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외부문화 살벌 통제 “다량 유포시 최고 사형”

김예진 2023. 3. 2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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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한 드라마와 같은 ‘외부 문화’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만든 법안인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의 전문이 처음 공개됐다. 다량 유포시엔 최고 사형, 다른 사람이 보관 중인 것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아도 ‘불신고죄’를 묻는 등 강도높은 주민통제책이 담겼다.

대북인권단체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21일(현지시간)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자체 입수한 법안 전문을 공개했다. 이번 세미나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이후 10년간의 변화’라는 제목으로 조사위 출범 10년을 기념해 열렸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2020년 말 제정돼 지난해 8월 개정됐다. 

이 법은 먼저 1장에서 외부 문화가 “우리 제도를 붕괴시키려는 적들의 사상문화적 침투 책동”으로 규정했다. 법안은 “반동사상문화는 인민대중의 혁명적인 사상의식, 계급의식을 마비시키고 사회를 변질 타락시키는 괴뢰 출판물을 비롯한 적대 세력들의 썩어 빠진 사상문화와 우리식이 아닌 온갖 불건전하고 이색적인 사상문화”라고 포괄적으로 규정했다. 법 위반 시 처벌 원칙으로 “국가는 반동사상문화를 류입, 시청, 류포하는 행위를 저지른자에 대하여서는 그가 어떤 계층의 누구이든 이유 여하에 관계없이 엄중성 정도에 따라 극형에 이르기까지의 엄한 법적제재를 가하도록 한다”고 했다.

2장에서는 반동사상 문화의 유입 경로워 원천을 전면 차단하고 사소한 요소도 엄격히 경계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를 위해 국경에서 검사 강화, 다른 나라 대표단과 접촉하는 대외사업기관이 외국인이 불순한 출판물을 소지하고 들어와 유포하지 않도록 주의조치, 중앙정보산업지도기관이  TV, 라디오, 인터넷 등 전자설비 이용 장악 및 감시 통제, 적지물(대북전단 류) 감시 및 신고 등을 규정했다. 반동사상 문화의 시청, 유포는 물론, 보관, 재현도 절대 금지해야 한다고 정했다. 컴퓨터, 기억 매체(USB 등 저장 매체), TV, 라디오, 다른 나라 휴대전화, 복사기와 인쇄기를 통한 사본 확산 등도 구체적으로 나열해 금지했다.  역설적으로 이 법안은 그간 북한 사회에서 어떤 방식으로 외부 문화가 퍼졌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외부 유입 문화 외에도, ‘성 녹화물, 미신 전파’도 금지 대상으로 법안에 포함됐다.

남한 말투나 음악을 따라하는 것도 별도 조항으로 금지됐다. “괴뢰말과 글, 창법을 사용하지 말며 괴뢰말투로 된 통보문을 주고받는 것과 같은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돼 있다.

처벌조항에는 괴뢰사상문화전파죄의 경우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이 처하고 괴뢰 영화 녹화물, 편집물, 도서를 유입하거나 유포한 경우에는 무기노동 교화형에 처한다고 규정됐다. 특히 많은 양의 적대국 영화나 녹화물, 편집물, 도서를 유입, 유포하였거나 많은 사람에게 유포한 경우 또는 집단적으로 시청, 열람하도록 조직했거나 조장한 경우에는 무기노동교화형 또는 사형에 처한다고 규정됐다. 

괴뢰문화재현죄는 “괴뢰식으로 말하거나 글을 쓰거나 괴뢰창법으로 노래를 부르거나 괴뢰서체로 인쇄물을 만든 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노동단련형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또 자녀들에 대한 교육 교양을 무책임하게 하여 반동사상문화범죄가 발생되게 한 경우에도 10만∼20만원 벌금에 처해 가정 내 통제도 압박했다.

김태훈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대표는 이날 세미나에서 “최소 벌금부터 최대 사형까지 처벌 규정을 둔 이 법은 북한 주민의 정보 접근권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처벌 수위를 강력범죄 수준으로 높여 생명권을 침해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들에 북한 인권 유린 상황에 대해 알렸고,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10년 전 이곳 제네바에서 COI가 설립됐지만 북한의 인권 상황은 그렇게 개선된 건 아니다”라며 “유엔 회원국들은 인권에 기본을 두고 공통된 이해를 바탕으로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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