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핵'이 뭐길래…넥슨 '득템의 재미' 무색해졌다

이민후 기자 2023. 3. 2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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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게임즈 '오딘'도 유저 폭로
[지난 17일 고개 숙이는 메이플스토리 운영 책임자들(사진=넥슨)]

MMORPG인 카카오게임즈의 모바일게임 '오딘:발할라 라이징'에 이어 넥슨의 PC '메이플스토리'까지 '핵'(해킹 프로그램) 사용 정황이 발견됐습니다.

넥슨코리아는 사건을 인지하고 메이플스토리 공식 홈페이지에서 게임 내 불법 프로그램과 관련해서 오는 24일까지 업데이트를 완료해 정상적인 게임운영을 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넥슨은 핵 사용을 적발한 이후 7차례나 공지문을 올려서 핵 사태를 바로잡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완벽하게 차단에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게임이 20년 된 '구식 클라이언트'으로 구동하다 보니 게임의 빈틈이 많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로 클라이언트를 변조하는 방식으로 '아이템 강화 확률 조작', '보스 무력화', '순간이동'까지 가능해지면서 게임 시스템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장면들이 온라인에 돌아다니기도 했습니다. 

[메이플스토리 '핵/매크로' 대응 현황(사진=넥슨)]

MMORPG는 게임 아이템이 현실 재화와 거래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 플레이의 공정성이 담보되지 못하면 게임 내 시장경제에 불균형을 초래해 유저들의 불만을 살 수밖에 없다는 특징을 지닙니다.

메이플스토리 PC버전의 핵 의혹은 지난 13일 게임 커뮤니티에서 한 유저의 의혹 제기로 불거졌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메이플스토리 내 엔드스펙(종결급) 아이템이라 불리는 '리스트레인트 링'을 불법 프로그램인 핵을 사용해 손쉽게 얻으면서 퍼졌습니다.

'리스트레인트 링'은 메이플스토리 내 플레이타임 40-60분 정도 걸리는 '더 시드' 콘텐츠를 클리어할 때 낮은 확률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핵'을 이용하면 '더 시드' 콘텐츠를 일반적인 유저보다 25-5분 정도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됩니다. 

이로써 평균적인 유저가 유저가 1시간에 한번 뽑기를 할 때, 핵 이용 유저는 35분에 한 번 뽑기를 한 번하는 불공정한 확률 싸움을 하게 됩니다.

'뽑기' 경쟁에서 밀린다는 사실을 더해 넥슨이 이같은 핵 사용을 9년째 방치하고 있었다는 정황 또한 유저들의 몰매를 맞는 이유입니다.

반칙 플레이에 무너진 게임 공정성…'뿔난' 유저들 
['불'타는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사진=메이플스토리 공식홈페이지 갈무리)]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은 커뮤니티에서 핵 사용 사실이 공론화되자 들고일어났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사건이 터진 지 8일이 지났어도 버그를 고치면서 업데이트 상황에서 겪는 문제를 토로하거나 해명이 석연치 않아 '메접'(게임을 접는 행위)한다는 반응까지 이어졌습니다.

메이플스토리 5년 차 유저인 김 씨는 "유저 입장에서는 게임 관리를 허술하게 하고 있다는 점이 화가 많이 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게임 아이템이 메소(게임머니)이고 푼돈이라지만 결국 현금과 연동된 것인데 넥슨이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메이플스토리를 탈퇴한 박 씨는 "넥슨의 소통방식에 질렀다"며 "결국 확률조작으로 인한 트럭시위 때처럼 뻔뻔하게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유저들과 소통에서 의혹이 다 풀리지 않았다"며 "해명방송이 유저들을 설득하지 못 한 건 큰 패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넥슨 '득템'의 재미?
[GDC2023에서 발언 중인 황선영 넥슨 그룹장(사진=넥슨)]

내부에서 진통이 계속되는 와중에 넥슨은 오늘 미국에서 '블록체인'을 통한 새로운 메이플스토리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황선영 넥슨 그룹장은 오늘(22일) 미국 GDC2023에서 "득템의 재미를 늘리는 것이 게임의 핵심적인 요소"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인기요인으로 "지속적인 콘텐츠 업데이트 기반의 아이템 사용처의 확장, 그리고 게임 내 봇들의 활동을 단속하는 등 강력한 라이브 대응을 통한 아이템 레어리티 관리로 게임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글로벌 대표 블록체인 업체인 '폴리곤'과 파트너십을 맺고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를 구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넥슨 관계자는 '핵'과 관련해서 "블록체인 기술로 거래가 투명하게 다 공개될 것을 기대한다"며 "오늘 발표 내용은 이번에 터진 PC 메이플스토리와 다른 지역에서 전개되는 별개의 게임"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핵과의 전쟁에 나선 건 넥슨만이 아닙니다.

이번달에는 카카오게임즈 MMORPG '오딘 : 발할라 라이징'에서 핵을 사용한 불법 게임 사용정황이 유저들의 폭로로 밝혀졌습니다. 빠른 속도로 사냥하도록 돕거나 이용자가 조작하지 않아도 특정한 플레이를 반복하는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카카오게임즈는 "곧바로 이용자를 차단하고 업데이트를 통해서 막았다"며 "유저들을 위해 일회성으로 보상도 제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황이라며 사법적 책임까지 묻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넥슨 역시 강경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인데요. 이번달 말에 구체적 내용의 운영정책 개정안을 공표하고, 향후 사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핵은 넥슨이든 어디든 공통된 고질병일 수밖에 없다"며 "원론적이지만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유저들에게 신뢰를 주는게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프로그래밍을 서비스하고 오남용하는 어뷰징 문제는 사실상 막기 어렵다"면서 "자정작용이 이뤄지는 성숙한 개발문화가 정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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