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전력에 팀 케미스트리도 완벽, WBC 전승 우승 일본야구의 힘

심진용 기자 2023. 3. 2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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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우승한 일본 대표팀 선수들이 마무리 투수로 나와 승리를 확정지은 오타니 쇼헤이에게 달려나와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7전 전승. 일본 야구는 강했다. 압도적인 차이로 조별라운드를 통과했다. 4강 멕시코전에서 극적인 끝내기 승리를 거뒀고, 22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결승전에서는 메이저리그 슈퍼스타들로 가득찬 미국까지 3-2로 꺾었다. 2009년 대회 이후 14년 만에 3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이번 대회 일본의 경기력은 ‘일본야구 2.0’이라 할 만했다. 작은 스윙과 세밀한 작전, 빈틈 없는 수비 등으로 각인된 기존 이미지와 다른 야구를 했다. ‘투수는 최대한 빠른 공으로 삼진을 잡고, 타자는 최대한 강한 타격으로 장타를 노린다’는 현대 야구의 기본에 누구보다 충실했다.

결승전에서 일본은 선발 이마나가 쇼타부터 마무리 오타니 쇼헤이까지 투수 7명을 마운드에 올렸다. 메이저리거인 오타니와 다르빗슈 유는 물론이고 일본프로야구(NPB)에서 활약 중인 투수들까지 모두가 최고구속 150㎞ 이상을 기록했다. 구속에서 미국을 압도했다.

NPB 투수들의 지난시즌 빠른볼 평균구속은 146.1㎞에 달한다. 2014년 141.7㎞에 비해 8년 동안 4.4㎞가 올랐다. 과학적인 훈련법이 차고 넘치는 인재풀에 결합되면서 폭발적인 기량 향상으로 이어졌다. 같은 기간 메이저리그는 149.3㎞에서 151.1㎞로 1.8㎞ 올랐다. 격차는 여전하지만, 상승폭은 일본이 더 컸다. 투수들이 손쉽게 150㎞ 빠른볼을 뿌려대니, 매일 같이 이들을 상대하는 타자들도 강속구에 주눅들지 않는다. 거침없이 방망이를 돌린다. 일본의 결승전 승리도 무라카미 무네타카와 오카모토 가즈마의 홈런에서 나왔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우승한 일본 대표팀 선수들이 론디포파크 마운드 위에 앉아 기념촬영하고 있다. USA투데이연합뉴스



최강의 전력을 꾸릴 수 있었다는 점도 일본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옆구리 부상으로 이탈한 스즈키 세이야,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맞는 센가 고다이 정도를 제외하고 내세울 수 있는 모든 선수를 모았다. 대회 우승을 위해 미국 국적의 라스 눗바까지 끌어들였다.

결승 상대였던 미국은 그러지 못했다. 야수들은 슈퍼스타들로 채웠지만, 투수진은 상대적으로 빈약했다. 리그 최고의 투수들이 시즌에 집중하겠다며 대표팀 참가를 거부했다. 이날 선발 등판한 메릴 켈리는 지난시즌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기준으로 미국인 선발 투수들 가운데 16번째 선수다. 마크 데로사 미국 감독은 구단들의 이런저런 요구를 받아주느라 ‘극한직업’이 무엇인지를 경험해야 했다. 미국 CBS스포츠는 “자기 커리어를 우선시하는게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일본 선수들이 메이저리거들에 비해 훨씬 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은 사실이다”라고 짚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우승한 일본 대표팀 선수들이 팀 최고참 다르빗슈 유를 헹가래치고 있다. AP연합뉴스



최고의 선수들이 누구보다 진심으로 대회에 임했다. 최고참 다르빗슈는 각국 메이저리거들 중 유일하게 대표팀 캠프에 조기 합류해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대회 성적은 아쉬웠지만, 그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대회 MVP를 차지한 오타니는 경기장 안에서도 바깥에서도 팀의 확고한 중심이 됐다. 전날 4강 멕시코전에서 오타니는 뒤지고 있던 9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헬멧까지 집어던지며 2루까지 달렸다. 눗바는 “오타니처럼 침착한 선수가 그렇게 열정적이라면, 모두가 불타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타니는 이날 결승전을 앞두고도 팀 동료들을 향해 “오늘 하루만은 (메이저리그 슈퍼스타들을) 동경하지 말자. 동경하면 넘어설 수 없다”며 투지를 일깨웠다. 경기 중반부터 그는 마무리 등판을 위해 불펜과 더그아웃을 바쁘게 오갔다. 팀 우승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다. 그리고 9회말 미국의 마지막 타자로 나온 팀 동료 마이크 트라우트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누가 이 대회의 주인공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최강의 전력에 팀 케미스트리까지 완벽했다. 그게 이번 대회 일본이다. 2013년 도미니카공화국에 이은 대회 2번째 전승 우승을 차지한 건 우연이 아니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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