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히 지나쳤던 사물들, 생각의 길잡이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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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선, 면 다음은 마음'은 시집 '라이터 좀 빌립시다', '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 등을 펴낸 이현호 시인의 산문집이다.
한 편의 글마다 하나의 사물을 이야기하며, 그 사물에 얽힌 사연과 저자의 생각을 풀어놓는다.
저자가 이야깃거리로 삼은 사물들은 여느 집에나 있는 흔하디흔한 것이어서 누구나 쉽게 그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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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 '점, 선, 면 다음은 마음'은 시집 '라이터 좀 빌립시다', '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 등을 펴낸 이현호 시인의 산문집이다. 저자 특유의 섬세한 언어 감각과 삶을 관통하는 문장이 빛나는 마흔여섯 편의 산문이 실려있다.
이 책에는 "사물에 깃든 당신에 관하여"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한 편의 글마다 하나의 사물을 이야기하며, 그 사물에 얽힌 사연과 저자의 생각을 풀어놓는다. 저자가 이야깃거리로 삼은 사물들은 여느 집에나 있는 흔하디흔한 것이어서 누구나 쉽게 그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다.
-의자 "의자가 비어 있다는 것은 거기서 할 일이 끝났다는 뜻이다. 빈 의자에는 누구든지 앉을 수 있다. 비어 있어 보이는 의자에는 낯선 기대감과 낯익은 그리움이 앉아 있다. 빈 의자는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열려 있다. 어떤 가능성을 향해. 그래서 인간은 이 별을 온통 의자로 덮은 것이다."
- 수건 "점과 선을 이으면 선이 되듯이, 사람과 사람을 이으면 인연이 된다. 선과 선이 모이면 면이 되듯이. 인연과 인연이 모이면 세상이 된다. 수건들은 내게 점, 선, 면 다음은 마음이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그저 아무렇게나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인 하나의 점. 그것은 선과 면이 되었다가 마침내 면과 면이 만나 입체가 되며 부피를 갖는다. 부피는 곧 깊이다. 한 장의 수건, 아니 물기를 머금고 머금어 한 장의 바다가 된 수건. 나는 젖은 얼굴을 닦을 때마다 그 깊고 깊은 수건에 사는 심해어 같은 마음들과 입을 맞춘다."
저자는 무정물을 유정물로, 무심을 유심으로, 망각을 기억으로, 그리움을 기다림으로, 좌절을 희망으로 다시 읽는다. 그러다 보면, 그간 집 안을 오고 가며 무심히 지나쳤던 사물들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어떤 사물은 잊고 있던 기억을 다시 불러오기도 하고, 또 어떤 사물은 생각의 길잡이가 되어주기도 한다. 사물들이 어떻게 내게 왔는지, 내 생활을 어떻게 달라지게 했는지를 되돌아보는 것은 삶을 진정 삶답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되묻는 일임을 알 수 있게 한다.
ajsj99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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