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美 정부 발표에도 中 리스크 해소 안 돼… 미세공정 전환 못 하면 계륵 신세

황민규 기자 2023. 3. 22.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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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불확실성 해소됐지만 본질적 문제는 여전
중국 공장 낙후화 추세… 증설투자 조항은 ‘계륵’
”美·日 메모리 기업과 생산성 격차 벌어질 수도”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삼성전자 제공

미국 정부가 중국 반도체 공장에 향후 10년간 신규 투자를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의 반도체지원법(CHIPS Act)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을 발표했다. 전체 생산량의 5% 이내 증설투자가 허용되고 중국 공장의 기술 업그레이드가 일부 가능하다는 양보를 얻어냈기 때문에 정부 측은 ‘최악은 피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작 중국 공장의 생산성이 갈수록 떨어지는 근본적인 문제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대내외적인 반응이다.

◇ ”증설 투자 5% 조항, 애초에 불필요… 달라진 것 없어”

2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미국 의회와 정부를 대상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진행해온 로비 활동은 중국 내 공장에서의 첨단 공정 적용을 허용해달라는 방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 정부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첨단 장비 수출을 제재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은 최신 메모리 생산 장비 반입이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미국 정부가 명시한 가드레일 세부 조항은 3D 낸드플래시의 경우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D램은 ‘선폭(회로 폭) 18㎚(나노미터·1㎚=10억분의 1m) 미만 D램’ 등을 첨단 공정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해당 공정이 이미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구공정으로 밀려나고 있으며 낸드의 경우 200단대 이상, D램은 18나노보다 2~3세대 앞선 공정이 주류로 자리잡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가드레일 조항의 핵심인 5% 이내 증설 투자 허용 조항에는 사실상 별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공장 설비투자 집행은 오래전 끝난 상황이며 추가적인 증설은 애초에 계획에 없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 2019년 중국 우시 공장 확장 이후 투자는 일단락된 상황”이라며 “증설 계획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미 정부와 의회에 로비를 하며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투자보다는 공정 업그레이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협상을 통해 얻어낸 10년간 5% 증산 허용은 사실상 의미가 없는 조항”이라며 “메모리 반도체 기업 수익성의 핵심은 미세공정 전환을 통해 꾸준히 생산성을 늘리는 것인데, 중국에서 최첨단 공정 적용이 불가능하다면 애초에 증설투자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美 기술 제한 유예조치 10월 만료… 불확실성은 여전

이번 협상을 통해 미 정부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현 공장에서 기술 업그레이드 등이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이는 실질적으로는 장비의 유지보수 정도가 가능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미 반도체 법에서 규정한 기준인 128단 낸드, 18나노 D램이라는 상한선은 여전히 적용된다. 앞서 미 정부는 한국 기업에 한해 1년간의 유예기간을 줬으며 오는 10월 유예를 연장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중국 장쑤성 우시에 있는 SK하이닉스의 D램 생산 공장 내부.

문제는 미 정부의 유예조치 연장 여부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중국에 새로운 첨단 공정 장비를 반입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최신 공정 장비를 중국에 반입했다가 추후 미 규제에 걸릴 경우 최악의 경우 해당 장비를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어 설비 투입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와중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경쟁자들은 중국 리스크와 무관하게 최신 공정 비중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마이크론의 경우 지난해부터 232단 낸드플래시의 생산 비중을 늘리고 있다. 한국과 중국 공장의 기술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200단대 낸드플래시를 평택공장에서 생산 중이며, SK하이닉스는 10나노대 D램을 이천에서 생산하고 있지만 해당 공정을 중국에 도입하지 못하면서 중국 공장의 웨이퍼 생산성은 한국 대비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공장을 한국으로 이전하거나 제3국으로 이동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역시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설치가 끝난 반도체 설비는 복잡다단한 전후공정들로 엮여있기 때문에 국가 간 이동이 용이한 편이 아니다. 게다가 현지 장비들을 타국으로 옮길 때 중국 정부와의 갈등이 생길 가능성도 있으며, 매각 또한 미 정부의 규제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것이 장비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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