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르의 연회장에서 ‘간베이(乾杯)’ 외친 푸틴... 시진핑 초호화·극진 환대

이용성 기자 2023. 3. 2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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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극진한 환대와 예우를 받았다고 AP 통신과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각)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크렘린궁내 그라노비타야궁에서 열린 공식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시 주석은 20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러시아를 국빈 방문해 21일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시 주석을 맞은 러시아의 환대는 시 주석을 맞은 러시아의 환대는 외신이 “황제의 장엄함(imperial grandeur)으로 가득 찬 의전”이라고 표현할 만큼 요란했다.

전날 시 주석이 공항에서 시내로 향하는 동안 도로 곳곳에는 그의 방문을 환영하는 입간판이 세워졌다.

모스크바 크렘린궁에 도착한 시 주석을 처음 맞은 것은 19세기 스타일의 퍼레이드 제복을 입은 경호원들이었다. 시 주석은 궁 정문에 도착해 이들이 줄지어 서 있는 곳을 지나 주요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천천히 올라갔다. 화려한 붉은 카펫이 깔린 계단이다.

푸틴 대통령은 대리석 바닥과 금빛 샹들리에로 장식된 모스크바 크렘린궁 성 게오르기 홀에서 공식 환영식을 열고 시 주석을 맞이했다. 성 게오르기 홀은 크렘린궁에서 가장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홀의 대리석에는 러시아 최고 군사 훈장인 성 게오르기 훈장을 받은 군부대와 군인들의 이름이 금으로 새겨져 있다. 러시아 제국의 과거 영광을 재현한 듯한 이 화려한 홀에서 두 정상은 군악대의 팡파르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긴 레드카펫 한가운데에서 만나 미소를 지으며 악수했다.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 공식 환영식 장소로 성 게오르기 홀을 선택한 데에는 정치적 함의가 숨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30일 우크라이나 내 4개 점령지의 합병 조약에 서명했던 곳이 바로 성 게오르기 홀이었기 때문이다.

‘지각 대장’으로 유명한 푸틴이지만 이날은 먼저 도착해 시 주석을 맞아들였다. 푸틴 대통령은 2014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회담에 4시간 15분, 2018년 9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회담에 2시간 30분 지각해 눈총을 받았다. 2003년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14분 기다리게 했고, 심지어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을 처음 접견하는 자리에서도 50여 분, 2000년 교황 요한 바오르 2세 만남에서도 15분 지각해 결례를 범했다.

이어진 환영 만찬은 소인수 및 확대 정상회담과 공동성명 채택, 공동 기자회견 등으로 진행됐다. 이어 ‘차르’(황제)들의 연회장이었던 15세기 파체츠궁에서 국빈 만찬이 진행됐다. 푸틴 대통령은 화이트 와인 잔을 들고 “우리의 위대한 친구 시 주석의 건강과 러중 동반자 관계의 심화를 위하여”라는 건배사 끝에 중국어로 “간베이(乾杯)”라고 외쳤다.

푸틴 대통령은 몇 시간 뒤 시 주석을 비공개 만찬에 초청해 4시간 반 동안 7가지 산해진미를 내놓으며 각별히 대접했다. 극동 지역 해산물로 만든 애피타이저, 메추라기와 버섯을 넣은 팬케이크, 파이를 곁들인 철갑상어 수프 등이다. 메인 요리는 체리 소스를 곁들인 사슴고기와 페초라강에서 잡은 시베리아산 흰연어와 야채 중 선택하도록 구성했다.

중국(오른쪽)과 러시아 대표단이 21일(현지 시각) 모스크바 크렘린 내 그랜드 크렘린궁에서 회담을 열고 있다.

반주는 러시아 디프노모르스코 에스테이트 와이너리의 2020년 빈티지 ‘이스트 슬로프’와 ‘웨스트 슬로프’ 2종을 제공했다. 또한 러시아 출신의 전설적인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의 이름을 딴 파블로바 케이크와 석류 셔벗이 디저트로 나왔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을 “친애하는 친구”라고 부르며 시 주석의 3연임을 축하했고,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에게 내년 러시아 대선 승리를 확신한다는 덕담을 건넸다. 만찬이 끝난 뒤 푸틴 대통령은 숙소로 돌아가는 시 주석을 자동차까지 바래다주기도 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러시아의 대중국 의존도는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 것으로 외교가는 보인다. 서방의 대대적인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양국 간 무역 확대를 시종 강조한 점이나, ‘달러 패권’에 도전하려는 시 주석의 어젠다인 ‘위안화 세계화’를 적극 지지한 대목 등을 보며 중국과 러시아의 ‘갑을관계’가 우크라 전쟁 통에 명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가주석 3연임을 확정한 지 열흘만에 이뤄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러는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를 바꾸겠다는 포부를 최대 파트너와 함께 선포했다는 점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우선 순위가 달랐던 점이 공동성명과 회담을 둘러싼 여러 장면에서 잘 드러났다는 의견도 있다.

이와 관련해 홍콩 명보는 22일 이번 회담을 평가하면서 “러시아 측은 비교적 열정적인 용어를 쓴 반면 중국의 어조는 비교적 신중했다”며 “러시아 측이 중국에 요구하는 것이 비교적 많았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명보는 시 주석 방러 첫날인 20일 푸틴 대통령과의 첫 회동 소식을 전한 중국 관영 신화통신 보도에서 ‘약속에 따라’의 의미인 ‘잉웨(應約)’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도 중러 밀월관계를 감안할 때 이례적이라고 짚었다.

‘잉웨’는 외국 인사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거나 비우호적 국가 인사와의 회동 또는 통화 때 쓰는 용어로, 방문국 정상과 만날 때는 거의 쓰지 않는 표현이라고 명보는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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