 공간인 수십 개의 ‘베이(Bay)’가 자리 잡고 있다.

노란색 철골 기둥으로 구분한 각 베이 안에서는 엔지니어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반도체 공정용 ‘식각’ 장비를 만들고 있었다. 엔지니어들은 300㎜ 웨이퍼가 놓이게 될 그릇 모양의 ‘챔버’ 아래에 가스량을 조절하는 밸브·파이프·전선 등 복잡하게 설계된 부품을 능숙하게 조립했다. 램리서치는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식각 장비 제조 분야에서 50% 이상 점유율을 확보한 시장의 강자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램리서치의 주력 장비를 한국 엔지니어들이 만들고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램리서치매뉴팩춰링코리아 화성 공장 전경. 사진 제공=램리서치코리아
램리서치매뉴팩춰링코리아 화성공장 전경. 사진제공=램리서치코리아

식각 장비 제조 공간 끝까지 걸어가 귀퉁이를 도니 증착 장비 라인이 등장했다. 차세대 장비로 각광받는 원자층증착(ALD) 장비 제조도 눈에 띄었다. 엔지니어들은 2교대 근무로 24시간 클린룸 불을 상시 밝힌다.

램리서치매뉴팩춰링코리아 화성 공장은 세계 4대 반도체 장비 회사인 미국 램리서치의 한국 생산 법인이다. 회사는 경기 화성은 물론 오산·용인시에도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는 가장 최근인 2021년 하반기부터 운영을 시작한 화성 공장에 큰 관심을 가진다. 화성 공장의 면적은 1층 4166.4㎡, 2층 1004.4㎡ 규모다. 이 공장 운영 이후 램리서치매뉴팩춰링코리아의 생산 능력은 2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곳에서 생산하는 식각·증착 장비는 국내 대형 반도체 회사에 그치지 않고 미국·대만 등 세계 곳곳으로 선적된다는 사실이다. 3나노미터(㎚·10억 분의 1m)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200단 이상 낸드플래시, 10나노급 첨단 D램용 최첨단 식각·증착 장비로 추정된다.

램리서치매뉴팩춰링코리아를 총괄하는 이체수 사장은 “이곳에서 만든 장비들은 글로벌 유력 반도체 회사의 최첨단 공정 라인으로 공급하고 있다”며 “우리는 내수 시장용 공급사가 아니라 ‘글로벌 서플라이어’로서 발돋움하는 중”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램리서치 미국 본사에서도 이 공장을 극동 아시아 어딘가에 있는 공장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성 공장 운영과 함께 램리서치매뉴팩춰링코리아의 매출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회사의 매출은 2021년도 4470억 원이던 것이 2022년도에는 7200억 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1년 새 매출이 61%나 증가한 셈이다. 램리서치는 국내 생산 능력뿐만 아니라 국내 연구개발(R&D) 인프라도 강화했다. 지난해 R&D 거점인 코리아테크놀로지센터(KTC)를 열면서 국내 반도체 장비 개발까지 속도를 올리는 것이다.

램리서치가 한국 반도체 생태계 내 입지를 강화하는 이유에 대해 이 사장은 "고객사 근접 대응, 우수 인력 확보, 반도체 공급망 등 세 가지 유리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이 벌어진 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세계 최대 고객사 요구에 보다 발빠르게 대응해 리스크를 줄인다는 전략도 함께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계에서는 램리서치 외에도 네덜란드 ASML·ASM, 일본 도쿄일렉트론·고쿠사이일렉트릭 등 회사들이 새로운 R&D 센터와 생산 거점을 한국에 속도감 있게 마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램리서치처럼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회사가 한국에서 생산·연구 인프라를 확대해나가는 것이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장비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고급 소재·부품·장비 자립화와 인재 양성에 속도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외산 장비사들이 한국에 둥지를 틀면 우수한 반도체 기술이 들어오면서 첨단 분야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환경에서 탄탄한 기술력을 확보해 각종 지정학적 문제에 유리하게 맞설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화성=강해령 기자 h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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