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입맛 녹인 ‘한국 맛’…아마존 스테디셀러라는데
칠리파우더 카테고리 상위권
인기 힘입어 한국서도 판매
한국인에게는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 ‘생소한 맛’의 음식들이지만 이들은 해외 인플루언서들의 입소문을 타고 꽤나 인기를 얻고 있는 메뉴다. 특정 식당에서 파는 제품은 아니다. 이들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 하나의 ‘마법 가루’만 있으면 된다. 서울시스터즈의 ‘김치시즈닝’이다. 입안을 얼얼하게하는 김치맛이 나는 이 가루는 2020년 세상에 나왔고 같은 해 일본의 ‘시치미’, 베트남 ‘스리라차’, 멕시코의 ‘타코 파우더’ 등을 모두 제치고 아마존의 ‘칠리파우더’ 카테고리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17년 김치시즈닝 개발에 뛰어든지 꼭 3년만이다. 이후 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3위안에 이름을 올리는 칠리파우더 분야 스테디 셀러가 됐다. 미국에서 먼저 인기를 얻은 이 김치맛의 가루는 한국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되며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전 직원이 8명인 소규모 스타트업 중 자신의 분야에서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을 보유한 기업이 몇이나 될까. 안태양 푸드컬처랩 대표(38)는 “외국인들은 김치시즈닝으로 ‘김치주스’를 만들고, ‘김치 데낄라’를 즐기기도 한다”며 “그들은 김치에 대한 관심이 많으면서 동시에 편견이나 선입견이 없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또 “K 푸드는 수년 전부터 세계에서 관심을 받고 있고, 건강한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있어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더 관심이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K푸드 유행의 ‘덕’을 보지 않은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작은 스타트업인 푸드컬쳐랩이 세계 정상에 설 수 있었던 것은 단순한 운이나 감 때문은 아니다. 안 대표는 “제품을 개발하며 제조사들을 찾아다니던 시절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그게(김치시즈닝) 성공할거면 대기업이 이미 했겠지 왜 여태 안했겠냐’ 였다”고 회상 했다. 그는 남들의 말이나 자신의 감을 믿는 대신 데이터를 찾았다. 소스 시장에서는 머스터드와 간장 등 다른 소스보다 핫소스 시장이 성장하고 있었고, 유산균에 대한 관심은 해마다 커졌다. 특히 발효에 대한 서양인들의 이해도가 높아졌다. 매년 3조원 이상의 매출이 미국 안에서만 ‘코리안 푸드’로 발생하고 있었다.
특히 ‘김치’는 미국 내 푸드 트렌드 보고서에서 늘 10위권 안에 드는 ‘단골손님’이었다. 그는 “김치맛이 나는 소스를 만들자고 생각했고, 별도의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단어만 봐도 케이푸드를 떠올리고 맛을 상상할 수 있는 이름인 ‘김치시즈닝’이라는 단어를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들은 별도의 마케팅 투자를 하지 않았다. 안 대표는 “사실 마케팅을 안한 것이 아니라 못 한 것”이라며 “3년간 아르바이트로 비용을 충당해가며 김치의 맛을 구현한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직관적으로 알릴 수 있는 작명을 한 것이 고객의 마음을 끈 것 같다”며 웃었다.
창업 6년차를 맞은 푸드컬쳐랩은 올해 새로운 도전을 준비중이다. 컬래버레이션 제품이 아닌 자체 제작 상품을 시장에 선보이겠다는 게 목표다. 김치시즈닝 출시 이후 자체 상품을 내놓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이번에 안 대표가 노리는 것은 냉동간편식 시장이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집밥’ 문화가 확산되면서 냉장 가정간편식(HMR)시장이 커졌지만, 짧은 유통기간과 많은 폐기물 발생 등의 한계가 있다”며 “냉동식품의 식감이나 맛이 해결된다면 HMR의 수요가 냉동간편식쪽으로 몰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푸드컬쳐랩은 냉동간편식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제조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맛의 향연’에 투자해 2대 주주가 됐다. 상반기 ‘김치 멘보샤’를 시작으로 김치 어묵, 김치어묵을 넣은 떡볶이 등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안 대표는 “아직은 작은 회사다보니 김치와 관련된 제품을 생산해가며 우리 브랜드의 ‘컬러감’을 한가지로 가져가려한다”며 “향후에는 제품 개발을 넘어서 식품 원료 개발까지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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