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69시간’ MZ 의견청취도 갈라치기?…대기업·사무직 노조 치우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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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영(30)씨는 지난 15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뒤에서 손팻말을 든 채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 폐기'를 요구했다.
민주노총에서 노동·안전·보건 분야를 담당하며 주로 판매직 노동자, 특수고용직 같은 취약 노동자를 만나는 조씨는 "근로시간 개편으로 가장 타격을 입을 이들의 목소리는 정부와의 대화에 초대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근로시간 개편 방안 재검토를 지시한 뒤 정부가 연일 간담회를 열어 '현장 의견 청취'를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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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69시간]
“청년들은 분노한다. 주 69시간제 폐기하라!”
조진영(30)씨는 지난 15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뒤에서 손팻말을 든 채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 폐기’를 요구했다. 이 장관이 서울고용노동청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개편방안)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민주노총에서 노동·안전·보건 분야를 담당하며 주로 판매직 노동자, 특수고용직 같은 취약 노동자를 만나는 조씨는 “근로시간 개편으로 가장 타격을 입을 이들의 목소리는 정부와의 대화에 초대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조씨를 비롯한 활동가들에게 “나중에 말씀 하실 기회를 드린다”고 했지만, 조씨는 아직 대화 제의를 받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근로시간 개편 방안 재검토를 지시한 뒤 정부가 연일 간담회를 열어 ‘현장 의견 청취’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의견 청취 대상에 취약 노동자를 대변하거나 국제 사례 분석과 연구 등을 통해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양대노총은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20일 낸 보도자료에서 “양대 노총을 포함한 노사단체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고 밝혔지만,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이날 <한겨레>에 “정부가 공식적으로 대화하자고 요구한 바는 전혀 없다”고 전했다. 근로시간 개편 방향을 바로잡고,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장관은 22일에도 주로 청년층 대기업 사무직 노동자 중심인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쪽을 만나 “획일적이고 경직적인 주 단위 규제 방식은 노사의 근로시간 선택권을 제약한다”며 앞선 간담회와 비슷한 발언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이 개편방안 재검토를 처음으로 지시한 지난 14일 이후 이날까지 이 장관이 참석한 현장 노·사와의 간담회는 8번이다. 이날 만남을 포함해 새로고침협의회를 두 차례 만났고, 근로시간 관리나 휴가 사용 문화가 좋은 기업들의 인사담당자와 노동자를 두 차례, 노동부가 자체적으로 꾸린 청년 자문단 등과의 만남이 세차례였다. 비교적 사정이 나은 기업과 노동자, 혹은 노동부가 자체적으로 꾸린 청년 모임과의 만남만 있었던 셈이다.
반면 노동시간 유연화로 집중·압축 노동이 우려되는 비정규직 등 취약 노동자 대상 만남은 24일로 예정된 청년유니온과의 간담회 정도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정부가 좋은 회사의 사무직을 중심으로 의견을 청취하는 상황에서 불안정 노동자의 목소리를 어떻게든 전하고 싶은데, 간담회가 보여주기식으로 그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방준호 이재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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