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시위 당한 탄소감축 공청회…전문가는 "다음정부에 미루는 꼴"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2023. 3. 2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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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녹위원장 입장 놓고 대치…환경단체 "정부안 철회" 주장
탄녹위 "포스코 문 닫고 배출량 줄이는 게 국민 뜻이겠냐"
김상협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이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수립 등에 대한 공청회에서 발언하는 도중 환경단체들이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상향을 주장하며 기습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3.3.22/뉴스1 ⓒ News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정부안이 학계와 환경단체 양쪽에서 비판을 받았다.

첫 의견 수렴 자리인 22일 공청회에서 환경단체들이 윤석열 정부가 기후변화 정책을 포기했다며 기습 시위를 벌였다. 전문가들도 '다음 정부에 탄소감축을 미루는 꼴'이라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와 환경부는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 대회의실에서 정부안 공청회를 열었다.

전날 발표된 정부안은 문재인 정부 당시 발표했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인 2018년 대비 40% 감축을 계승하면서 산업부문 감축 비율을 3.1%p 줄인 게 골자다. 산업 부문에서 완화된 부담은 개발도상국을 통한 국제 감축이나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이용(CCUS)을 확대해 상쇄한다.

이날 공청회는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김상협 탄녹위 위원장이 입장할 때부터 환경단체와 갈등이 발생했다. 환경단체들은 '정부안을 철회하라',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상향하라' 등 현수막을 들고 김 위원장의 입장을 막았다.

빅웨이브, GEYK, 턴테이블 등 청년단체 회원들이 22일 오후 탄소중립 기본계획 공청회가 열린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 앞에서 탄소중립 기본계획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2023.3.2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환경단체들은 김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시작한 뒤에도 주장을 이어갔다. 기후위기시민연대는 정부가 전원(電源)으로 내세운 원자력 발전으로는 기후위기를 막지 못한다며 밀실에서 만든 정부안을 폐기하고 △재생에너지 확대 △넷제로(Net-zero) 달성 △탄소예산에 입각한 감축계획 재수립 등을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포스코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2%를 배출한다"면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고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회사를 문 닫게 하고 일자리가 사라지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줄일 수 있는데, 그게 정말 국민의 뜻이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공청회는 각계각층의 국민의 뜻을 듣는 자리이니 여러 의견을 겸허히 듣고 보다 더 좋은 안이 도출되도록 양심을 걸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모두발언 뒤 곧바로 공청회장을 퇴장했다.

김상협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이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수립 등에 대한 공청회에서 환경단체의 기습시위 중 모두발언을 마치고 하단하고 있다. 2023.3.22/뉴스1 ⓒ News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각 분야 전문가들은 정부안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부안이 너무 도전적이거나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이다.

최지나 한국화학연구원 환경자원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는 CCUS로 유효한 감축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현실적 관점에서 정부안의 2030년 감축 목표치는 도전적이고 다소 과도하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CCUS기본법 제정이나 저장소 발굴은 당연한 조건이고, 해외 선진국이 추진하고 있는 지원책이나 규제 등을 살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안의 기후변화 적응 대책에 대해 "기존의 정책을 요약정리한 수준이다. (100점 만점에) 20점쯤 부족한 안으로 보인다"며 "과감하고 혁신적인 게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인사고과, 포상 등을 결합해 철저한 모니터링이 담보된 기후적응기금, 기후적응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계를 대표해 발언한 송상석 녹색교통운동정책위원장은 산업부문의 감축 비율이 줄어든 건 나머지 부문의 부담이 증가한 것으로, 부담은 고스란히 시민사회의 몫이 됐다고 밝혔다.

송 위원장은 "현재 정부안은 심하게 말하면 다음 정부에 미루는 꼴"이라며 "시민사회계의 의견 수렴은 공청회 이후에 듣겠다고 했는데, 의견을 들은 뒤 정부안을 수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부담되는 전환 부문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선택이 합리적인지 궁금하다"고도 덧붙였다.

줄어든 배출 규모를 받아든 산업계는 정부안을 토대로 탄소 시장을 열어 체질을 개선하고 성장의 기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김녹영 대한상공회의소 탄소중립팀장은 "기업은 이제 탄소감축을 윤리적 차원을 넘어 성장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탄소감축 비용과 편익을 분석하면 2063년에서야 편익이 비용을 넘는 것으로 나오는데, 정책적 지원을 토대로 이를 앞당겨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 팀장은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 오염원에서 탄소를 활용해 돈을 벌 수 있는 사업 모델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국제감축 부문의 하상선 에코아이 이사는 "개발도상국에 나가면 아직 기회가 있다"라면서 "(국제감축을 통한 탄소 흡수량인) 3750만톤은 도전적이지만 달성 가능할 것"이라며 동남아시아 탄소시장에서 긍정적 결과를 기대했다.

탄녹위와 환경부는 24일과 27일 청년단체와 시민단체 대상 공청회를 연다.

공청회 이후에는 탄녹위와 국무회의 정부안 심의가 진행된다. 이를 통해 확정된 최종안은 4월 중 국회에 제출될 전망이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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