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저출산과 1인당 GDP는 상관없다?

입력 2023. 3. 22. 17: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저출산에 따른 노동량 감소를
투자·생산성으로 메운다는 건
실현가능성 희박한 탁상공론
노동공급 줄면 자본투자도 줄고
생산성의 성장기여 지속 감소 중

오래 교정치과의사로 일해 온 지인이 저출생으로 치아교정 수요가 줄면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제라도 보철이나 임플란트 등 고령층 대상 시술을 새로 배워 계속 일할 것인지, 그만둘 것인지 고민 중이다. 최근에 다른 지인은 소아치과의원을 폐업했다. 안정적 직업군 내에서도 인구구조 변화의 충격파를 맞고 있다. 인구 충격이 남의 일, 또는 일하는 동안에는 오지 않을 것으로 여겨왔던 경우에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제 경제 전체의 관점에서 고령화에 따른 미래 살림살이의 변화를 예상해보자. 이럴 때 참고하는 장기경제성장률 전망은 국가재정과 국민연금 등의 재정 추계와 장기 계획의 수립에도 필요하다.

작년 11월 KDI는 우리 경제의 성장세 둔화로 경제성장률이 2023년 2%를 소폭 상회하고, 2027년까지 향후 5년간은 연평균 2.0%, 2050년에는 0.5%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GDP는 생산요소(노동, 자본) 투입량과 총요소생산성(생산요소 대비 생산량)으로 분해할 수 있다. 장기경제성장률 하락은 주로 고령화로 인한 노동 투입량 감소에 기인한다. 인구가 줄면 1인당 GDP 성장률은 괜찮지 않겠냐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고령화의 부정적 영향을 피하지 못한다.

자본 투자의 증대로 만회할 수 있을까? 자본 공급의 증가세는 이미 둔화해왔고 2001~2010년 경제성장률 하락의 주범이었다. 앞으로 노동 공급이 줄면 이와 결합하는 성격의 자본 투자가 줄고 자본의 한계생산성도 감소해 자본의 성장기여도 역시 더 낮아질 수 있다. 예컨대 자본이 컴퓨터라면, 일할 사람이 반으로 줄었을 때 업무용 컴퓨터 투입도 반으로 준다. 기존 장비도 총가동되지 않아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저축을 소비하는 노년 인구의 증가, 세수 감소와 복지 지출 증가는 민간과 정부의 저축률을 낮춘다. 투자 재원의 감소와 투자 수익률의 감소는 자본 공급의 증대에 기댄 성장률 지지를 어렵게 한다.

그럼 총요소생산성 제고가 희망이 될 수 있을까? KDI 계산에 의하면, 총요소생산성의 성장기여도는 2001~2010년 1.9%포인트에서 2011~2019년 0.7%포인트로 떨어져 두 기간의 경제성장률을 4.7%에서 2.9%로 하락시킨 주범이었다. 2050년 경제성장률 0.5% 전망도 총요소생산성의 성장기여도가 1.0%포인트로 회복된다는 가정을 전제한 것이고, 최근의 0.7%포인트 수준에 머물면 2050년은 제로(0%) 성장이 전망된다.

고령화의 경제적 충격은 점점 넓고 깊게 체감될 것이다. 인구 감소에도 경제 대국의 지위를 유지해 온 독일과 일본을 보며 우리도 할 수 있다고 북돋는 말(2023년 3월 6일자 이종화 교수 매경시평)도 소중하다. 교육, 노동, 투자, 기술을 향상하면 살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격려다. IMF 구제금융 위기 때 박사과정생이었던 나는 정운찬 교수의 긴급특강을 인상적으로 들었다. 그는 우리가 이 국난을 오래지 않아 극복할 것이라 예상하며, 그 근거로 백척간두에 선 채 거리를 바삐 걷는 사람들의 눈에 '경제하려는 의지'가 이글거림을 꼽았다.

지금은, 앞으로는 어떤 의지가 필요할까? 한국의 고령화는 유례없는 세계 최고속이고 구조적 파장은 외환위기보다 장기적이다. 일본은 물론 독일도 해내지 못한 다면적 구조 개혁, 교육 혁신, 디지털 전환, 대외 개방, 규제 개선, 요소 이동성 제고 등을 통한 생산성 향상, 여성 고용률 제고, 중고령자 인적자본 갱신 등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결국 지속할 수 있는 사회를 이어가려는 의지, 새로 배우고 익혀서 경력을 이어가려는 의지, 그것이 가능하도록 단기적 불편과 기득권 감소를 감내하며 사회적 연대를 이어가려는 의지가 필요한 일이다. 가능성에 대한 희망적 전망만으로 되지 않는, 실천과 양보가 요구되는 어려운 일이다.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