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반토막 났는데 임원들은 스톡옵션 잔치…카뱅 주주는 ‘부글부글’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kdk@mk.co.kr) 2023. 3. 2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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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판교오피스의 모습. [사진 : 김호영 기자]
“주가는 곤두박질치는데 임원이란 사람들은 스톡옵션 행사해서 뒤로 다 팔아치웠다.”

“임원들은 스톡옵션으로 수십억 벌었는데 주주에겐 배당금 80원 쥐어줬다. 주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보인다.”

한 포털사이트의 카카오뱅크 종목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이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기준 사업보고서가 나오면서 주주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지난 한해 이 종목 주가가 반토막 넘게 빠지는 가운데 주요 임원들이 대거 스톡옵션을 행사해 수십억원대 차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특히 관계사인 카카오페이 임직원들의 스톡옵션 행사로 먹튀 논란이 불거졌던 사례를 보고도 스톡옵션 행사를 강행한 것은 모럴 해저드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주원 전 카카오뱅크 이사회의장 등 카카오뱅크 임원 7명은 지난 한해 동안 총 52만주의 스톡옵션을 행사했다.

지난 2019년 지급된 이 스톡옵션의 행사가는 5000원이다. 스톡옵션을 행사하면 현재 2만4000원선인 카카오뱅크 주식을 5000원에 매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전 이사회 의장은 28만주의 스톡옵션을 행사했다. 정규돈 전 최고기술책임자는 지난해 세차례에 걸쳐 8만주의 스톡옵션을 행사했다. 신희철 최고인사책임자, 김석 최고운영책임자는 3만5000주, 고정희 최고전략책임자 4만주, 이지운 위험관리책임자 1만5000주, 이철 재무총괄책임자 3만5000주 등이다.

이들 대부분은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을 매도하지 않고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보유 중인 상태다. 스톡옵션 차익은 김 전 이사회 의장이 71억2600만원, 정 전 최고기술책임자는 33억9600만원, 고 최고전략책임자 18억4000만원, 김 최고운영책임자 15억7500만원 등이다.

카카오뱅크가 지난 2019년에 지급한 스톡옵션의 행사기간은 지난해 3월부터 오는 2026년 3월까지다. 행사 기간이 아직 3년이나 남아있음에도 당시 스톡옵션을 받은 임원 13명 중 절반 정도인 스톡옵션 전량을 행사했다.

문제는 카카오뱅크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카카오뱅크 주가는 5만9000원에서 2만4300원까지 58.81%나 하락했다. 주가 하락으로 고통받고 있는 주주 입장에서는 임원들은 5000원짜리 스톡옵션을 수십억원어치 행사하는 모습이 곱게 보일리 없다.

카카오뱅크의 지난 2021년 8월 상장 이후 현재까지의 주가 추이 [출처 : 구글파이낸스]
특히 카카오뱅크 스톡옵션 대부분은 차액보상 방식이 아닌 신주 발행방식으로 지급된 점도 주주들 사이에서는 불만 사항이다. 즉 회사가 현 주가와 스톡옵션 행사가 간의 차액을 계산해서 현금으로 지급한 게 아니라 새로 발행한 주식을 임원들에게 준 것이다. 주식수가 늘어나면 주당 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은 주가 하락의 피해를 받게 된다.

카카오뱅크의 스톡옵션 행사가 증권가에서 뒷말이 나오는 다른 이유는 옆집 격인 카카오페이가 이미 스톡옵션 문제로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2021년 11월 상장한 후 한달여 만에 임원들이 900억원 규모의 스톡옵션을 행사해 먹튀 논란을 일으켰다. 이 일로 류준영 카카오페이 대표가 물러나는 등 내부적으로도 큰 혼란이 벌어졌고 스톡옵션 행사를 사전에 공시하도록 하는 제도 개선 방안 등이 마련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 직후인 2021년 8월 9만4000원까지 갔던 주가가 2만4000원선까지 하락했는데 불과 4년전에 지급한 스톡옵션의 행사가가 5000원이어서 여전히 수십억원의 차익이 나는 상황”이라며 “당시 스톡옵션의 가치 측정을 제대로 한 것인지 주주들은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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