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보조금 받으면 중국서 5% 이상 증산 못해…최악 피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

김유진 기자 2023. 3. 2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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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무부, 반도체법 가드레일 조항 발표
‘5% 이상’ 제한 내 기술 업그레이드 가능
중국 기업과 공동연구·기술라이선싱 금지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생산 시설을 둘러본 후 연설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미국 상무부가 21일(현지시간) 반도체지원법(CHIPS Act)에 따른 투자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이 향후 10년간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드레일’(안전장치) 세부 규정안을 발표했다.

반도체 생산능력 기준을 웨이퍼 ‘양’으로 정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존 중국 공장에서의 기술 업그레이드 자체가 봉쇄되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기술 업그레이드를 위한 장비 반입 시 지난해 10월 발표된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가 적용되는 만큼 지난해에 이은 수출통제 유예 연장 여부 등 리스크도 여전히 남아있다.

상무부가 이날 공개한 반도체법 가드레일 세부 규정안은 기업이 보조금을 받은 이후 10년 동안 중국·러시아·이란·북한 등 우려국에서 동안 첨단 반도체의 경우 생산능력을 5% 이상, 범용(legacy) 반도체는 생산능력을 10% 이상 확장하는 것을 금지했다. 범용 반도체 기준은 로직반도체는 28나노 이상, 낸드플래시는 128단 미만, D램은 18나노 이상으로 정의했다.

이에 따라 현재 중국의 첨단 공정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5% 이상’ 요건을 넘지 않는 한 부분적인 기술 업그레이드가 가능할 전망이다.

상무부 고위 당국자도 이날 경향신문을 포함해 한국, 일본, 대만 등 3개국 몇몇 언론을 초청해 연 간담회에서 “5% 생산(증가) 제한에 도달하지 않고 미국 수출통제를 준수하는 한 기술적 업그레이드는 가능하다. 생산능력을 5% 이상 확대하지 않는 한 반도체법이 새로 부과하는 제한은 없다”고 말했다. 다른 고위 당국자도 ”우리의 의도는 중국 내 생산시설의 확장 또는 신설을 막으려는 것이지 현재 운영 중인 생산시설의 가동을 막으려는 것은 아니다“며 ”수출통제를 준수하고 수출통제 기관의 허가를 받은 경우 기술 업그레이드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도체법 가드레일 조항은 보조금 수혜 기업이 10년 간 중국 등 우려국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실질적 확장’(material expansion)하는 ‘중대한 거래’를 할 경우 보조금 전액을 반환하도록 규정했다. 상무부는 ‘실질적 확장’을 웨이퍼 생산량이라는 양적 증산으로 규정하고, 기술 업그레이드는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 중대한 거래 규모는 10만 달러로 정했다.

이로써 기술 개선을 통해 웨이퍼 한 장당 생산되는 반도체 칩 숫자를 늘리는 식으로 한국 기업들이 중국 기업에 대한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는 길은 열려 있게 됐다. 정부도 한국 기업이 가장 우려해온 기술 업그레이드 제한 문제에서는 일단 숨통이 트였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또한 범용 반도체 기준과 관련 로직 반도체는 대중국 수출통제(14nm)보다 크게 강화됐는데도 한국 기업과 연관된 D램이나 낸드플래시는 동일한 수준에서 유지된 데는 한국 측의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상무부 고위 당국자는 한국 등 동맹, 파트너와의 협의를 거쳐 가드레일 잠정 규정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미국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확보를 막기 위해 고삐를 죄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당면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과 SK는 지난해 10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와 관련 ‘1년 유예’를 받아냈지만, 올해에도 비슷한 수준이 적용될 지 아니면 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될 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또한 10만 달러(약 1억3000만원) 이상의 거래를 금지한 규정이 기업이 신규 투자를 결정할 때 제약 요건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상무부는 가드레일 세부 규정안은 화웨이, YMTC 등 중국 기업과의 공동 연구나 기술 라이선싱을 금지한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상무부는 이날 공개한 60일 간 의견 수렴을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재무부도 이날 반도체법 투자 세액공제 관련 세부 규정을 발표하고 반도체 및 반도체 제조 장비 생산 시설에 대한 투자의 25%를 세액공제 받은 기업이 10년 간 중국 등에서 생산능력을 실질적으로 확장하는 경우 신청한 세액공제액을 모두 반환토록 했다.

미 “삼성·SK 중국 공장 가동 막으려는 것 아냐…가드레일, 한국 등 동맹 안보에도 도움”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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