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한국인이 쓴 플라스틱을 보니···생수병만 모아도 지구 14바퀴
한국인의 1회용 플라스틱 용기 사용량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세가 계속되면 1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포함한 생활계 폐기물의 2030년 발생량은 2010년의 3.6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린피스는 22일 발간한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보고서’에서 한국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보면 2021년 한해 동안 발생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총 1193만t으로, 2017년에 비해 49.5%포인트(395만t)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분리 배출되는 플라스틱 중 배달음식 포장재가 포함된 ‘기타 폐합성수지류’ 항목은 2019년 하루 715.5t에서 2021년 하루 1292.2t으로 80.6%나 늘어났다.
1인당 연간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량 역시 모든 품목에서 2017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2017년 65개에서 2020년 102개로 56.9% 늘어났고, 생수 페트병은 같은 기간 96개에서 109개로 13.5%, 일회용 비닐봉투는 460개에서 533개로 15.9%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 기준 한국인 1인당 연간 1회용 플라스틱 배달용기 소비량은 568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회용 컵, 생수 페트병, 일회용 비닐봉투까지 더하면 연간 1312개로, 무게로 환산하면 약 19㎏가 된다.
2020년 한해동안 한국인이 사용한 생수 페트병은 56억개로, 병당 지름을 10㎝로 가정해 세워놓으면 지구를 14바퀴 돌 수 있다. 플라스틱 컵 연간 사용량은 53억개로, 컵 하나 높이를 11㎝로 가정할 때 모두 쌓으면 지구에서 달 사이 거리의 1.5배에 달한다. 한해 사용된 비닐봉지는 276억개로, 이를 20ℓ 종량제 봉투라고 가정하면 서울시를 13번 이상 덮을 수 있다.
그린피스는 또 생활계 폐기물은 2010~2021년 사이와 같은 추세로 증가하면 2030년에는 한해 약 647만5000t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2010년의 177만9000t에 비해 약 3.6배 증가한 수치다. 생활계 폐기물이랑 가정에서 나오는 생활 폐기물 전체와 사업장 폐기물 중 생활 폐기물과 성질 및 상태가 비슷해 같은 기준으로 처리가 가능한 폐기물을 합한 개념이다. 생활계 폐기물에는 재활용이 어려운 1회용 플라스틱 용기가 높은 비중으로 포함돼 있다.
이 같은 플라스틱 사용량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전체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2021년 기준 약 27%에 불과하다. 일회용 플라스틱이 큰 부분을 차지하리라 추정되는 생활계 폐기물의 재활용률은 약 16.4%다. 플라스틱 폐기물 대부분이 단순 소각되거나 고형연료 형태로 처리되면서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고 있다.
그린피스와 함께 연구를 수행한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감축전략 수립과 대체 제품 개발, 관련 통계 구축 등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의 생산 및 사용 금지, 소비 억제 등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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