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연구는 오래 걸려...박사급 인력 육성 시급"

박정연 기자 2023. 3. 2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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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전략기술을 뒷받침하는 미래소재 확보 전략' 패널토의
22일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국가전략기술을 뒷받침하는 미래소재 확보 전략’ 발표 행사에서 패널들이 토의하고 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젊은 과학자들이 미래소재 연구개발(R&D)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선 양질의 인재 육성에 주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인력이 부족한 연구환경에서는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부족한 인력이 연구에 투입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연구개발의 완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신규 도입되는 장비 활용도를 높이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박사급 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2일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국가전략기술을 뒷받침하는 미래소재 확보 전략’ 발표 행사에선 이같은 젊은 과학자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정부는 국가전략기술 분야를 제고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으로 ‘100대 미래소재’ 발굴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 행사에서는 미래소재 확보를 위해 필요한 연구환경 개선방안이 논의됐다.

현장 연구자들은 인재 육성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젊은 연구자들을 대표해 패널토의에 참석한 김미소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미국의 경우 소재 개발을 위해 도입된 첨단 장비를 대부분 박사급 인력이 다루는데 한국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양질의 연구 성과를 내기 위해선 장기적인 관점에서 박사급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박사급 인재 육성 활성화를 위해선 연구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과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등 과학기술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국내 박사급 인력 유입은 아쉬운 수준이라는 것이다. 박사급 인력이 연구기관에 자리를 잡은 뒤 신기술이나 장비 등와 관련해 지속적인 재교육이 이뤄지는 체계도 한국과의 차이점으로 꼽았다.

연구성과 도출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날 패널토의에 참여한 하헌필 KAIST 연구원은 “소재 관련 연구의 경우 10년 이상 장기 연구가 대부분”이라며 “한번 개발된 소재는 지속적인 개량을 통해 다양한 상황에 응용될 수 있으므로 단기적인 성과를 재촉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성과 도출에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패널 토의에 참여한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같은 현장 연구자들의 의견에 공감을 표했다. 이 장관은 “대학이나 출연연에 도입되는 장비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장비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나아가 분석된 결과를 일부 해석까지 하면서 논문작성에도 기여할 수 있는 인력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편 현재 연구기관에는 많은 장비가 노후화되는 문제도 있는데 공동실험실을 통해 장비 수급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미래소재 확보는 외교와 안보 등 다양한 관점에서 다루어야 할 문제”라며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연구 현장에 장기적이고 원활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2일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국가전략기술을 뒷받침하는 미래소재 확보 전략’ 발표 행사에서 패널들이 토의하고 있다.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이날 발표 행사에서는 분야별 실무 연구자들이 미래소재 확보를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서동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본부장은 “소재는 모든 분야가 중요한 만큼 전 분야에 대해 균형있고 장기적인 지원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연구개발(R&D) 사업과 관련해 현재는 중복지원이 제한돼 있는데 이러한 규정을 완화한다면 더 유연한 연구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영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는 “2차전지 관련 리튬 이온 배터리에서 초격차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현재 가장 큰 고민은 가격 경쟁력 제고와 친환경 정책으로 인한 개발 과정에서의 걸림돌 등이 있다”고 말했다. 2차전지는 제조 과정에서 환경 유해물질을 수반하는데, 각국의 환경관련 정책이 가까운 미래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양태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부원장은 “수소 분야에서는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시장은 점점 커지는 가운데 경제성을 입증하는 연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안전성을 확보하고 관련 규제를 재정비하는 작업도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김동진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장은 “차세대 원전 분야에서는 발전 과정에서 사용되는 후보 소재에 대한 기초 연구와 함께 기술 표준화가 매우 중요하다”며 “기술 표준화를 위한 각종 검증 절차와 과정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유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팀장은 “현재 우주항공 분야 소재와 관련해선 900개 품목이 국산화 대상으로 설정되고 이 중에서도 100개 소재가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데 실용화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낀다”며 “현재 복잡하고 어려운 인증 과정을 도와주는 제도적 방안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박민규 버츄얼랩 부사장은 “ ‘챗GPT’가 등장하기 전과 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인공지능(AI) 분야 소재의 경우 기술이 하루게 다르게 급변하고 이에 따른 시장의 변화도 크다”며 “장기 연구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과제의 방향을 전환하거나 내용을 수정할 수 있는 체계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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